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연구원,한국독서문화경영연구원,책나누기국민운동본부)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上, 下)
“정도전 선생이 있다. 나는 그를 수백 년 내 최고의 업적자로 본다.”
- 故 노무현 前 대통령(2007년 12월 마지막 기자 만찬 中)
14세기 ‘근세의 지성’ 정도전이 6백년 역사를 관통해 우리에게 다가왔다. 동서양 그 어디에서도 꿈꾸지 못한 ‘민본(民本) 정치’의 대계를 세운 정도전! 제왕에 가려진, 공신의 지위에 숨겨진, 조선의 진정한 개국자, 정도전의 삶을 현대적 시선으로, 소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정독하라!
출판사 서평
“백성의 마음을 얻어라. 그러지 못한다면 백성이 군주를 버릴 것이다!”
오직 신념 하나로 조선의 새 아침을 연 정도전, 그의 삶을 소설로 읽는다!
17세기 이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는 근대헌법의 토대가 된 서양의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그러나 조선에는 이미 14세기에 민본의 신념을 구현한 위대한 헌법이 있었다. 바로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이 그것. 훗날 ‘경국대전’의 모태가 된 이 노작(勞作)은 신하가 왕을 견제하는 조선조 5백 년 역사의 주춧돌이 되었다.
이 대역사를 이룬 인물이 바로 정도전이다. 14세기를 살면서 왕이 아닌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꾼 인물. 귀족에게서 땅을 몰수해 농민에게 돌려줄 구상을 한 인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6백 년 정도(定都) 한양을 설계한 인물. 고구려와 발해의 기상을 이어 요동을 호령하는 제국을 꿈꾼 인물, 정도전!
그러나 그의 꿈은 안정을 원하는 이성계와, 왕에의 욕망을 버리지 못한 이방원 사이에서 미완에 그치고 만다. 아버지의 자리를 탐내는 아들과, 아들을 죽이려는 아버지 사이에서 정도전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 정도전과 함께 격동의 여말선초(麗末鮮初)를 살았던 외로운 천재와 영웅들, 정몽주, 이색, 하륜, 공민왕, 최영 등은 어떤 모습으로 역사를 이끌어갔는가? 대한민국 팩션의 길을 개척한 소설가 이수광의 신작, 《정도전》을 통해 만나보라!
오늘, 우리는 왜 정도전을 읽어야 하는가?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민본정치의 대계를 세운 정도전!
14세기 고려, 밖으로는 원나라의 속국으로서 독립국가의 지위를 상실하고 홍건적의 침입으로 바람 잘 날 없었으며, 안으로는 악정(惡政)을 일삼고 음란한 행위만 되풀이하는 왕들에 의해 도탄의 지경에 빠져 있었다. 성리학의 세례를 받은 신진 사대부들은 개혁을 추진했으나 그들에게는 힘이 없었고, 개혁 이상의 새 세상을 열려는 의지 또한 없었다. 오직 한 사람, 정도전을 제외하고는.
천민인 외가 때문에 관료진출의 길이 막힌 그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아예 ‘판을 새로 짜는’ 구상을 세운다. 혁명을 준비한 것이다. 함주(함경도)까지 찾아가 이성계를 혁명의 파트너로 만들고, ‘위화도 회군’을 구상하여 역사의 흐름을 되돌려놓았다. 마침내 새 나라 조선을 세운 것!
그는 역성혁명에 성공하고도 왕이 아닌 신하로 남을 것을 자처했다. 왜인가. 그의 시선은 한없이 높은 ‘왕’이 아니라, 지극히 낮은 ‘백성’에게 시종일관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는 성리학의 기본이념에 따라, 백성이 등 따습고 배부르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이미 6백년 전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시도되지 못했던 ‘민본정치’라는 거대한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조선조 내내 역적의 대명사로 불리는 치욕을 겪었지만, ‘조선경국전’을 비롯해 그가 이룬 치적과 신권정치의 신념은 조선왕조를 관통해 이어졌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왕권 견제장치를 만들고, 왕에게 무소불위 권력을 주지 않았던 강력한 신권정치의 나라 조선. 왕과 신하가 균형을 이룸으로써 5백년의 사직을 이어올 수 있도록 대계를 세운 것이 바로 정도전이다. 그의 신념이 만든 세상과 그의 굴곡진 삶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의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정도전은 단순한 책사나 지략가가 아니라, 국가의 아침을 창조하였다. 그는 정치가이자 사상가였으며 문학인이었다. 정도전은 요순의 이상향을 꿈꾸었고, 백성들이 등 따습고 배부를 수 있는 세상을 원했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백성들을 위하여 민본정치를 실현하려고 하였다.
