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주몽'은 어디에 있을까? |
[오마이뉴스] 2006-06-20 08:24 |
[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덕분에 최근 몇 년 동안 고구려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고 고구려 건국과정을 다룬 MBC 드라마 <주몽>의 인기 또한 높다. 드라마의 힘인지, 고구려의 건국시조인 주몽에 대한 여러 갈래의 책들이 나와서 주몽을 만나기가 쉬워졌다. 알로써 타임캡슐 속에 조용히 잠자고 있던 주몽이 환생하여 21세기를 당당하게 활보하고 있는 듯하다. 박혁문 역사소설 <주몽>을 읽고자 했던 것은 순전히 드라마 때문. 일주일에 두 번,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감질나게 만나던 주몽을 남보다 먼저, 더 가까이서 만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아뿔싸! 박혁문의 역사소설 <주몽>은 나의 이런 욕심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하필 이 책을 택하다니! 드라마 <주몽>과 소설 <주몽> 사이에서 저자는 이 소설을 쓰기에 앞서 10년 동안 자료수집과 현장답사를 수십 차례 하였다며 '정설'임을 주장한다. 그랬음에도 소설이 그다지 명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드라마의 특성 때문일까? 드라마를 보기 전에 이 소설을 먼저 만났다면 삼국지를 읽을 때처럼 재미있었을까? 아마 나처럼 드라마를 통하여 주몽을 만나던 사람들은 두 권짜리 이 역사소설이 다소 따분하고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고구려의 건국시조인 주몽과 이미 기록되어 있는 고구려 탄생이란 주제 하나를 두고 이야기의 갈래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이야기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지만 주몽의 탄생부터 전혀 다른 주몽이라니! 드라마든 소설이든 가련한 것은 오직 유화뿐. 드라마에서는 매혹적인 카리스마요, 권력의 약자인 해모수는 이 소설에선 너무 완벽하고 당당하여 범접조차 힘들고 어렵다. "...그래서 내가 당신을 택한 것이오. 내가 하려는 일은 하늘이 하는 일이고 나는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속세를 떠날 것이오. 속세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내 핏줄을 남기려 하오. 당신을 통해서, 그 아이와 그 후손을 통해 단군 조선을 다시 부활시킬 것이오. 잃었던 사해의 영토를 다시 찾고 백성도 다시 찾을 것이오. 이는 하늘이 나와 당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일이오. - 책 속에서 드라마와 달라 혼란스럽지만, 재밌는 소설 드라마에서 많은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해모수와 유화의 끊어질 듯 간신히 이어지던 로맨스는 온데간데 없고, 계획적으로 유화를 납치하여 주몽을 얻는 해모수만 있다. 게다가 며칠 동안 함께 나눈 정분도 매몰차게 끊어내는 해모수는 유화가 금와왕의 첩으로 가게 둔다. 머잖아 금와왕의 품속에서 낳을 자신의 아이는 금와왕의 뒤를 이어 부여국의 통치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추모, 즉 주몽은 돌도 되기 전에 정적에 의해 유화 몰래 궁에서 내쳐진다. 주몽은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면서 해모수의 뜻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듯하지만, 이십대의 단단한 청년으로 키워내는 보이지 않는 손은 아무래도 해모수, 저자는 일찌감치 이것을 들켜버려 긴장감은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또한 금와왕의 적자 대소를 누르고 후계자로 낙점 받지만, 예린과의 신방에서 언제까지 꿈을 꾸고 싶어 하는 주몽. 알에서 태어난 주몽이었는데? 해모수의 계획대로 태어나 성장한 주몽? 이런 주몽이 어떻게 고구려를 건국하게 되는 걸까? 주몽과 소서노는 어떤 운명으로 이어져 로맨스를 엮어갈 것인가? 주몽을 잇는 유리태자와 비류, 온조는 어떤 갈림길에서 한반도의 운명과 연결되어질까? 