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창조를 마치고 지루해진 하느님, 지구여행을 떠나다!
“천지창조의 위대한 과업을 마치시고 우수에 빠진 하느님, 이제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지상으로 내려가시다.” 이 책은 이처럼 지상으로 내려간 하느님이 대기업 인사부장과 입사면접을 치르는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그린 ‘위트소설’이다. 취업을 위해 하느님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입사면접에 임한다는 신(神)의 의인화를 통해 인간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재치 넘치는 위트와 풍자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장 루이 푸르니에는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처럼 그 특유의 발칙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느님의 엄청난 이력서, 그 안에는 무엇이 쓰여 있을까?
하느님의 ‘엄청난’ 이력서를 가운데 두고 마주앉은 하느님과 대기업 인사부장. 둘 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면접은 차분히 진행된다. 다소 거만하고 냉소적인 하느님이 자신의 경력사항을 담담히 밝히자, 인사부장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짐짓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의 천지창조 경력에 대해 하나씩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하느님은 자신이 애써 만든 창조물 중 인간이 가장 큰 실패작이라고 토로한다. 별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하늘은 TV를 보느라 인간들에게 시청률이 늘 저조했고, 다른 좋은 말들은 안 들으면서도 유독 “사랑하고, 번식하라”는 말은 너무도 잘 들어서 급기야 지구를 ‘거대한 주차장’으로 만들었고, 자신이 숨겨든 쓰레기를 파헤쳐서 지구를 오염시키는 등 온갖 나쁜 짓을 자행한 인간을 만든 것을 후회하며 한탄한다.
때로는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
인사부장은 그렇다면 스스로 세상에 나오겠다고 요구하지도 않은 인간을 왜 만들었냐며 따져 묻는다. 그러자 하느님은 “나는 사는 게 지루할까봐 겁이 났소. 집 안이 텅 비어 있으면 신이 나질 않았소.” 하며 지극히 인간적인 속내를 내비친다. 자신이 사는 하늘나라에 안부전화 한통 없는 인간들이 마냥 섭섭한 하느님. 저자는 이런 하느님의 외로운 모습을 통해 자신만을 챙기느라 타인과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고독한 내면도 꼬집어내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하느님’은 종교적인 존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물질만능과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현대인의 모습을 여과 없이 비춰주는 자화상 같은 존재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유서를 통해 더욱 현실감 나게 드러난다.
나는 지구의 법정 용익권을 인간들에게 넘깁니다. 인간들은 자기들의 비용으로 지구를 관리하고 고장 난 곳은 고쳐야 합니다. 허유권은 내 아들에게로 갑니다(나는 내 아들로부터 상속권을 박탈하고 싶지만, 현행법으로는 나한테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가 없습니다). 인간들은 자기들로 인해 상아가 잘린 모든 코끼리들과 뿔이 잘린 모든 코뿔소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인간들은 또한 이 지구를 자기들이 처음 물려받았을 때처럼 늘 깨끗하고 청결하게 유지해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 하느님의 유서 중, 164p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준비하기에만 바빠서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이 책의 하느님은 딱딱한 훈계조가 아닌, 톡톡 쏘면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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