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은 게 내 삶의 최고 자산 시련을 기회로 봐야 인생 성공`
[중앙일보]
강영우 미 국가장애위원회 차관보, 저서 출판·강연 위해 방한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인 강영우 박사(62.사진)는 성공하려면 시련을 기회로 보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자신의 경험과 교육관을 담은 저서 '꿈이 있으면 미래가 있다'(생명의 말씀사)의 국내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한국에 왔다. 그는 2주일 동안 국내에 머물며 활발한 강연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강 박사는 재미 동포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이다. 국가장애위원회 차관보는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는 고위직으로 군인으로 치면 4성장군급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달 13일 미국 루즈벨트재단이 선정한 '127명의 공로자'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강 박사와 함께 공로자 명단에 오른 인물들은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미국 역대 대통령만 8명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다. 루즈벨트재단은 강 박사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됐으며 유엔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으로 장애인을 위해 헌신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누구보다 성공한 유명인이 됐지만 강 박사의 청소년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중학교 때 축구를 하다 사고로 시력을 잃었고, 부모님은 병환으로 일찍 세상을 떴다.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던 누나마저 병으로 숨졌다. 여동생은 고아원으로, 남동생은 남의 집 철물점으로, 그는 맹인 재활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서울맹학교를 졸업한 뒤 연세대 교육학과에 지원할 때는 "시각장애인은 안된다"는 사회의 편견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러나 그는 연대 문과대를 차석으로 졸업한 뒤 국제로타리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아 미국 피츠버그 대학으로 유학가는 기회를 얻었다. 3년8개월 만에 교육학석사, 심리학 석사, 교육철학 박사학위를 땄다. 시각 장애인으로서는 한국 최초였다. 그는 자식 농사에도 성공했다. 큰 아들 진석씨는 하버드대를 나와 유명 안과의사가 됐고, 둘째 아들 진영씨는 변호사로 민주당 원내총무 수석법률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박사는 자식 교육의 비결에 대해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항상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태도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식 교육에만 치중하는 한국의 사교육 열풍에 대해 우려했다. 강 박사는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태도가 비뚤어지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교육은 지능지수(IQ)를 높이는 데 치우쳐 더 중요한 감성지수(EQ)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독점권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법률에 따라 판결했겠지만 너무 좁은 시각에서 본 것 같다. 미국에선 시각장애인에게 연방정부 건물과 고속도로 휴게소의 스낵바와 자동판매기 독점권을 주고 있는데 평등권의 잣대로만 들이대면 그것도 위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정철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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