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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판사들 日소설 판권경쟁 ‘先인세’ 천정부지

북코치 2006. 11. 27. 15:36
국내 출판사들 日소설 판권경쟁 ‘先인세’ 천정부지



국내에서 일본소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계약금에 해당하는 선인세(advance)가 1~2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올랐다.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작의 경우 계약금이 종전의 1천만원에서 5천만원까지 올라갔으며 웬만큼 괜찮다 싶은 작품은 여러 출판사들이 판권경쟁을 벌여 1천만~2천만원에 거래된다. 얼마전까지도 권당 2백만~3백만원이 적정가였다.



일본소설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무렵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정도였던 일본소설 시장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쓰지 히토나리가 쓴 ‘냉정과 열정 사이’(소담출판사)가 60만부나 팔려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가타야마 교이치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작품)가 3백20만부 나가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문학사상)가 갖고 있던 최고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이어 히트제조기인 에쿠니 가오리는 15만부 팔린 ‘도쿄타워’를 비롯해 8종의 책을 더 냈다. 지난달 말에 나온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역시 한달 만에 10만부에 육박하고 있다. 쓰지 히토나리(‘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가네시로 가즈키(‘플라이 대디 플라이’ ‘레벌루션 No.3’), 야마모토 후미오(‘러브홀릭’ ‘플라나리아’) 등도 스타로 부상했다.

이처럼 일본소설이 뜨면서 판권료도 급증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2~3년전만 해도 대부분 일본소설의 선인세가 2백만~3백만원이었으나 요즘은 경쟁 때문에 1천만~2천만원이 보통이라고 한다.

올 나오키상 수상자인 미우라 시몬의 책은 5천만원을 호가했으며, 또다른 책은 최고 7천만원에 거래됐다는 소문도 있다. 선인세는 나중에 인세에서 제외하지만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출판사 부담으로 남는다. 또 국내작가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마케팅비가 많이 들고 번역료도 내야 하므로 출판사 부담이 커진다.

일본 현지에서도 한국의 바람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최근 일본출장을 다녀온 한 출판사 관계자는 “대만이 일본소설의 주요 소비지였으나 요즘은 한국시장을 더 크게 보고 있다”며 “여러 출판사에서 주문이 올 때까지 계약을 미루면서 가격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출판계는 한국에서 워낙 신간 정보를 꿰고 있는 만큼 별도로 정보제공이 필요없다고 말할 정도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3일까지 나온 일본문학 도서는 총 476종으로 이미 지난해의 423종을 넘었다. 연말까지는 500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통계를 보더라도 전체 외국책 수입은 2004년 1만87종, 2005년 8,938종, 올해 7,816종으로 줄어든 데 비해 일본문학은 2004년 364종에서 꾸준히 늘었다. 10년전인 1996년과 비교하면 5배 수준이다.

최근 한달간 나온 일본소설을 보면 노마문예상 수상작인 ‘노란코끼리’(스에요시 아키코), 일본판타지소설대상 수상작인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내가 있었다’(히라야마 미즈호·스튜디오 본프리), 아쿠타가와 수상작가의 작품인 ‘바다의 선인’(이토야마 아키코·두드림), 역시 아쿠타가와 수상작가의 작품인 ‘캐러멜 팝콘’(요시다 슈이지·은행나무), 나오키상 수상작가의 작품인 ‘내 나이 서른하나’(야마모토 후미오·창해), 노마문예신인상 수상작가의 작품인 ‘100번 울기’(나카무라 코우·노블마인) 등이 있다. 최근 수상작뿐 아니라 과거 수상작이나 수상작가의 다른 작품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소설 전문인 소담출판사의 이장선 기획부장은 “일본 현지에서 소설붐이 일면서 우리의 감성코드에도 맞는 발랄하고 세련된 작품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뜬 몇몇 작가를 제외하면 새 작가를 국내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소설 바람이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출판저작권 에이전시 북코스모스의 일본담당 한유키코씨는 “작년만 해도 30세 전후 여성 대상의 작품은 무조건 계약해달라는 식의 요구가 많았으나 지금은 좀더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라고 밝혔다. 일본소설의 인기는 계속되겠지만 양으로 쏟아내기보다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라간 판권료는 좀처럼 낮아지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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