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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책 ‘사재기’ 관련 한국출판인회의 입장

북코치 2006. 2. 27. 11:42
자사책 ‘사재기’ 관련 한국출판인회의 입장



1. (사)한국출판인회의는 일부 출판사의 자사책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행위에 대해 오랫동안 깊은 우려를 표명해왔습니다. 우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되어 급기야 출판계 및 사회 일각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출판인회의는 2005년 9월 27일 출판계를 구성하고 있는 책임 있는 단체로서 자정을 위한 결의와 자체 단속의 의지를 밝히는 한편, 올바른 출판문화 환경을 조성하고 독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음과 같이 지속적으로 감시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2005년 9월 27일 : 출판사 사재기에 관한 출판인회의 입장 발표.
2005년 10월 1일~11월 30일 : 서점 감시 활동 모니터링, 기타 자료 분석.
2005년 12월 9일~12월 18일 : 한국출판인회의 특별위원회와 교보문고를 비롯한 일부 대형서점이 협력하여 사재기 행위에 대한 심증을 확보, 이를 바탕으로 해당 출판사에 통보하고 사재기 행위에 대해 시인을 받음.

2. 이에 따라 한국출판인회의는 실행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우선 사재기로 판명된 책을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다만 출판계 전체의 단합과 발전 차원에서 금번에 한해서만 출판사 실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시에 차후에 발생하는 사재기 혐의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확인 작업을 거쳐, 적발된 도서에 대해서는 해당 출판사 명단 공개, 민형사상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이 결의에 따라 한국출판인회의는 2005년 12월 27일, 주요 온오프라인 7개 서점 관계자와 연석회의를 가져 ‘사재기’로 밝혀진 책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향후 1년간 삭제하기로 합의했고, 연석회의 이후 7개 서점은 곧바로 베스트목록에서 사재기 혐의가 있는 5종의 도서명을 삭제했습니다.

3. 그러나 2006년 1월 20일 교보문고가 베스트목록에서 제외시켰던 상기 도서들을 “자체 시스템 검증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 베스트목록에 올린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교보문고가 주장하는 시스템 검증의 논리는 “사재기 혐의가 있는 도서에 대해서는 사재기 심증이 있는 판매량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판매량을 집계하여 베스트목록을 작성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출판인회의는 사재기에 대한 교보문고의 이러한 태도가 사재기를 온존, 유지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재기를 하더라도 걸리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걸리더라도 사재기 한 부수만 제외하고 실 판매량을 집계하여 베스트셀러 목록을 작성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교보문고의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출판인회의는 사재기는 도덕적․사회적․문화적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누차 확인하였습니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독자를 기만하는 것이고, 사회적으로 신의 성실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독서 대중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하고, 출판사에게는 불법적 판매 행위를 조장하여, 독자와 출판사 전체를 배반하는 망국적 행태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4. 금번 교보문고의 행위는 향후 서점 베스트셀러 자료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심화시키고, 출판업계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상황을 야기할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출판인회의는 교보문고의 협약 파기 행위와 이에 따른 도서유통의 왜곡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은 즉각 수정되어야 하며 그 가장 명확한 태도 표명의 첫걸음은 한국출판인회의와 협약한 사재기 도서의 베스트셀러 목록 제외 조치에 대한 협약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입니다.

5. 이와 같은 교보문고의 협약 파기 행위에 대해 한국출판인회의는 1차 조치로 2006년 1월 20일, 이번 사태에 대한 교보문고의 사과와 베스트셀러 집계에 대한 상호약속의 즉각 이행을 촉구하는 항의공문을 교보문고 권경현 대표이사 앞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교보문고는 어떤 성의 있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6. 이에 한국출판인회의는 2006년 1월 23일 긴급실행이사회를 소집, 문화관광부 산하 〈출판유통심의위원회〉에 금번 교보문고의 사재기 묵인 및 조장에 대한 실태 파악을 의뢰키로 하였습니다. 출판계 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출판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 단체에 조사를 의뢰하게 된 현실에 대해 우리 한국출판인회의는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견지해 온 동업자 보호주의의 태도, 도덕적 자성주의의 태도는 동업자의 몰이해와 동종 업계의 무차별한 영리주의 앞에서는 ‘모호한 태도’로 폄훼될 뿐이었습니다. 이제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해와 자성 요청의 노력은 국민 여러분의 의혹을 부풀리고 소모적 논란의 기회만을 제공한 결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출판인회의는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이번 사재기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하는 어떤 요청에도 적극 협조하여, 차제에 출판계의 고질병을 뿌리 뽑고 올곧은 문화 창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출판풍토를 마련하기로 굳게 다짐하였습니다.

7. 이와는 별도로, 한국출판인회의는 <교보사태비상대책위원회〉를 긴급 구성하기로 하였습니다. 21세기 지식문화시대를 여는 출판계의 노력은 국민과 출판계를 연결하는 서점계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현실적인 성과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교보사태비상대책위원회>는 교보문고의 파행적 협약 파기 행위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강구할 것입니다. 여기서 결의된 실행 사항은 우리 한국출판인회의 전 회원 출판사를 통해 즉각 실행될 것입니다.


사재기 문제와 베스트셀러 조작 문제에 대한 우리 한국출판인회의의 문제의식은 오로지 독자 대중의 “진리와 진실에 대한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는 데에 있습니다. 어떠한 출판사나 어떠한 서점도 독자 대중의 “진리와 진실에 대한 권리”를 침해할 수 없습니다.

 

2005년 1월 24일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김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