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해유적 훼손, 기와 조각난채 쌓여있고 우물엔 잡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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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복원현장=상경 용천부 입구에 도착하자 궁성 입구인 오봉루 왼편으로 철제 계단이 눈에 띄었다.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오봉루가 여름철 하루 최고 3000여명에 이르는 관광객의 발길을 견디기는 힘들어 보였다. 실제 오봉루 오른쪽,왼쪽에는 현무암을 덧댄 뒤 시멘트로 붙인 흔적이 선명했다. 입구 오른쪽 발해시대 우물(古井)은 대형 철판과 쇠사슬로 봉쇄된 채 벽돌과 고유무늬가 대부분 깨져나갔다.
서둘러 제3궁성터 위에 오르자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궁성 복판에서 발굴된 아궁이터의 보호유리벽이 부서져 있었다. 고대역사의 생생한 현장은 영하 날씨 속에 유리벽 파편과 잡초,쓰레기들로 뒤섞여 있었다. 현지 가이드 A씨는 “지난달에만 해도 멀쩡했었는데…”라며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제3궁성터 뒤편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제4궁성터는 발굴이 중단된 채 수풀만 무성했다. 수풀 사이로는 주민이 당나귀와 수레를 끈 채 작업 중이었지만 이를 제지하는 공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발해왕조의 우물 팔보유리정도 지붕과 계단,우물 벽 등에 금이 간 채 궁성터 오른쪽에 덩그러니 위치해 있었다. 안내표지판은 사라졌고 철제 구조물만이 흉물스러웠다. 우물 지붕에는 곰팡이와 잡초가 자리 잡았다. 우물을 지탱하는 기둥은 금이 가 있고 페인트는 대부분 벗겨졌다. ‘발굴 작업 참가자 모두에게 문물보호 책임이 있다(文物保護 人人有責)’는 표어만 헛되이 서 있었다.
발굴 현장 주변에는 발해국의 찬란한 문화를 증명하는 부서진 기와조각들이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진흙탕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궁성의 주춧돌과 기둥 기초들 사이로는 양떼가 오가며 풀을 뜯었다. 오봉루와 제2,3 궁성터를 연결하는 대로의 좌우에는 콩밭이 드넓게 개간돼 있었다.
◇문화재 보호보다 관광지 개발이 먼저=중국 정부는 발해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발해진 인근 수천여기의 회족 무덤들을 모두 옮기도록 지시했다. 또 상경 용천부와 흥룡사 인근 가옥들 대부분을 철수시켰다.
특히 유적 곳곳에 발해를 당나라의 지방국가라고 명시해 이곳을 명실상부 중국 문화재로 인식시키려는 중국정부의 야심이 묻어났다. 입구에는 발해를 속말말갈이 건국한 당나라의 지방 민족국가라고 설명했다. 인근 박물관에는 발해 대신들이 당나라 의복을 입고 있는 그림을 걸었다. 중국정부는 내년에 이 박물관을 대폭 증축할 방침이다. 현지 부여사 연구 사학자한 사람은 “관광지로 개발한 뒤 관리하지 않아 망가져 가는 고구려 유적들처럼 발해의 귀한 문화재들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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