— 이원명 교수 서울여자대학교 사학과, 인문대학장
한국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도도하게 흘러온 ‘백성이 나라의 뿌리’라는 집요저음(執拗低音)의 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을 신명나게 만드는 ‘한국형 리더십의 원형’을 만나려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정도전을, 그리고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 박현모 실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세종처럼》의 저자
정도전은 역사의 어둠 속에서 성장하였다. 암담함은 그에게 신념을 무장시켰으며, 좌절은 의지의 근원이었다. 난세가 영웅을 부른 것이 아니라, 영웅이 난세를 장악한 것이다. 그리고 작가 이수광은 영웅의 서사시를 비장하게 읊어낸다.
— 이준익 감독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라디오 스타>, <왕의 남자>
단언한다. 이수광은 작가 인생에서 지금, 정점에 올라섰다. 모두가 역사의 조연으로 감추어 두었던 조선 사내 정도전을 이토록 역동적이고, 땀내 물씬 나게 부활시킬 수 있는 작가는 내가 아는 한 이수광뿐이다.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 김종학 감독 <태왕사신기>,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차례
(上) 1장 조선을 경영하다 2장 천하를 가슴에 품은 소년 3장 앞산 기슭에 가신 님 묻었다오 4장 하늘로 솟는 신검 5장 아아 그리워라, 요순의 태평성대여 6장 사심을 버리다 7장 제국에 내리는 비 8장 영웅으로 태어나는 법 부록 정도전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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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9장 용이 여의주를 물다 10장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11장 천명을 기다리는 사람들 12장 피를 예고하는 개혁 13장 이상향을 향한 질주 14장 핏빛 태양 15장 생사의 간격 16장 생의 가치 17장 신념의 유산 18장 에필로그―거인의 그림자 작가의 변辯 고독한 혁명가이자 위대한 사상가, 정도전과의 대화 부록 정도전 연보 |
저자 소개
“나도 당신들처럼 치열하게 신념을 갖고 살고 싶다고. 나는 진심으로 당신들을 흠모한다고. 당신들이 나의 정도전이라고. 죽은 정도전이 내게 가르쳐준 신념이다. 박수는 내가 먼저 당신들에게 보낸다.”
- 작가의 변 중에서
작가 이수광
소설가. 충북 제천에서 출생, 전형적인 농촌 출신 작가여서 작품 속에 서정성이 묻어난다.
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로 등단하여 도의문화저작상(소설부문),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했고 역사 소설 《나는 조선의 국모다》를 발표했다. 계간 〈미스터리〉 주간을 역임하고 여러 신문에 연재소설을 발표한 바 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등으로 팩션 역사서 붐을 조성하고 《대륙의 영혼 최재형》, 《불멸의 기억 안중근》 등으로 잊힌 영웅 등을 조명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팩션 역사서나 역사소설에서도 항상 민중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책 속으로
“경국전을 널리 반포하라는 말씀이시군요. 대신들의 반발이 아직까지도 만만치 않은데 말입니다.”
이방원이 호탕하게 웃으며 정도전을 쏘아보았다. 찍어 누르는 듯한 강렬한 눈빛이다. 정도전이 긴장하는 표정으로 이방원을 쳐다보았다. 이방원은 정도전을 압박하듯이 허리에 손을 가져가 칼을 움켜쥐었다.
“경국전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의 기틀을 다지는 원대한 책략입니다. 이를 반대하는 것은 소인배들입니다.”
정도전이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에게 달라붙는 이방원의 눈빛을 가차 없이 차단하여 되돌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대가 조선을 다스리려는 의도로 찬진했던 것이 아니오?”
이방원이 불쾌한 표정으로 정도전을 쏘아보았다. 두 사람이 눈빛이 허공에서 불꽃을 튀겼다.
“과연 왕자님께서는 혜안을 가지고 계십니다. 신은 조선을 경영하려고 하였습니다. 신이 조선을 경영하고 전하께서는 신을 경영하시는 것이 이 정도전의 꿈입니다.”
- (上권) 23쪽
“내가 선정을 베풀면 백성들은 어떻게 바뀌는가?”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면 논밭은 경작이 잘 되고 도성은 활기에 넘칩니다. 나쁜 짓을 하려는 자가 없기 때문에 송청(訟廳)이 한가해지고 관리는 질서정연하게 일을 처리합니다. 사회의 공법(公法)이 잘 지켜지고 무법자는 사라집니다. 곡식 창고는 가득 차고 감옥은 텅텅 비게 됩니다. 현인이 발탁되고 악인은 자취를 감춥니다. 관직에 있는 사람은 공정한 것을 좋아하고 아첨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병사는 무용(武勇)을 중하게 여기고 사리사욕에 빠지지 않습니다. 백성들은 사치를 버리고 근로(勤勞)에 힘씁니다.”
정도전은 도도하게 선정을 해야 하는 이유를 공민왕에게 설명했다.
“요설이로다. (…) 그대는 성리학을 하는 학자로 임금을 현혹하려고 했다.”
(…) 공민왕이 노기를 띠고 언성을 높였다. 정도전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왕이 변했다… 더 이상 고려는….’
정도전은 캄캄한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 같은 절망감을 느꼈다.
