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서보급중앙회

김정산 작가의 삼한지를 만나 보셨는가요?

북코치 2006. 11. 14. 08:48

          

        

 

 

 

                     [삼한지/김정산 지음/10권 한세트/예담출판사]

 

[들어 가면서]

동아시아를 넘나들었던 우리 영웅호걸들의 신명나고 장엄한 삼한 통일 대장정!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통일 시대를 다룬 《삼한지》는 우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 중 하나인 580년대, 그러니까 부족국가 시대를 마감하고 중앙집권 체제로 들어선 삼국이 서로 대립과 경쟁 속에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시기를 시작으로 하여 신라가 나당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통일을 완성하는 676년까지 약 100년간의 역사를 박진감 있게 재구성한 소설이다.

중국 대륙을 위협하며 요동 지역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군림했던 고구려의 호방하고 활달한 기상을 잘 살려냈고, 백제와 고구려의 잦은 침범과 내란 등으로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놓여 있던 신라가 삼한 통일의 숙원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또한 고구려와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가 미미했던 백제의 영광을 훌륭하게 되살려냄으로써 동아시아의 군사대국이자 문화강국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던 백제의 성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 ,왜 ,<삼한지>인가?

―드라마에도 부는 삼국시대 열풍, 그 감동을 소설로 만난다

역사 고증의 한계, 제작비의 한계 등의 많은 난제로 접근하지 못했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를 방송 3사에서 앞다투어 드라마 사극으로 제작하고 있다.  MBC에서 방영 예정인 <주몽>과 <태왕사신기>, SBS의 <서동요>와 <연개소문>까지, 그야말로 사극에 삼국시대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신라의 삼국 통일은 일본보다 930년, 유럽보다 1천 년 이상 앞섰던 성공한 민족 통일의 쾌거다. 세계 민족사의 찬란한 금자탑으로 남을 한민족 최초의 통일 대장정. 하지만 우리는 정작 이러한 중요한 의미를 망각한 채 지내왔다.

중국에선 고구려사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불순한 시도를 벌이고, 일본에서는 독도를 자기 영토라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 한민족 최초의 통일을 이루는 시대인 삼국을 조명하는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도 있다.

지금 《삼한지》의 내용을 대폭 수정, 보완하고 새로운 그릇에 담아 개정판으로 펴내는 것은 이런 어수선한 시기에 우리 민족의 역사의식을 바로세우고, 선조들의 기상과 야망을 통한 통일혼을 고취시키는 데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특히 한민족이 하나 되는 기회의 장인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의 민족혼과 애국심, 자긍심을 더욱 드높이는 데 이 책이 일조하리라고 본다.


피와 눈물이 뜨거웠던 삼국의 영웅들,이제 우리의 가슴이 뜨거워진다!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우리 영웅들의 숨은그림찾기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삼한(三韓)’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말로, 고구려, 백제, 신라를 부르는 삼국(三國)의 다른 이름이다.

중국 《삼국지》의 시간적 배경이 위, 촉, 오 세 나라가 정립한 80년간에 불과했던 데 비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는 700년간이나 계속됐다. 작가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삼국지》에 못지않은 뛰어난 영웅들이 많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외국의 위인들에 경도되어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의 숨겨진 영웅들을 찾아 멋지게 부활시킴으로써 한민족의 자부심을 새롭게 되살려내고 있다.

삼국이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던 상황이니만큼 쉴새없이 전쟁이 일어났고, 그 속에서 수많은 전쟁영웅이 탄생해 나라와 백성을 구했다. 이 책의 큰 의미 중 하나는 역사 속에만 존재했던 우리 영웅들의 모습을 소설을 통해 재현함으로써 우리도 남들 못지않은 영웅들의 위대한 면면들을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속에 품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왕에서부터 민초에 이르기까지 숨어 있는 영웅을 찾기 위해 기울인 저자의 공이 돋보인다. 또한 외교 수완을 발휘하며 나라의 위기를 넘기는 영웅들의 기지와 수완도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크다.

작가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설적 재미와 역사적 교양을 동시에 추구했다. 한마디로 《삼국사기》를 소설로 읽는 즐거움과 지적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철저한 역사 고증 덕분에 소설을 읽는 동안 삼국의 역사가 확실하게 정리된다.

자료 수집, 사료 분석을 거쳐 집필까지 작가가 10년간 공들여 완성한 이 작품은 유려한 문장에 탄탄한 서사구조, 감동과 재미를 함께 갖춘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작가 특유의 맛깔스런 문장으로 녹여냈다.

우리 고유의 정서가 녹아 있는 작가의 문장은 막힘이 없고 생동감이 넘치며 감칠맛이 난다. 예스런 말투를 살리고 웅장한 서사 구조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명쾌하고 간결한 문체 대신 사설조의 긴 글투를 사용하여 대하소설의 웅대하고도 유장한 맛을 한층 더했다.



“인생을 배우려면 소설 《삼한지》를 읽어라!”

―자신을 불살라 지켜냈던 꿈과 집념, 이것이 진짜 산(生) 인생이다!

