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대표는 6월16일 임기를 마쳤다. 임기 중 박 전대표는 신화를 창조했다. 끝 간데 없이 추락했던 당 지지율을 50%로 끌어 올렸고, 모든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퇴임 길에 선 박 전대표의 뒷모습은 쓸쓸한 게 아니라, 오히려 화려했다는 평가가 앞선다. 하지만,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예비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험난한 시험무대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대중성과 동시에 짓궂은 비난도 거셌다. 유신공주, 수첩공주, 백자공주 등의 공주 시리즈를 비롯해 몇 차례 리더십 위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당내에서조차 그를 비난하고, 시기하는 인사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객관적인 비난은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대선가도에 접어든 지금, 박 전대표에게 걸림돌은 없는 듯하다. 약점으로 평가돼 온 ‘사람들’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퇴임하는 박 전대표 주변엔 이른 바 ‘8인방’이라 불리는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지난 2년 크고 작은 선거, 박 전대표는 언제나 러브콜 1순위였다. 그가 가는 곳마다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일반 대중들도 함께 했다. 선거에서 박 전대표의 ‘미소’와 ‘악수’는 그 어떤 정책·공약이나 현안도 멀찌감치 제치는 효력을 발휘했다. 그렇다고 박 전대표를 찾는 이들이 모두 ‘박근혜의 사람들’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들에게 박 전대표는 충분조건이 아닌 어디까지나 필요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손학규 연대에 반격 하지만, 상황은 크게 변했다. 박 전대표의 퇴임 길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팔 걷어붙이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겠다는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인사들을 꼽으라면, 전여옥 김영선 김무성 김형오 유승민 이성헌 이혜훈 이규택 등 ‘8인방’이다.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에 버금가는 방어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박 전대표를 에워싸고 있다. 박 전대표의 퇴임을 계기로 박 전대표의 8인방의 보폭이 커지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박근혜 무력화’에 초점을 맞추고 연대작업을 펼치고 있는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손학규 전경기도지사의 움직임 때문이다. 이들의 연대는 ‘미래모임’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 실험’ ‘주류세력의 교체’라고 얘기하지만, 친박근혜 세력의 입장에선 늘 그랬던 것처럼 ‘반박근혜 연대’일 뿐이다.
미래모임 면면을 볼 때도 이명박 전시장과 손학규 전지사와의 친소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게다가 원내외 인사만 114명으로 정치모임 중 최대계파를 자랑한다. 특히 대선으로 진행될수록 당력의 분열 양상이 선명해진다는 정치관행상 이들의 ‘당대표 단일후보 추진’은 박 전대표의 대선 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미래모임의 경우 명분뿐만 아니라 정치적 목표도 분명하다. 단일후보로 선출된 권영세 의원은 미래모임의 세력에 비춰 최고위원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새롭게 꾸려지는 최고위원회는 과거와 달리 의결기구로서 그 권한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게다가 새 지도부는 2007년 대선 관리뿐만 아니라, 18대 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미래모임의 세확대는 대선정국 한나라당의 내용을 변화시킬 동력으로 작용할 변수로 자리매김할 공산도 크다. 이런 저런 이유로 8인방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이들은 각자의 독특한 개성과 충성심으로 박 전대표의 대선 레이스에 견고한 안전장치를 만들고 있다.
전여옥-김영선, 박근혜 대리 ‘자임’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박 전대표의 보완 역할은 전여옥 의원이 맡고 있다. 전 의원은 대변인으로서 박 대표의 복심을 전달했던 만큼, 누구보다 박 대표의 정치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사다. 박 전대표가 구상한 방법론은 ‘윈-윈전략’이다. 전 의원의 정치 영역을 넓혀주면서, 자신의 조력자로서 힘을 갖게 한다는 복안이다. 지방선거 직후 전당대회 차기 당대표 선출 문제에 한나라당의 당력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 의원의 출마는 당내 묘한 기류를 만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나라당 소속 여성의원 중 박 전대표 다음으로 대중성이 높다는 장점, 그리고 물의를 빚긴 했으나 한나라당 당원의 심장을 향해 쏘는 듯한 ‘애당심의 호소’는 이미 전당대회 최고위원은 떼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 전 의원에겐 여성 프리미엄도 있다.
