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래’] 시간·공간·지식의 혁명이 한국을 뒤흔든다
시간, IT의 초스피드 발전이 ‘부의 원천’…
여러 분야서 시간 못 좇아가는 지체 현상도
공간, 사이버 공간 외에 아리랑 2호 활동,
우주인 선발 등 활동 범위가 우주까지 확대돼
지식, 심층 기반의 핵심… 하루가 다르게 거대하고 복잡해지는 지식 체계를 주목해야
오늘날 지구상에는 세 가지의 주된 ‘부(富) 창출 시스템’이 존재한다. 방글라데시의 농부와 우리나라의 자동차 조립라인 근로자, 그리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삶을 비교해 보라. 그들은 각각 농업, 산업, 정보라는 부 창출 시스템 안에서 경제 활동을 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농부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논에 나가서 일하지만, 조립라인 근로자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집에서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거나 하루 종일 휴식하던 중에 떠오른 영감으로 프로그램 디자인을 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세 가지 방식의 부 창출 시스템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한국의 독자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최근 인기를 끈 저서 ‘부의 미래’에서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부의 혁명’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혁명적 변화가 돈 버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한다.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귀가 번뜩 뜨이겠지만 돈이 생기는 심층기반이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을 들으면 아무리 유명한 미래학자의 열변이라도 그 의미가 알쏭달쏭해진다. 지금 이 순간 시간혁명, 공간혁명, 지식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며, 그에 따라 부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과연 토플러가 역설하는 시·공·지(時·空·知) 혁명의 실체와 의미는 무엇인가. 이 혁명은 우리들이 먹고 사는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줄까.
시간혁명
인류 최초로 들에 씨앗을 뿌린 자는 가을에 추수할 것을 기다리면서 미래에 대한 시간 개념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1만여 년에 걸친 농경사회를 벗어나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인간은 시간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밭을 갈던 농부들은 출근 시간이 명확히 정해진 공장에 배치되었다.
자본가는 노동 시간의 빈틈을 줄이기 위하여 컨베이어 벨트를 고안했고, 작업 속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부의 원천이 되었다. ‘모던 타임즈’라는 영화에서 하루 종일, 아니 일 년 열두 달 똑같은 일을 단순히 반복하는 채플린은 화장실에 갈 때조차도 타임 카드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 잠깐의 휴식 시간도 관리되었던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의해 그의 작업 속도가 결정되었으며, 이런 노동자의 생산성은 시간당 얼마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내는가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시간혁명이 시작되면서 돈 버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채플린과 달리 자기가 원하는 ‘개인화된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이 주어졌다. 같은 시간 동안에 일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사이에 3000배에 이르는 노동생산성과 봉급의 차이가 생겨나기도 한다. 다가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정보의 가치가 증가하여, 5분 후의 일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정보를 파는 기업이 생겨나서 빗방울을 맞으면서 야외공연이나 옥외파티를 철수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을 상대로 돈을 벌기도 한다.
시간 조정, 특히 시간의 동조화(同調化)는 한 나라의 경제발전을 좌우하기도 한다. 동조화의 중요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필자는 독자들에게 잠시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쿵쿵 뛰는 박동은 신체 어느 부위에서 명령을 내리기에 실수 없이 줄기차게 뛰고 있는가? 박동을 지시하는 부위는 없고, 단지 수많은 심장세포들이 방출하는 전기 신호를 함께 동조화하기 때문에 심장이 뛴다. 그렇다면 조물주는 왜 중앙에 명령기관을 두는 대신에 수많은 세포들이 동조화하는 방식을 택했을까? 스스로 동조화하는 탈(脫) 집중화 방식이 생명체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생명체와 달리 사회는 복잡 다원화되면서 부문별한 기능 분화는 더 고도로 진행되었지만 부문 간 시간 동조화에는 실패했다. IT분야의 분쟁에 법원판결이 내려질 때는 이미 기술발달이 한창 진행된 후여서, 판결의 의미가 상실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나 정부나 학교, 법·제도 등은 절름거리며 한참 뒤져서 따라간다. 사회는 정보사회로 바뀌었는데 우리나라의 교육은 아직도 대량생산 산업사회에 맞는 주입식 교육에 머물고 있다. 토플러는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수백 명의 학생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똑같은 기능을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시간의 비동조화는 자원을 낭비한다.
군사학에서 사용되는 ‘현저한 뒤짐(Reverse Salience)’이란 개념도 동조화의 중요성을 잘 알려준다. 전쟁터에서 적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지역은 전선이 전진하지 못하고 뒤지게 된다. 뒤진 전선에는 엄청난 화력과 병력이 동원되어 집중 포화를 퍼붓는다. 기술발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관련 기술이 일정한 속도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의 기술이 다른 분야보다 현저하게 뒤지게 마련이다. 수소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연료 전지 기술이 다른 연관 기술보다 현저히 뒤진 것이 그 예이다. 이런 분야에는 많은 연구비와 우수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하되어 기술 발전에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기술 동조화가 큰 돈을 만든다.
시간혁명 중 실시간 혁명(real time revolution)은 비즈니스의 경영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컴퓨터 자판을 누르면 필요한 정보가 고위직 관리자의 화면에 즉각적으로 뜨게 되어, 기업 내의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축소되고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조직의 허리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받을 수 있는 SPOT (Smart Personal Objects Technology)가 생겨났다. 교통정보를 받아 길 안내를 하는 휴대전화도 보편화되었다. 시간을 다투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날로 높아지면서 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용학 연세대 교수·사회학
출처:주간 조선 기사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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