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

회고록 ‘열정시대’ 출간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

북코치 2006. 12. 15. 13:43

[책과 사람] 회고록 ‘열정시대’ 출간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


“편집자로 1년,영업자로 15년,다시 연구소 세우고 출판 비평가로 9년,꼬박 25년을 책만 끼고 살았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48·사진) 소장의 인생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1982년 20대 청년으로 출판계에 발을 디딘 한 소장은 편집자,영업자,평론가,저자,출판 전문지 발행인,출판연구소 소장 등 현장과 이론을 오가며 다양한 이력을 쌓아왔다.

한 소장이 그간의 출판인생을 정리한 회고록 ‘열정시대’(교양인)를 냈다. “오십도 안 된 나이에 회고록을 내는 게 쑥스럽다”는 그는 “제 자신의 이야기보다 출판계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자는 의미로 썼다는 점을 변명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한 소장의 말처럼 책은 출판계의 후일담 성격이 강하다. 그가 현장에서 뛰던 1980∼1990년대는 ‘출판의 시대’였다. 그 시절 출판은 산업이 아니라 정신이었고 운동이었다. 창비의 ‘전투적 영업자’로 15년을 일한 한 소장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출판인이기도 하다.

김지하 시집 ‘타는 목마름으로’ 같은 금서들을 몰래 내다 팔던 얘기부터 저녁 때면 출판사 앞에서 술판을 벌이며 당대 최고 지식인들과 나누던 시국담이나 김남주 시인이 숨지자 유족들을 위해 시집을 팔러다니던 기억 등 당시 출판계의 풍경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또 400만부나 팔린 ‘소설 동의보감’을 비롯해 답사붐을 불러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시집으로서는 기록적으로 80만부가 팔린 ‘서른,잔치는 끝났다’,홍세화씨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등 당대 베스트셀러들에 대한 회고담도 즐비하다. ‘서른,잔치는 끝났다’의 제목이 ‘마지막 섹스의 추억’이 될뻔했다는 사실은 그 중 하나의 에피소드.

한 소장은 “80년대와 90년대 출판계가 완전히 대별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80년대는 운동으로,90년대는 상업화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지금 출판 정신이나 책의 정신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를 물었을 때,저는 80년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소장의 출판인생에서 키워드는 열정이다. 요즘에도 한 달 평균 500장의 원고를 쏟아낸다. “사람의 열정이 불러일으키는 변화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출판계가 위기라고 하는데,그 이유가 출판사 내부에 열정이 있는 사람을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계가 젊은 친구들의 열정을 죽이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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