전 의원의 선전을 기대하는 당내 인사들 주변에선 “3위는 기본이고, 잘하면 1위도 넘볼 것”이라는 높은 기대치의 예견을 심심치 않게 내놓는다. 바로 박심(朴心)의 개입 여부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중립’을 선언한 박 전대표이지만, 전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박 전대표의 최측근 인사다. 전 의원에 대한 박 대표의 전폭적인 신뢰도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 학력 발언, 김대중 전대통령과 관련 치매 발언 등이 파장을 불러왔을 때도 박 전대표는 직접 나선 전 의원을 보호했다. 이미 18대 총선에서 전 의원의 ‘공천’을 장담하기도 했다. 아무튼, 전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계기로 부쩍 바깥나들이가 잦아졌다. 하지만, 전 의원에게 내려진 특명은 ‘원내’가 아니다. 비교적 당원들에 인기가 높은 장점을 살려 ‘외연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혜훈 정책 메이커로 ‘급부상’ 6월17일 박 전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영선 대표도 눈여겨 볼 인사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질 전당대회 관리를 맡고 있다. 대표직 승계 1순위였던 원희룡 최고위원이 대표직 승계를 포기하면, 서열 세 번째인 그가 대표직을 이어받는다. 김 대표는 오는 7월11일 전대에서 새로운 당 지도부가 꾸려질 때까지 한나라당호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어떤 특명을 받았을까. 짚어볼 대목은 24일짜리 당대표라는 것. 애초 김 대표가 당대표직을 승계하는 데 있어 당내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상임위원장과 관련, 김 대표가 과기정통위 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소문도 돌았던 터다. ‘의혹’은 그랬던 김 대표가 24일짜리 당대표직에 앉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 대표는 박 전대표에 대해 섭섭함을 갖고 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때 경기도지사 후보에 도전했던 터다. 당시 김문수 후보의 경선 당선이 확실시되는 시점,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영선 후보를 당권파니 친박근혜 인사니하는 소문은 무성한데, 박 대표는 왜 도와주지 않느냐”고 푸념하기도 했다.다시 말해, 박 전대표와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퇴임 전 대권도전을 선언한 박 전대표의 입장에서, 후임 물색에 고민했다는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들의 전언도 심상치 않다.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지는 전당대회는 관리자가 내편의 대리인이어야 승산이 높다. 게다가 경기 고양일산이 지역구인 김 대표는 박 전대표의 지역적 한계도 극복하는 데 힘이 돼 줄 것이라는 계산도 엿보인다. 서울 서초가 지역구인 이혜훈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 의원은 박 전대표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후 한국개발연구원, 연세대 동서문제 연구원 연구교수 등의 화려한 이력에서도 그는 한나라당의 ‘정책통’으로 꼽히는 인사다. 김무성-
유승민,PK 소장파 ‘각개격파’ 특히 17대 국회 상반기 이 의원은 부동산 대책을 비롯한 현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을 제시하며 박 전대표의 눈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이 의원이 향후 대선경선 과정에서 박 대표의 정책공약 개발을 도울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편, 앞서 문제의 미래모임 각개격파에 나선 인사는 유승민 의원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구성된 모임이지만, 느슨한 연대라는 데 공략 포인트가 있다. 당내에서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리는 유승민 의원은 최근 ‘미래모임’에 가입, 단일후보 선거에도 한 표를 행사했다. ‘친박근혜’로 인식돼 온 유 의원의 참여는 박 전대표의 의중이 미래모임에 전달되는 효과로 번질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미래모임의 각개격파 ‘특명’과 관련, 김형오 이규택 의원도 박 전대표의 복심과 무관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김무성 의원과 함께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장점은 타계파의 거부감이 별로 없다는 것.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요즘 원내대표 경선을 이유로, 원내외 인사들과의 접촉에 나서며 박 전대표의 복심을 전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이 부산과 수도권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편, 박 전대표의 예비 대선캠프는 김무성 의원이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경선을 위해 여의도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김 대표는 사람들을 충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데는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도 도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정설이다. 또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 후엔 ‘김무성의 사람들’은 박 대표의 대선 캠프에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지난 경선에서 아깝게 현 이재오 대표에게 자리를 내줬으나, 김 의원은 현재 의원들과의 맨투맨 접촉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구경북 정서와 달리 부산경남에는 반박근혜 인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김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은 박 전대표로선 천군만마를 얻는 결과다. 게다가 김 의원의 지역구도 부산이다. 또 얼마 남지 않은 민주계 인사인 김 의원은 대선가도 외연확대라는 필수 코스에서 이래 저래 상징적인 존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 김 의원의 핵심측근으로 당내 살림을 맡고 있는 이성헌 제2사무부총장은 박 전대표의 ‘안테나’로 통한다.
<이금미 기자> nicky@ilyo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