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멘토 추천 리뷰]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일이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제사장이나 점성술사를 통해서 미래을 예측하려고 노력하였다. 또한 소설이나 영화에서 끊임없이 타임머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미래를 보고자하는 열망의 또 다른 표현이다. 최근에는 기업경영이나 상품투자와 관련하여 미래의 흐름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였다. 이런 흐름과 관련하여 미래학이 현실에서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프랑스의 석학으로 알려진 자크 아탈리가 다가오는 50년간의 미래를 기술한다는 점에서 "미래의 물결"은 나의 관심을 끌었다. 이 책에 앨빈 토플러의 찬사도 있고 해서 제 3의 물결과 같이 다가오는 미래사회의 전반에 관해 기술한 책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책을 읽어보니까 이런 생각은 오해였다.
이 책은 논의가 주로 미래의 정치 사회적 측면에 한정되어 있다. 저자는 우선 과거 700년간의 자본주의 역사를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이나 서비스, 대량 상품화를 가능하게 한 신기술, 중심되는 지역에 따라서 9단계의 시기로 나누고 있다. 각 시기마다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여 왔는데, 저자는 자본주의의 발전단계는 크게 시장과 민주주의의 확장과정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현재의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은 현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증가와 여러가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이전의 거점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저자는 기술하고 있다. 미국의 쇠락 이후에 세계는 하이퍼 제국, 하이퍼 분쟁, 하이퍼 민주주의라는 3개의 물결이 도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래의 모습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서 정치체제, 사회생활, 우리의 삶등에 관한 설명은 많았으나, 경제제도의 변화나 신기술에 관한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을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가까운 미래사회를 논하면서, 현재의 자산거품이나 미국의 막대한 무역역조등과 같은 경제현상이 앞으로의 사회에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상식이하일 것이다. 그만큼 경제가 우리 삶에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컴퓨터나 휴대폰이 우리생활에 가져온 변화를 생각할 때, 생명공학, 로봇공학, 우주공학등에 대한 논의없이 미래사회를 그리는 것은 거의 넌센스일 것이다. 그래서 책 읽으면서 저자가 박식하기는 한데 미래학자로서는 형편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원 제목을 보는 순간 저자에 대한 나의 판단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해하였다. 원 제목 "Une breve histoire de l'avenir"를 직역하면 "미래의 한 단편적 역사"정도가 될 것이다. 순간적으로 이 책의 제목이 미래의 물결로 정해진 것이 출판사의 상업적 목적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 제목을 따르면 이 책은 미래의 가능한 여러가지 모습가운데 하나의 모습을 쓰고 있는데, 번역제목인 미래의 물결은 이 책을 앞으로 도래할 미래사회에 대한 기술로 둔갑시키고 있다.
저자는 과거 역사의 진행방향과 현재의 여러가지 사실을 종합해서 미래의 가능한 한 모습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더구난 저자는 막시스트로서 좌파적 이상을 미래사회의 모습 속에 투영시키고 있는데, 출판사에서는 상업적 목적을 위해서 이 책을 미래학의 책으로 둔갑시켰다. 저자는 미래에 도래할 가능성이 큰 사회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도래하기를 희망하는 사회에 관해 쓰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으면 하이퍼 제국, 하이퍼 분쟁, 하이퍼 민주주주의가 순차적으로 도래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식으로 접근하면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혼란을 느낀다. 이 세 개념을 헤겔의 변증법에 적용시키면 너무나 잘 이해가 된다. 하이퍼 제국은 가까운 시기에 도래할 가능성이 큰 사회로 正의 단계이고, 하이퍼 분쟁은 反의 단계로 이 두 단계는 서로 대립하면서 커다란 혼란과 분열을 발생시킨다. 인류는 이 두 단계의 혼란상을 극복하고 하이퍼 민주주의로 나아가는데 이것이 헤겔이 말하는 合의 단계이다.
이 책은 좌파로서 저자의 이상을 기술한 책이지 객관적으로 앞으로 도래할 미래의 흐름을 기술한 책이 아니다. 이 책에서 이상향으로 제시한 하이퍼 민주주의의는 용어를 바꾸고 새롭게 화장시킨 공산사회라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공산사회에 대한 비판은 하이퍼 민주주의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여기서는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저자의 신념이 나와는 많이 다르지만 역사에 대한 저자의 박식함은 감탄의 단계를 넘어서 존경심을 갖게하고, 현실에 대한 저자의 이해도 깊고 충분히 공감이 간다. 현실성의 측면에서 저자가 내세우는 이상에 개인적으로 공감하지 못해서 더 깊이있게 서평을 쓰기는 힘들것 같다. 전체적으로 일회독할 가치는 충분히 있는 책이다.
[한국양서보급중앙회 북멘토&북코치클럽]
http://cafe.daum.net/Melchized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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