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방송인 겸 화가' 한젬마씨 책 대필 의혹
출판사 "고쳐쓰기다" 주장
유명 방송인 겸 화가 한젬마(37ㆍ여)씨의 책들이 대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책은 국내 화가 20명의 삶과 작품에 관한 감상을 담은 <화가의 집을 찾아서> <그 산을 넘고 싶다>(2006년 샘터)를 비롯,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그림 읽어주는 여자>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1999ㆍ2000년 명진출판) 등 총 4권이다.
<화가의 집…> <그 산을…> 등의 출간에 관여한 A씨는 20일 “간단한 내용의 한씨 초고를 받아 책을 대필한 작가가 따로 있다”며 “내용의 상당부분이 대필작가의 경험과 감상으로 채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책에 인용된 각종 문학작품과 영화도 대부분 대필작가가 첨가했다”며 “<화가의 집…>에 언급된 일부 화가들은 초고에도 없어 현장 답사에 동행한 대필작가가 전부 썼다”고 전했다.
A씨는 또 “책 서문에 미술동호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발로 뛰어야지 앉아서 전화만 한다’고 면박을 당했다는 내용과 꼬치꼬치 캐묻다가 문화재 도둑으로 몰린 부분 등도 대필작가의 체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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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씨가 썼다는 초고의 일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주제만 비슷할 뿐 최종본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초고는 화가의 이력을 메모식으로 나열한 뒤 시 문학작품 그림 등을 글 중간중간에 적절히 끼워 넣어 달라는 내용의 작업지시서 수준에 가까웠다. 출판사는 통상 작가에게 주는 10% 인세를 한씨에게, 대필작가로 알려진 B씨에겐 2%의 인세를 지급하고 있다.
B씨는 “(대필 여부에 대해)말할 처지가 안 된다”면서도 “한씨 책을 3년여에 걸쳐 만들었고 글을 쓰는 데만 6개월 정도 할애했는데 고쳐쓰기(rewriting) 수준은 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책을 출간한 샘터사는 “한씨는 구성작가가 있다는 전제 하에 기획과 구성에 좀 더 힘을 쓴 까닭에 자신이 써낼 수 있는 글보다 다소 거친 상태의 원고 초안을 출판사에 넘긴 것뿐”이라며 “대필이 아니라 고쳐 쓰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출간된 한씨의 베스트셀러 <그림 읽어주는 여자>와 <나는 그림에서…>도 각각 여성지 편집장과 편집기획사 작가 2명이 대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출판측은 대필작가의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한씨가 전문작가가 아닌 탓에 내부적으로 도움을 많이 준 건 사실이고, 책도 상품인지라 한씨의 경험뿐 아니라 어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여기저기서 취합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일부 아이디어를 작가 등에게서 빌린 건 사실이지만 책 기획부터 현장답사, 초고 작성 등을 직접 했기 때문에 이름만 빌려주는 식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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