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朴)가라는 사람이 며칠 전에 제게 말하기를 ‘평양에 배포된 책을 한 권 입수하여 정독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조선말로 ‘야소교 책이 매우 좋소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번에 상당히 많은 성경책과 기독교 서적을 준비하였으며 조선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중국 베이징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역지입니다. 1년에 한두 차례 아시아 각국에서 사절단들이 방문하는데 선교사들은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습니다. 조선인은 어느 민족보다 복음 진리에 관심이 많은 민족입니다.”
한국 최초의 순교자 토머스가 자신의 파송단체인 런던선교회에 보낸 편지의 일부분들이다. 편지에선 로버트 저메인 토머스(Robert Jermain Thomas)라는 이름의 그가 왜 굳이 조선땅에서 순교의 성혈을 뿌려야 했는지 어느 정도 알려준다. 1866년 한국 역사의 한 토막인 ‘제너럴 셔먼호 사건’의 와중,선상에서 “예수!” “예수!”를 연달아 외치고 참수 직전 웃으면서 참수자에게 성경책을 쥐어준 그를 이해하게 해준다.
우리는 한국 기독교의 부흥을 말하면서 초기 선교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한국 교회 부흥의 불길에는 그들이 옮겨온 불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가 실제와 다소 다른 점을 시인한다. 단편적인 기록과 구전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고증되지 않은 역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서도 토머스 선교사의 경우는 유달리 더하다.
이런 점에서 토머스 선교사의 생애를 철저히 고증,그의 순교 140주기를 기념해 발간된 책은 한국 교회의 입장에서 더없이 반갑고 귀하다. 책은 그동안 토머스 선교사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확실하게 잡아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웨일스 현지에서 9년째 선교 사역을 하고 있는 저자가 5년 이상 끈질기게 토머스 선교사의 행적을 추적하고 자료를 모은 끝에 나온 것이라 신뢰가 배가된다.
사실 토머스 선교사는 27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기에 남아 있는 기록이 많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해도 모두 웨일스어로 기록돼 있기 때문에 연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의 생애가 거의 정확하게 드러나게 됐다. 특히 ‘제너럴 셔먼 호의 통역관으로 온 제국주의 앞잡이었다’는 등의 극단적인 오해를 풀고 올바르게 재평가할 수 있게 된 점이 큰 수확이다.
책은 1840년 출생에서부터 그의 성장 과정,의학을 중도 포기하고 신학을 택해 목사가 된 과정,그리고 선교사로 헌신하기로 결단하고 런던선교회의 파송을 받아 중국으로 건너간 과정,조선에 대한 애정을 품고 목숨을 건 여행 도중에 1866년 대동강변에서 순교하는 과정을 한 편의 영화처럼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작업을 하면서 1928년 오문환 장로가 펴낸 ‘도마스 목사전’을 비롯한 각종 희귀 자료들과 중국에서 가족과 런던선교회에 보낸 편지들과 앨범,그리고 그의 가족에 관한 기록들을 찾아내고 후손들의 증언도 들었음을 밝히고 있다.
책에 나타난 토머스 선교사는 누구보다 겸손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면서 철저하게 복음으로 무장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용이 깊어질수록 그를 인도하신 주님의 섬세한 손길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그의 이야기는 평양 대부흥 100주년을 맞아 재부흥을 갈구하는 한국 교회에 묵직한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02-738-6555).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