주몽과 대소왕자의 견제 등이 드라마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어서 자칫 혼란스럽지만 비교하면서 읽다보면 꽤 재미있다. 그런데 책을 모두 읽고 난 다음에는 전혀 다른 주몽을 두고 정작 혼란스럽다. 학교에서 배운 알속에서 태어난 주몽(어쨌거나 지금의 학생들도 이렇게 배우고 있는…). 드라마 주몽과 박혁문 역사소설 주몽 중 누가 진짜 주몽일까? 우리는 어떤 주몽을 만나야 하는 걸까? 우리가 만나야 할 주몽은 어디에? 재사 : "정치하는 사람에게 선악 판단의 기준은 백성입니다. 백성이 이익을 보면 선이요, 그렇지 않으면 악입니다. 임금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백성이 무엇을 원하는가? 하늘의 뜻은 무엇인가를 살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금이 힘든 것입니다." 주몽 : "하늘과 백성이 임금의 선악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 책 속에서
저자가 주몽에 거는 순수한 의도는 '선악판단의 기준은 백성'의 정치관을 가진 가슴 따뜻한 위정자요.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광활한 영토를 누비던 진취적이고 원대한 그 포부를 21세기의 우리들이 이어가는 것, 이어가자는 것 아닐까? 드라마 <주몽>이 달리는 말 위에서 드넓은 만주벌판을 스치듯 보고 있다면, 소설 <주몽>은 목표를 향하여 정신없이 달리는 틈틈이 한 번씩 말을 세워두고 광활한 만주의 바람을 흠뻑 들어 마시는 듯하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그 당시의 생활풍습 등을 소설에서는 충분히 만날 수 있다. 특별한 경우마다 참고한 자료를 보충해주고 있어서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드라마보다 소설이 훨씬 낫겠다 싶다. 김부식이 아닌 묘청적 가치관으로서 이 전환기를 대처해야 한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우리 민족의 뿌리인 '고구려'적 가치관을 되찾아야 한다. 절대강자인 중국에 맞서려 했던 대무신왕, 태조대왕, 광개토대왕 그리고 을지문덕과 연개소문...그들의 뿌리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과 미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라는 강대국에서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 서문 중에서 왜곡된 역사는 하루라도 빨리 바로 잡아야 덩치 큰 중국에 맞서 싸우는 것은 타산에 맞지 않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하는 김부식에 반대하는 묘청. 묘청은 중국에 맞서 싸우면 충분한 승산이 있음을 조목조목 따지며 고구려의 진취적인 기상과 도전적인 정책을 계승하자고 주장하다가 끝내 김부식에게 제거 당한다.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과 묘청의 난의 묘청'. 이제는 우리가 이들에게 21세기와 우리의 미래를 제대로 물어야 할 때이다. 알에서 태어난 고구려의 시조 고주몽을 동화처럼 만났던 우리 아이들은 요즘에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면서 혼란스러워 한다. 주몽은 알에서 태어났다고 교과서에서 배웠지 싶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배웠다고 했다. 주몽이나 박혁거세를 언제까지 알과 함께 묻혀둘 것인가 묻고 싶다. 바로 잡아야 할 역사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포장해주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왜곡은 아닐지. 사학자들이 알속에(알과 함께) 꼭꼭 묻어두었던 주몽을, 중국의 동북공정에 분노한 뜻있는 사람들의 소신과 열정으로 이미 꺼내놓았다. 이것을 토대로 좀 더 충분한 연구를 하여 제대로 된 주몽을 우리 아이들 곁에 돌려줄 날은 언제일까? 세계를 무대삼아 진취적으로 뻗어나갈 고구려의 후손이자 21세기의 주몽 아닌가! 역사소설 <주몽>에서 우리가 뻗어가야 할 미래를 보았다.
/김현자 기자 덧붙이는 글 <주몽-상,하> - 박혁문 장편소설 - 늘봄, 2006.5.20/각권 값 9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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