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2초 동안의 판단이 때로는 몇 개월의 분석 자료보다 정확하고 강력하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러 사건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며 읽는 이를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첨단 분석의 시대, 하지만 모든 상황에 분석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이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1초가 생사와 성패를 가르는 초고속 시대는 사람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결정력을 요구한다.
말단 직원으로부터 한 단계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가면서 좀 더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달리 이야기하면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킬 것인가.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오랜 시간을 투입하면 할수록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고정관념을 깨준다.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작동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적인 판단이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언제 본능을 믿고, 언제 경계해야 하며, 첫인상과 순간 판단이 관리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탁월한 의사결정자들은 덜 중요한 98가지 요인을 직관적으로 차단하고 정말 중요한 두 가지 요인에 초점을 맞출 줄 안다.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Thin Slicing)’라 불리는 과정이 그것이다.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란 수많은 정보 중에서 일부분만을 파악하여 결론에 이르는 방법이다.
설명은 간단치 않지만, 원리는 사실 단순하다. 가지치기와 정수 추출이다. 판단을 흐리는 쓸데없는 가지들은 가차 없이 쳐내 버리고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 뽑아내 일별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물과 상황에 대한 통찰이 가능해지고, 신과 같은 혜안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순간적 판단의 힘에 대해 이해하고, 오류를 경계하며, 이 무한한 본능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강화해 활용한다면 우리의 생활은 엄청난 질적 상승을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이 말콤 글래드웰이 이야기하는 순간적 판단, 즉 ‘통찰’의 힘이다.
‘통찰’까지는 아니어도 순간적인 판단은 사실 모든 이들이 늘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나, 쇼핑을 할 때, 낯선 곳에 갔을 때, 심지어는 눈앞에서 트럭이 덮쳐오는 위험한 순간까지도 우리는 늘 무의식적으로 순간적인 판단을 내린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첫눈에 반하는 것,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 이 모두 무의식이 머릿속에 들어 있던 수많은 경험을 통해 순식간에 처리해 내린 결론이다. 이 판단의 순간은 이 사람을 알기 위해 소비하는 몇 개월의 시간만큼이나 가치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은 크게 성공할 거라는 확신은 엄청난 데이터를 분석한 뒤에만 나오는 것인가. 아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이미 무의식에 자리잡은 거대한 컴퓨터가 이 사업의 전망을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분석해놓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단숨에 결론까지 도약하는 뇌의 영역을 적응 무의식 영역이라고 하는데, 최근 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연구를 중요한 분야로 여긴다.
이 적응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묘사한 무의식, 즉 너무 큰 혼돈에 휩싸여 있어 의식적으로 사고하기 힘든, 욕망과 기억과 환상으로 가득한 음침한 영역과는 다르다. 적응 무의식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하는데 필요한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는 일종의 거대한 컴퓨터라고 보면 된다.
인간이 오랫동안 종족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극소량의 정보를 토대로 매우 민첩하게 판단할 수 있는 별도의 의사 결정 장치를 발달시킨 덕분이다.
정확한 순간 판단 능력, 즉 우리가 종종 이야기하기하곤 하는 ‘통찰’은 뼈를 깎는 노력과 숙고와 고뇌의 산물이다.
저자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순간적 판단과 첫인상을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만일 우리가 본능과 같은 무의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에게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게 틀림없다. 저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볼 때 우리가 거둘 수 있는 효과를 이렇게 확신한다.
“전쟁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선반 위 물건들,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 심지어는 경찰들의 훈련 방식, 커플의 카운슬링 방식, 입사 면접 방식 등이 모두 달라질 것이다. 이 작은 변화들을 두루 모아 엮으면 마침내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자신과 우리 행동을 이해하려면 눈 깜짝하는 동안의 순간적인 판단이 수개월에 걸친 이성적인 분석 작업만큼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콤 글래드웰 저/ 21세기북스 펴냄/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