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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도 이젠 감성을 읽어야 부흥한다

북코치 2006. 8. 4. 07:46
교회도 이젠 감성을 읽어야 부흥한다
세대와 계층간 갈등 해결할 트렌드로 부상

 

장운철 kofkings@amennews.com

 

   
▲ 요즘 서점가에서는 감성코드와 관련된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흥행의 보증수표로 알려진 송강호, 유지태 등의 호화 캐스팅과 뉴질랜드 현지 촬영, 100억 원의 제작비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남극일기>가 막상 극장에서 개봉되자 관객 동원면에서 그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반면 몇 달 후 개봉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관객 800만 명이 넘는 뜻밖의 성과를 올렸다. 배우나 제작비 등에서 <남극일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했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왜일까?

한 가지 더 예를 들어보자. 요즘 히트 상품 중 하나인 MP3에 관련된 이야기다. MP3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낸 상품이다. 1997년 새한정보는 ‘MP맨’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MP3 기능의 제품을 세계 처음으로 출시했다. 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계속적으로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MP맨은 담배갑 모양이었다. 반면 후발주자인 레인콤은 제품을 세계화시키기 위해서 디자인에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프리즘 형태의 아이리버를 탄생시켰다. 감성적 디자인으로 목에 걸 수 있는 제품도 만들어냈다.

결과는 역전됐다. MP맨은 시장에서 사라져버렸다. 기술 개발에만 힘을 쏟아온 새한정보는 그만 부도처리되고 말았다. 반면 아이리버는 가격에 상관없이 팔려나갔다. 소비자들은 MP맨을 외면하고 MP3를 선택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감성코드’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위 두 가지 예의 주요 원인을 소비자들의 감성을 읽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두고 있다. 감성의 가치를 소홀히 하거나 외면한 제품은 퇴출되고 인간 본연의 감성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지금은 감성시대이기 때문이다.

감성코드가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갈수록 팽창되고 있다.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는 ‘전쟁’에 비유될 만큼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소비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흔드느냐에 따라 어떤 물건은 잘 팔리고, 또 어떤 물건은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린다. 소비자의 반응이 즉석에서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2006년 히트 예정 상품’ 목록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 해의 경향을 읽고 금년을 예측하는 보도들이다. 이때쯤이면 소비자의 구매 코드를 읽으려는 기업인들과 신제품의 발전 코드를 읽으려는 소비자들의 눈과 귀가 여기에 쏠린다.

주간경제(864호)는 ‘2006년 10가지 히트 예정 상품’을 발표했다. 독일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대형 PDP TV, LCD TV 그리고 걸어 다니면서 TV를 시청할 수 있는 DMB폰 등의 전자제품과 독일 문화 관련 상품을 제 1순위로 꼽았다. 조류 인플루엔자 등의 영향으로 인한 항균, 항바이러스 상품, 젊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이용한 코엔자임 Q10나 콜라겐 음료와 같은 영거 루킹(Younger Looking) 상품 목록이 그 뒤를 이었다.

계속해서 주간경제는 ‘에스닉푸드 레스토랑’과 ‘패션형 디지털 기기’가 히트 상품이 될 것임을 비중있게 다루었다. 에스닉푸드(ethnic food: 외국민속음식) 레스토랑은 외국음식을 통해 이국적 감성을 체험하도록 한다는 곳이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이미 국내에도 상륙했다는 것이다. 패션형 디지털 기기는 말 그대로 전자 제품 선택에 있어서 디자인의 요소가 갈수록 중요시 되고 있음을 언급하는 것이다. 오히려 기술보다 훨씬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다수의 전문가들은 '감성'을 주요 트렌드로 인식하고 있다. 사진은 <새로운 비즈니스 지도 감성 트렌드>.
마케팅 전문가 김영한 씨는 최근 그의 책 <새로운 비즈니스 지도 감성 트렌드>를 통해 ‘2006년 일본의 히트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체험 상품이 뜬다는 것이다. 일본의 <닛케이 트렌드> 잡지의 발표를 인용한 히트 상품 1위는 도쿄 외곽에 들어서는 어린이 체험형 테마파크다. 단순히 보고 듣고 즐기는 관람식이 아닌 어린이들이 직접 외과의사가 되어 수술을 해보고, 피자 가게 주인이 되어 직접 피자를 만들어 보도록 한 체험 놀이 상품이라는 것이다.

