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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를 읽고서(전2권)

북코치 2007. 6. 4. 09:45

[북멘토 리뷰]
우리 역사의 깊이와 소설적 재미를 구현한 본격 한국형 팩션이다.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우리의 감성에 맞는,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외국 팩션 소설을 능가하는 속도감과 소설적 재미, 그리고 뜨거운 시대의식과 해박한 지적 탐구가 돋보인다.

<뿌리깊은 나무>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융성했던 세종 시대,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경복궁에서 벌어지는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위대한 군왕인 세종 치세의 궁궐 안 살인사건이라는 설정은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는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는 세종의 치세를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그려낸다. 연쇄살인의 이면에는 뛰어난 천재 집단이 목숨을 걸고 추진하는 비밀 프로젝트가 있고 그것을 방해하려는 세력의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다.세종의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주인공 채윤이 마주한 세종의 시대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의 시기였다. 기존의 모든 가치들을 대신할 새로운 시대정신이 도래하였고 오랜 허물을 벗으려 하는 문명 대전환의 시기였다.

혁명과 투쟁, 전쟁과 대립, 개혁과 반개혁이 부딪치는 역동적인 시대의 변혁을 주도한 개혁군주가 바로 세종이었다.

이러한 격동의 세종 시대는 600백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소설 속 고려사 기술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의 과거사 문제를 떠올리게 하고 대국인 명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나라를 지향하는 세종의 노력은 반미 논쟁과 닮아있다.

독자들은 시대의 요구를 피하지 않는 집현전 학사들, 새로운 시대를 앞서서 이끌고 가는 군왕, 끝까지 신념을 관철하는 최만리 등등의 인물을 통해 역사의 갈피 속에 묻힌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수학, 천문학, 건축, 미술, 역사, 언어학...

모든 지식을 총동원한 치밀한 스토리와 복선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복선은 지적인 독서의 정수를 보여준다. 연쇄살인에 숨겨진 철학적 배경, 각기 다른 세계관을 두고 벌이는 학사들의 대립, 수수께끼를 간직한 궁궐의 수많은 전각들...

수학, 천문학, 언어학, 역사, 철학, 음악, 건축, 미술 등 방대한 지식들은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마방진, 지수귀문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에 숨겨진 단서는 짜릿한 지적 긴장감을 선사한다. 향원지, 열상진원, 집현전, 경회루, 아미산, 강녕전 등 경복궁의 여러 건축물에 숨겨진 철학적 수수께끼도 흥미롭다.

가령 첫 번째 희생자 장성수가 남긴 알 수 없는 그림의 비밀은 600년이 지난 지금도 섬뜻한 깨달음을 준다. 채윤에게 비밀의 열쇠를 전해주는 집현전 학사들의 다양한 지식도 흥미진진하다.

가령 강희안이 그린 고사관수도에 숨은 뜻은 마방진과 연관되어 거대한 비밀을 드러낸다. 이순지는 한양의 북극고도가 연경과 다르다는 과학적 지식으로 범인을 지목한다.


정인지는 오행의 원리로 연쇄사건의 고리를 풀고 주상은 마방진을 푸는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다. 마침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작은 진실의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진실을 드러낸다.


흠잡을 데 없이 치밀한 복선, 끊임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놀랍도록 다양한 지식들, 허탈할 정도로 예상을 배반하는 반전, 생생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역사책에서 막 걸어 나온 듯 생생한 시대상, 현실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스토리전개 등으로 한국형 팩션의 새 지평을 개척하는 작품이다.

역사책에서 걸어나온 생생한 인물들,

눈앞에 펼쳐질 듯 생생하게 재현된 시대상은 한국적 팩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600년 전 경복궁과 육조거리,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세종은 반대파의 공격을 두려워하면서도 시대의 요구를 저버리지 않는 인간적인 군왕으로 그려진다. 은밀한 비밀결사인 작약시계의 계원인 집현전 학사 성삼문, 이순지, 박팽년, 강희안 등도 개성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인물형으로 거듭난다. 집현전 대제학 최만리와 부제학 정인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앞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라이벌로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다.


역사 속에 박제화 된 인물들도 막 역사책 속에서 걸어 나온 듯 현실감 있다. 천한 신분으로 겸사복(궁궐 수비대원)이 된 강채윤은 비극적인 개인사와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고뇌한다. 도살을 생업으로 하는 반인이지만 의술을 펴고 싶은 반인 가리온은 신분의 굴레에서 갈등한다.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수수께끼의 무수리 소이는 말 못하는 자신의 처지로 인해 더욱 신비로운 존재로 부각된다. 생생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 간의 대립과 갈등, 얽히고설킨 의혹과 사랑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한국양서보급중앙회 북멘토& 북코치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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