-(上권) 182쪽
우왕은 정도전이 예측한 대로 최영을 8도도통사, 조민수를 좌군도통사, 이성계를 우군도통사에 임명하여 5만 대군을 이끌고 출정하라는 영을 내렸다.
정도전은 개경이 전쟁의 바람에 휩쓸리는 것을 주시하면서 비상한 책략을 수립했다.
“위화도에 이르면 좌군도통사 조민수 장군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만약 설득되지 않으면 장군께서 동북 면으로 돌아간다고 하십시오.”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비밀리에 말했다.
“설득되지 않으면 나보고 군사들을 이끌고 동북 면으로 돌아가라는 말이오?”
이성계가 놀라서 물었다.
“조민수 장군을 곤경으로 몰아넣는 일입니다. 장군께서 동북 면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혼자서 명나라와 싸울 수도 없고 군법을 어기고 회군할 수도 없어서 사면초가에 빠질 것입니다.”
“과연 기이한 책략이오.”
이성계는 비로소 무릎을 치면서 기뻐했다.
‘위화도에서 회군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제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성계는 비장한 각오를 했다. 정도전의 책략대로 이루어지면 고려를 손에 넣을 수 있으나 실패하면 죽음뿐이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었으나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다짐했다.
-(下권) 60쪽
남산에서도 성곽공사가 한창이었다. 한양을 둘러싸고 온통 성곽공사가 띠를 두른 것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성곽이 한 길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성곽이 높지 않습니다. 적이 쳐들어오면 막아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성곽을 더 높여야 하지 않습니까?”
하륜이 의아한 표정으로 정도전을 쳐다보았다.
“내 들으니 일본의 강호성(江戶城, 에도성)은 해자와 성곽으로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고 하네. 허나 중국 북경의 외성은 성곽이 의외로 낮다네.”
“그건 왜 그렇습니까?”
“그 이유는 천자가 백성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제거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네.”
하륜은 정도전의 말에 소름이 끼치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정도전은 궁궐이나 한양의 성곽조차 백성들을 배려하면서 건축하고 있었다.
-(下권) 175쪽
명나라의 황제 주원장은 황금빛의 곤룡포를 입고 용상에 앉아 있었다. 하륜은 주원장에게 절을 올리자 그의 싸늘한 시선에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조선 국왕과 정도전이 지음이라고 했느냐?”
“그러하옵니다.”
“그러면 누가 정도전을 죽일 수 있겠느냐?”
주원장이 하륜을 쏘아보았다.
“정안군입니다.”
“정안군은 국왕의 다섯째 왕자를 말하는 것이냐?”
“예, 인물이 출중하여 일찍부터 조선의 대신들이 세자로 책봉하기를 바랐는데 전하께서는 어린 왕자를 세자로 세우셨습니다. 폐하께서 정안군을 용인하시면 대대로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요동을 거론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륜의 말에 주원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안군 이방원이 거사를 하는 것을 용인해주면 요동을 포기하겠다는 말인 것이다.
-(下권) 189쪽
삼봉 정도전을 만든 결정적인 글
"당신은 평일에 부지런히 독서하느라
아침에 밥이 끓든 저녁에 죽이 끓든 간섭치 않았지요.
한 톨의 곡식도 없는 데,
아이들은 방에 가득해서 춥고 배고프다고 울었죠.
제가 끼니를 맡아 그때 그때 어떻게 꾸려 나가면서도,
당신이 독실하게 공부하시니 뒷날에 입신양명하여
처자들이 우러러 의뢰하고 가문에는 영광을 가져오리라고 기대했어요.
그런데 끝내는 국법에 저촉되어 이름이 욕되고 행적이 깍이며,
몸은 남쪽 변방에 귀양 가 독한 장기(獐氣)나 마시고
형제들은 나가 쓰러져서 가문이 여지없이 탕패되고,
세상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것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현인군자라는 것이 진실로 이러한 것입니까?"
"그대는 집을 근심하고
나는 나라를 근심하는 데
둘 사이에 어찌 다른 것이 있겠소..."
조선왕조의 설계자 삼봉 정도전의 아내가
남편에게 보낸 글을 읽고
답장을 보낸 내용이랍니다.
정도전은 정신병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쇠약해지기도 했는 데,
정도전이
"울적한 생각에 마음이 혼란한 데,
온갖 도깨비들이 서로 빈정대고 왔다 갔다...
너희들은 왜 여기 와서 나를 괴롭히느냐?" 라고 하자,
도깨비들이
"이런 곳이야말로 도깨비가 사는 곳인 데...
평상인 축에 끼지 못해 사람들이 당신을 만나면
모두 손을 저으며 돌아서곤 하는데,
우리들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했다는 글을 보면
정도전의 심신이 얼마나 고달펐으면
이토록 정신이 혼미해졌을까 짐작이 갑니다.
이후 정도전은 크게 깨달음을 얻어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선시대 최고의 정치가로 성장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파이데이아 독서문화 아카데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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