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명품을 갖고 있고, 몇 명의 남자에게 섹스어필하는지가 여자의 능력과 가치를 좌우하는 세상, 그에 대한 주인공 만옥의 통쾌한 반격과 복수를 지켜보시길.
소설은 언제든 꼭 써보고 싶던 장르였다. 방송작가로서 10년 넘게 글을 써오면서, 기획의도와 짜여진 구성 틀에 맞추는 글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할 수 없었다. 반면 소설은 형식, 구성, 문체, 스토리를 마음껏 창작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소설은 나의 관심 분야인 2, 30대 싱글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미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를 집필하면서 동시대를 사는 여성들과 호흡하는 즐거움을 경험했다. 그러나 실제 나의 이야기에 의존하다 보니, 현실 여성들의 다양한 고민과 좌절을 그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책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어떤 제한이나 구속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썼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2006년 12월, 뉴욕이나 도쿄가 아닌 대한민국을 사는 여성들의 삶을 말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회원들을 자산상태나 학력, 가정, 직업, 외모 등으로 ABCD급으로 분류하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거기에 소설적 재미를 가미하기 위해 ‘쇼핑’의 코드를 빌린 것이다. 쇼핑이야말로 21세기 여성을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행동 양식이다. 커피 한 잔에서부터 가방, 옷, 자가용, 아파트, 사랑과 결혼까지도.
물론 남자를 구두나 가방처럼 물욕화했다거나 쇼핑 품목으로 연결한 것이 몰상식한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소설적 재미 정도로 봐주기 바란다.
실제로 주위를 돌아보면 요즘 여자들은 이와 다름 없는 잣대로 남자를 규정하고 있다. 남자친구가 어떤 차를 타고 배기량이 얼마인지를 놓고 능력을 가늠하는 시대 아닌가. 친구의 남자친구가 더 큰 차를 몰고 나타나면 자존심이 상하고 열등감마저 느껴지는, 요즘 여자들의 심리를 숨김없이 묘사하고 싶었다.
가장 힘들었던 게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통쾌한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한 가지 바람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읽는 내내 통쾌하고, 책을 덮은 뒤에도 ‘속이 다 시원하네’ 할 그런 캐릭터.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을 괴롭히는 신체적, 성격적 단점을 다 갖춘 ‘장만옥’이 탄생했다.
멋진 남자와 데이트하고, 직장에선 잘 나가고, 과감하게 쇼핑을 하면서 멋지게 살겠다는 포부를 안고 사회에 나왔지만 발언권조차 얻기 힘든 현실. 그러니 상사에게 당한 날, 남 몰래 복수를 꿈꾸고, 외로운 주말이면 멋진 남성과 연애하고, 카드 값에 대한 부담 없이 마음껏 쇼핑하는 것은 판타지일 뿐이다. 주인공 장만옥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와 무엇 하나 도와주지 않는 바로 이런 현실에 두 발을 단단히 딛고 꾸역꾸역 살아가면서도 가슴속에 성공과 행복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여자이다.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무척 화려하고 재미있지만 돌아서면 어딘가 모르게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미국이나 되니까 또는 뉴욕이나 되니 이러고 사는 거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땅에서 나와 함께 호흡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 책은 우리를 이류 취급하는 사회, 직장 상사, 남자들에 대한 통쾌한 반격이자 복수 같은 거다. 우리가 연예인들처럼 늘씬하지 않다고 해서, 키 작고 얼굴이 예쁘지 않다고 해서, 나이 많고 가진 것 없다고 해서 세상이, 남자들이 함부로 무시해도 좋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줄 때가 온 것이다. 주인공이 현실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도 그 지혜와 용기를 나눠 갖길 바란다.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에서 말했듯, 저지르고 보는 정신! 실패든 승리든, 저지르는 자만이 맛볼 수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울고만 있거나 술을 마신다거나 친구를 만나 투정을 하고 쇼핑으로 적당히 때우는 것으로는 달라질 수 없다.
현대 여성을 구성하는 3요소는 ‘일, 사랑, 쇼핑’이다. 그런데 주인공에겐 그 세 가지가 없다. 어느 하나도 완벽하지 못한 여성이 팍팍한 현실에서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고 겪는 방황, 실수, 좌절, 희망의 이야기를 썼다.
최악의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힘은 ‘이왕 사약을 받기로 했으면 접시까지 먹어치우겠다’는 용기이다. 여자들아, 힘내자. 그리고 웃자! 꿈에 다가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자. 바로 이것이 소설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다.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 여기서 끝내기엔 우리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말도 못하게 많은 것이 현실 아닌가? 현재 2편을 구상중이고 뉴욕과 워싱턴으로 취재 여행도 다녀왔다.
당분간 2, 3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쓸 계획이다. 바로 내 이야기이고 그녀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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