‘플레이 스테이션 3’ 등 차세대 컴퓨터 게임 상품이 그 뒤를 이어 히트 상품으로 선정됐다. 그 이유는 고선명 고화질의 화면을 통해 소비자들이 보다 현실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영한 씨는 ‘감성’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히트 상품 선정 기준의 중요한 코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2006년 히트 상품 순위도 바로 그와 같은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 이연수 씨도 주간경제 최근 호(867호)를 통해 ‘감성’이 오늘을 읽는 마케팅 키워드임을 강조했다. 그는 감성코드를 조금 더 세분화 시켜 접근했다. 특히 펀(fun), 웜(warm), 디지로그(digilog)를 감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언급한 것이다.

우선은 ‘흥미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감성코드를 이루는 기본이라는 말이다. 펀마케팅은 사회 활동으로 인한 각양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재미로 자극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유머스러운 디자인, 화려한 색상의 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클래식한 로고 바탕에 뜬금없이 원색적인 과일 무늬를 넣은 루이비통(Louis Vuitton) 가방 등이 요즘 명품족들에게 인기라는 것도 같은 예다.

한동안 ‘쿨(cool)하다’는 단어가 유행했다. 심플하고 세련됨을 대표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대인관계에서 상대를 향해 ‘너 참 쿨하다’라고 말하면 그것은 일종의 칭찬과도 같은 의미로 통했다. 웜마케팅은 쿨의 이미지가 식상해짐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따뜻함과 정(情)에 호소하려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감성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이다.

디지로그(Digilog)란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다.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의 정서가 융합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디지로그마케팅이란 최첨단의 디지털 기기에 향수를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아날로그적 정서를 혼합해서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초침, 분침, 시침 모양이 있는 디지털시계가 대표적일 것이다. 필름카메라처럼 수동 기능을 갖춘 디지털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유행했던 대형 녹음기 ‘붐박스’ 모양을 본 딴 MP3도 눈길을 끌고 있다. 추억을 자극하는 따뜻함이 묻어있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감성코드가 뜨는가? 사람들은 왜 인간다움의 본성에 의존하려고 할까? 마케팅 전문가 김영한 씨는 1인당 국민소득(GNP)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GNP가 1만 1천 달러를 넘어서면 감성화 사회가 온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여유가 있게 되면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는 말이다. 그는 미래학자인 롤프옌센이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에 기고한 글을 인용하여 GNP 1만 1천 달러를 기점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유국가와 비부유국가의 구분점이 GNP 1만 1천 달러이며, 전 세계 30여 개국이 부유국가에 속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여기에 포함된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부유국가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성코드가 뜰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 외 ‘불확실성 시대’로 불리는 현대에 안정을 꾀하려는 심리와 IMF 외환위기로 위축된 감성적 소비 욕구가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감성코드’는 기업 경영에서도 적지 않게 회자되고 있는 주제다. 개인만이 아닌 거대 조직인 기업에서도 적용된다는 말이다. 박동건 교수(고려대 심리학과)는 그의 책 <조직 감성코드>를 통해 기업 경영에 있어서 감성적 역량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기업의 효율성을 위해서 종업원들의 인지적, 기술적 역량이 강조되어 왔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감성적 역량이 큰 힘을 발휘한다고 언급했다. 종업원들의 감성적 역량이 어떠한가에 따라 크게는 기업의 생사까지도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감성적 역량은 곧 ‘윤리경영’을 통해 잘 드러난다. 윤리경영, 즉 정직한 기업 경영을 통해 종업원들의 감성자본(감정, 신념, 가치)이 증가되고, 그것은 또다시 기업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 경영에 감성적 개념인 ‘윤리’를 접목시켰을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인철 씨(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는 <정직한 경영, 존경받는 기업>(저자 래리존슨)이라는 책의 분석을 통해 ‘절대 정직’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기업 경영에 만연해 있는 회계조작, 암묵적 공모, 부정행위 등에서부터 정직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이익 창출을 위해서도 작용한다는 의미다.

