독서문화경영

[홍보대사]방송인 김미화를 키운 건 `팔할이 독서`

북코치 2006. 11. 27. 13:07
방송인 김미화를 키운 건 `팔할이 독서`



[북데일리] 2003년 가을. 개그우먼 김미화(43)가 시사프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MBC 표준FM)의 진행자로 발탁됐을 때. 사람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았다. 그녀 자신 역시, MC를 제안한 정찬형 PD에게 “제 정신이냐고” 반문했을 정도.
 

그러나 3년이 흐른 지금. ‘TV, 책을 말하다’(KBS1 TV)를 거쳐 ‘김미화의 U’(SBS TV)를 진행하는 그녀에게 딴지(?)를 거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개그맨은 단지 웃기는 사람’이라는 세간의 편견을 깨고,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거듭난 김미화. 인터뷰를 통해 들은 그녀의 성공 비결은 바로 ‘독서’와 ‘메모’였다.

 

그동안 써 온 노트와 수첩만 100여권. 20년간 지속해 온 메모와 스크랩은, 시사프로에 무난히 적응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들이다. 그녀는 독서를 하다가도 좋은 글귀를 발견하면, 밑줄을 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적는다. 책이 더럽혀질수록 지식은 쌓여가는 셈이다.

 

153cm 42kg. 작은 체구로 각 방송사를 종횡무진 누비는 김미화는, 책을 읽는데도 특유의 ‘바지런함’을 과시한다. 하루 4~5개 스케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일과 중 1~2시간을 방송국 서점에서 할애한다고. 잠깐의 짬을 이용해 살펴본 내용도, 쌓이면 상당한 독서량이 된다.

 

먼저 훑어본 후 구입하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은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몸은 고될지라도, 좋은 책을 선택할 수 있으니 마음은 더 풍성해진다.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만, 시간에 쫓기고 생활에 지쳐서 실천을 못하는 거죠. 그런데 바쁜 시간을 쪼개, 한 권이라도 더 읽으면 그만큼 삶이 깊어지는 거예요.”

 

마냥 쉬고 싶은 주말. 어김없이 두 딸 유림(14)과 예림(11)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미화는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최고의 교육”이라고 주장하는 ‘독서광’ 엄마다.

 

개그 아이디어부터 시사 정보, 자녀교육까지. 책이 그녀에게 준 선물은 부지기수다. “인간적으로 성숙하는데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니 ‘인생의 스승’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터. 김미화가 추천한 책 <인생수업>(이레. 2006)은, 제목부터 그녀의 독서이력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듯하다.

 

표지 및 본문에 사용된 삽화가 표절소송에 휘말리긴 했지만, 책이 지닌 내용만큼은 그 무게감을 잃지 않았다.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인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책은 그가 죽음 직전의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지금 이 순간을 더 충실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미화는 “앞만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뒤도 돌아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며 “일이 우선인 사람을 포함, 그 누구에게라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생수업>을 번역한 류시화는 평소 그녀가 좋아하는 시인이다. 소설가로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한다. 김미화는 “베르베르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를 표현하는 방식도 마냥 재미있다”며 생각만 해도 즐거운 듯 웃음 띤 목소리로 이유를 밝혔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청미래. 2002)의 저자, 알랭 드 보통도 같은 연유로 좋아한다. 연애에 관련된 남녀의 심리 묘사가 사실적이고, 유쾌했단다.

 

진행하는 방송 프로만 4개인 김미화는 방송 밖에선 더 긴 꼬리표를 달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홍보대사, 녹색연합 홍보대사,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 홍보대사, 취업 홍보대사 사랑의 삼각끈 운동본부장,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사이버 멘토링(http://www.women-net.net/)의 대표 멘토 등. 나열하기에도 숨이 가쁘다.

 

올 14일 성균관대 사범대 사회봉사대 ‘참빛누리’에 발대에 참여하며, 바쁜 일상에 또 한 번의 박차를 가한 그녀가 최근 읽은 책은 <체게바라모터사이클 다이어리>(황매. 2004). 체게바라 역시 김미화 못지않은 메모광이었던 모양이다. 책은 그가 23살 무렵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 9개월간의 여행 중에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시인 서정주는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고 했다. 김미화를 키운 팔할은 ‘독서’ 이할은 ‘메모’다. 읽기와 쓰기로 점점 튼실해 지고 있는 방송인 김미화. 그녀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되는 건 그 중심에 ‘책’이 서 있기 때문이다.

 

(사진 = SBS 제공)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