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대한 책들은 이미 여러 권 발간되었다. 우리가 기억하기에도 오래 전에 출간된 김현의 책읽기, 장정일의 독서일기 이외에도 최근에 출간된 이권우의 책과 다치나바의 책들이 있다. 이 책들은 나름대로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지만 목적론적 책읽기, 혹은 실용적인 책읽기라 말할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물론 이 책들의 저자들 또한 엄청난 독서광들이기는 하지만, 이 책들이 담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직업적이거나 실용적인 독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 책 속에는 어린 시절의 책읽기가 거의 언급되어 있지 않거나 언급되어 있다 하여도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1.이 책은 체험론적 독서론이라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린 시절의 독서가 성인이 되어서도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어린 시절 살던 도시의 분위기, 가족 이야기, 학교 생활 등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자신의 독서와 어떻게 조합을 이루고 있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그 때에도 언제나 마음 속에는 자신이 사는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책을 통해 끊임없이 세상을 배회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과 같은 구축함은 없나니/우리를 땅 저 멀리 데려가노니/페이지와 같은 강좌는 없나니 /활기찬 시위."와 같이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인용하기도 하다.
이런 이러한 이 책의 체험적인 독서론은 저자가 미국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 사회는 목적 없는 독서에 대해 적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발전의 도구 이상으로 간주하는 독서를 의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로 윈프리의 예를 들면서 독서는 혼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미국사회에서 혼자라는 것은 고독한 자로 연결되고 고독한 자는 패자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말한다. "나는 우월감이나 발전을 위해, 심지어 배우기 위해 책을 읽지 않았다. 나는 이 지상에서 그 어떤 행위보다 책읽기를 사랑했기 때문에 읽었을 뿐이라"고
2.이 책은 여성이 쓴 독서론이다. 이 점이 이 책이 앞에서 언급한 책들과 다르다. 그리고 대단히 문학지향적 독서론이다. 여성의 독서론과 문학지향적 독서론이 서로 연관성이 있다면 여성들은 문학지향적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데, 함부로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여성이 쓴 독서론과 문학지향적 독서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부분은 문장이 대단히 섬세하고 감성적이다는 사실이다. 이 책 속에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나는 어린시절 여행을 꾸몄던 방식대로 오늘날 여행한다. 비행기 안에서 혼자 행복하게 책 읽는 것, 그런 것이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여행이다. 어린시절의 내 자아가 날개를 가질 수 있다면 오직 그녀의 영혼만이 높이 솟구쳐오르게 하고 싶다. 책이 비행기이며, 기차아며, 길이다. 책은 행선지이며 여정이다. 책은 집이다"처럼. 그래서 읽기 편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쉽게 책읽기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문학지향적이기 때문에 이 책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는 데 이러한 사실 또한 이 책이 전혀 낯설지 않다.
3.이 책 속에는 간략하긴 하지만 출판과 독서의 역사도 있다. 다시 말해 고대에서 현대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그것도 나열식이 아니라 작가의 비판적 안목을 곁들여서. 소크라테스에 대한 저자의 비판을 한번 보자.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독서를 시간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책은 기껏해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상기시켜 줄 따름'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처음으로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이후 2500년 동안 그가 보낸 경멸이 활자화된 페이지 위에서 다시 불붙는 것을 보았다면 -소크라테스의 말을 읽은 일군의 독자들이 그들이 이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던 것을 독서를 통해 배웠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그 위대한 사상가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다."라고 쓰면서 종이책의 미래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3장)
"책의 죽음은 불가능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책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분명하다..... 우리가 단지 정보를 알기 위해 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맛보고 싶고 그것을 가지고 다니고 싶고 우리의 팔 아래서 책의 무게를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라고.
4.이 책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저자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계기를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애너 퀼들런은 독서가 마치 두 개의 막대기를 비벼서 불을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독서 행위와 전혀 그럴 듯하지 않은 단조로운 과업이 열과 빛을 가져다준다. 어린아이의 행동을 지켜보면 이점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멈춤이라는 신호판, 요리 비법, 동일한 문구로 복제된 편지, 포장할 때의 지침서와 같은 것의 신비에 수 년 동안 망해졌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어려운 일인가를 선명하게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해 상징이 단어를 만들고 단어가 문장을 만들고 문장이 감정과 장면을 만들고 마음의 눈으로 상상된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자명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라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동화 작가인 로이스 로우리의 말을 인용한다.
"나는 그 때의 흥분된 느낌을 지금도 기억한다. 각각의 글자가 소리를 가지고 있고, 그 소리들이 모여 단어를 만들며, 그 단어들이 문장이 되고 문장이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최초로 깨달았을 때의 그 흥분된 감정을 말이다"
그러면서 책이 드물던 시절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사람들을 회상한다. 그 사람들은 책을 그나마 많이 가지고 있던 사람(로푸르노 부인), 어머니가 좋아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 축약본 이야기, 책을 빌려보았던 도서관 등에 대해 언급한다. 특히 로푸르노 부인의 지하서가에서 책을 빌려가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것이 열 살 무렵이었다고 밝히면서 그 곳에서 독서를 통해 키워갔던 꿈을 아름답게 펼쳐보인다.
5.마지막으로 저자는 독서의 기능에 대해 언급한다. 그녀는 독서의 기능에 대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암시한다.
"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바로 그 책 자체였으며 또 다시 읽을 수 있고 변하지 않는다. 오직 우리가 변했을 따름이다. 바로 이점으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책을 우리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그 책의 유용성과 사회성 등등을 크게 다르게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저자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든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논란을 많이 불러 일으킨 책으로,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한 세대간 입장의 차이를 통해 독서의 기능에 설명한다. 이 책에 대해 사춘기 세대들은 그들 스스로를 보다 인간적으로 느끼도록 해주고, 스스로를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처럼 느끼지 않도록 해준다.
이러한 사실은 이 작품이 많은 사람의 엄청난 찬사를 불러일으켰던 사실을 대변한다. 이와는 반대로 이 책이 미국의 도서관 협회의 학교 도서관 금서 목록에 늘 올려져 있는 사실을 통해 독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이뿐 아니라 저자는 교육 받은 자들의 독서에 대한 편견(독서에도 올바른 방법과 그릇된 방법이 있다는)과 문학비평가들의 역기능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하며, 대학에서의 목적성만을 위한 독서도 신랄하게 비판하다. 이와는 반대로 독서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서도 말한다. 독서의 경이감의 하나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며(교육의 관점에서나 사회의 정신사회적인 측면에서나), 고독을 줄여줄 수 있다고도 한다.
책의 기능이 무엇이든 결론적으로 저자는 말한다.
"멋지고 훌륭하게 짜여진 이야기 속에서 사회적 행위와 영적인 기도와 극적인 순간에 부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은 개인적이면서 정치적이고 동시에 재미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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