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

[기자수첩] 죽어가는 서점, 문광부는 뭐하나

북코치 2006. 12. 20. 23:20
[기자수첩] 죽어가는 서점, 문광부는 뭐하나
 
[북데일리] 19일 오후 5시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서 열린 ‘교보문고 1천5백억 편법증자 및 교보문고로 인한 중소형서점 피해사례 간담회’장.

주최 측인 ‘전국 중소형서점 생존권 확보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울분을 경청하고 있는 기자는 단 셋뿐이었다.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후 성명서를 읽을 계획이었던 비대위는 “성명서를 먼저 읽어달라”는 촬영팀의 요구에 따라 성명서를 낭독했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던 기자 몇몇은 낭독이 끝나마자 자리를 떴다. 같은 날 오전에 열린 교보문고 기자간담회장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카메라 조명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던 서점 주인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킨 세 명의 기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현장에 기자가 있어야할 이유는 많았다. 예컨대 열띤 토론이 오간 끝에 한 서점 주인의 말이 그중 하나다.

 

“도대체 문화관광부는 뭐 하는지.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 데도 중재는커녕 나와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어 "거대한 코끼리 같은 교보문고가 작은 서점들을 모두 짓밟는 데도 문광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상,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문광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형 서점의 위기’ ‘출판시장의 붕괴’ 문제가 대두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광부는 어떤 대책마련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실성 있는 중소형 서점 지원책만 마련되어 있었다면 지금 같은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도서정가제문제는 물론 중소서점들의 파산 위기까지, 눈앞의 불구경 하듯 보고만 있는 주무부서의 태만함은 출판시장의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형서점의 횡포냐, 중소형서점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냐를 따지기 전에 책임을 추궁해야 할 대상이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독서량”이라는 말은 밥 먹듯 하면서 ‘정당한 방법으로’ 책을 팔 수 있는 환경은 조성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문광부표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아니고 무엇인가.

 

독서문화의 보급, 출판문화와 시장 발전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해왔는지,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문광부는 입을 열어야 할 것이다. 목숨 걸고 만든 책을 손해 보면서까지 팔아야 하는 영세출판사들의 심정, 수십 년간 책과 함께 한 보금자리를 제 손으로 닫아야 하는 서점주인들의 심정을 도대체 누가 알까. 비단 교보문고의 문제만은 아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