   
▲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는 매년 국내외 경제 문화 등에 관한 분석 자료집을 출판한다. 사진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출판한 자료집이다.
이원재 씨(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같은 의견이다. 기업과 윤리는 상쟁(相爭)관계가 아니라 상생(相生) 관계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전략적 윤리경영의 발견>이라는 자신의 책을 통해 윤리경영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이 곧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문을 닫을 뻔한 자동차공장을 성공으로 이끈 도요타와 GM의 합작공장 뉴미를 손에 꼽았다. 종업원들의 감성자본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투명성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통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한 스프링필드 리매뉴책처링, 종업원의 발전을 이익 창출보다 앞선 목적으로 기업을 성장시킨 AES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윤리경영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의 대표적인 곳으로 ‘유한킴벌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신철호 교수(성신여자대학교 경영학)는 유한킴벌리를 인간존중을 중심으로 한 대표적인 한국 맞춤형 윤리경영 성공사례로 들었다. 유한킴벌리는 윤리경영을 통해 13년 동안 매출액 4배 이상 증가, 순이익은 무려 17배 늘었으며 8개 사업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세계적인 이쿠르트 회사인 휴잇과 공동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2003), 유한킴벌리는 총 900여 개 아시아 지역 회사들 가운데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윤리경영이 기업 경영 관련자들 입에 종종 오르내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가들이 쉽게 윤리경영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기업’과 ‘윤리’는 영원히 융합될 수 없는 단어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서점가에는 감성코드와 관련된 서적들이 적지 않게 출판되고 있다. 그중 지도자 관련 코너에 자리 잡고 있는 한 권의 서적이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로리 베이존스 지음, 한언출판사)라는 책이다. 감성코드와 교회와의 관련성을 찾고 있던 기자에게 그 책은 적절한 대안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책은 교회와 감성코드와의 관계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도 제시해 주고 있다. 즉, 교회가 감성코드에 끌려가야 하는지, 그것을 무시하고 가야하는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제 3의 어떤 길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 세상을 읽고 대처하자는 서적들도 적지 않다. 사진은 최근 발간된 <최고 경영자 예수>
<최고 경영자 예수>의 저자는 일반적인 기업의 경영을 알파경영(Alpha management)과 베타경영(Beta management)으로 크게 나누었다. 전자는 권위적이며 지식, 기술 중심의 남성적인 경영 방침을 의미하는 것이며, 후자는 상호협조적이며 감성적인 역량을 중대시하는 보다 여성적인 경영 방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마치 전자는 소위 지식 경영으로 불리는 기존의 기업의 경영 방침을, 후자는 감성적 역량을 중시하는 윤리 경영을 언급하는 것과 같다.

위의 책의 저자는 성경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지도력을 통해서 보다 높은 차원의 경영 방침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가 때로는 알파경영을, 또 어느 상황에서는 베타경영을 원칙으로 지도력을 펼쳤음을 지적하며, 그것이 곧 오메가경영(Omega management)이라고 주장했다. 즉, 오메가 경영이란 알파경영과 베타경영의 조화를 통해 나타난 또 다른 모습의 경영 또는 지도력 방식이라는 말이다. 유대인과 바리새인들의 죄를 지적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할 때는 강인한 남성적인 지도력을 발휘했으며, 또한 제자들을 부르고 그들을 훈련시킬 때는 다분히 여성적인 지도력을 동시에 사용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두 가지 형태의 조화를 강조한 것이다.

<최고 경영자 예수>에서 주장하는 오메가 경영은 감성 중심 사회 속에서 기업이 그리고 지도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또 하나의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가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도 암시해 주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교회 내부에서는 감성코드로 인한 갈등이 존재하게 되었다. 열정적으로 찬양음악에 심취하려는 청소년, 청년들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들의 모습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년세대들 간의 갈등이다. 또한 열린예배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자유롭게 행동하려는 신세대들과 전통적 형식을 강조하려는 기성세대들 간의 마찰도 마찬가지다.

젊은 세대의 성향을 쫓아가자니 교회가 위험해질 것 같아 보이고, 장년 세대의 성향대로만 따르자니 교회가 마치 뒤로 후퇴하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감성코드 한 복판에서 살아가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감성코드를 포용하고 뛰어넘는 교회만의 코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때다.

 

자료출처: 교회와신앙 2006년 2월6일자 기사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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