《삼한지》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향한 희망과 도전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인생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문무를 겸비한 고구려의 장수 을지문덕은 치밀한 전략으로 100만의 수나라 대군을 물리친 장군으로, 탁월한 리더십과 두뇌플레이를 겸비한 지장(智將)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백전불패의 용맹한 장수 연개소문은 신출귀몰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용장(勇將)으로, 백제를 강국으로 만든 무왕은 지략과 용맹을 겸비한 멀티플레이형 지도자로, 신라의 김춘추는 탁월한 외교적 수완과 뛰어난 지략을 가진 비전제시형 인물로 그려진다. 그와 함께 삼한 통일의 일등공신인 신라 최고의 명장 김유신과의 인연 이후 이들이 이루어나갈 삼한의 운명이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춘추의 아들 김법민(문무왕)은 아름다운 꿈을 가진 집념의 사나이. 문무왕은 삼한의 유민들을 아울러 일가를 이루는 진정한 민족적 통일을 달성한 임금이다.

이외에도 백제 마동왕자와 신라 선화공주의 국경을 넘어선 로맨스, 신라 최초로 여왕이 등극하게 된 사연과 이후의 파란 많은 곡절들, 김유신과 천관녀의 슬프고 애절한 사랑, 당나라에서 유학한 김춘추와 연개소문 그리고 당태종 이세민의 돈독한 친분 관계, 3천 궁녀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의자왕에 대한 소문의 진상 등,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하나의 커다란 역사적 줄기를 이루며 녹아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더불어 한 시대를 맞이하여 벌이는 각양각색 인간 군상들의 야망과 집념, 치열한 암투와 권모술수, 성공을 향한 전략과 전술 등의 모습은 인생이라는 치열한 바다에서 각축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상황과 딱 들어맞아 읽는 이로 하여금 진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대한민국의 힘, 그 가능성이 《삼한지》에 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외교 전략  VS  7세기 삼한시대의 외교 전략

《삼한지》는 이 땅에 처음으로 민족이란 개념이 생기고, 이를 기초로 민족주의가 형성되어 발전하는 과정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삼국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체이자 객체인 수와 당. 중국의 두 나라를 상대로 삼국이 펼치는 열띤 외교술은 이 책의 또 다른 이야기 축을 형성하며 읽는 재미의 폭을 넓힌다. 국익을 좇아 구원을 요청하는 등 위기의 상황에 부닥치는 외교의 순간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쾌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7세기 삼한시대의 외교술이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외교 전략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삼한지》는 2005년 고려대학교 정경학부의 핵심 교양과목인 ‘외교란 무엇인가?’의 교재로 채택되었다. 한승주 교수는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민족주의에 관해서뿐 아니라 삼국시대 외교 행태와 국가를 이끄는 지도력 및 통치 행위, 여제, 나당, 제당 등의 동맹 문제 등을 통해 과거 선조들의 훌륭한 외교 전략을 고찰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까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책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유럽 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박지성, 안정환 선수에게 선물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정 회장은 이들이 《삼한지》를 읽고 자랑스러운 이 땅의 후예로서 자부심을 갖고 선조들의 늠름한 기상과 호연지기를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삼한지 각 권별 책 핵심 읽기]

1권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나고

권력층 내부의 갈등과 음모로 진지왕이 폐위되고 곧바로 의문의 죽임을 당한 뒤 폐왕의 아들 용춘은 새로운 실력자들에게 멸시와 견제를 당한다. 폐왕의 서자 비형은 갖가지 기이한 행적을 보이며 성장하고, 산사의 기인 낭지법사가 머무는 영취산에서는 새로운 인연들이 무르익는다. 용춘과 평생 우정을 맹세한 금관국의 왕자 서현은 신라 왕족인 만명 낭자와 사랑에 빠진다.


2권 마동왕자 서동대왕

마동 부여장은 어수선한 신라 왕경에 잠입하여 서동요를 지어 부르며 천하절색 선화공주를 꾀어 아내로 맞는다. 45년간 백제를 다스린 위덕왕이 붕어하고 뒤이은 혜왕과 법왕마저 각기 즉위한 이듬해 타계하는 불운으로 백제는 3년 내리 국상을 치른다. 백제 중신들은 신권을 강화할 속셈에 혈혈단신인 마동 부여장을 임금으로 옹립하지만 그는 보위에 오르는 순간부터 부국강병의 기치를 내걸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강력한 개혁정책을 단행한다.

한편 사마염의 진나라 이후 3백 년 만에 중국 대륙을 통일한 수나라는 고구려를 향해 침략 야욕을 드러내고 국경인 요동에서는 서서히 전운이 일기 시작한다.


3권 살수에 뜨는 별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보위를 강탈한 수양제 양광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반발을 무마하고 관심을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아버지 양견이 실패한 요동정벌을 감행한다. 양광이 동원한 군사 규모는 무려 2백만. 세계전사(世界戰史)에 유례가 없는 대병의 침략 앞에서 고구려는 조야가 함께 경악한다. 그러나 을지문덕은 홀로 대병의 허실을 간파하고 지형지세와 천문, 절기를 이용한 빈틈없는 지략으로 양광의 군대를 한껏 조롱한 뒤 국토의 심장부인 살수까지 유인해 20만이 넘는 수나라 정예부대를 모조리 수장시킨다. 수나라는 이때의 패배를 극복하지 못해 내란에 휩싸이고 결국 38년이란 짧은 역사로 막을 내린다.


4권 사비에 이는 서기

수나라와 밀접한 친분을 쌓고 이를 활용해 고구려와 신라를 제압하려던 백제 임금 부여장은 수나라가 멸망할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전략을 수정해 신라를 쳐서 병탄하겠다는 남역평정의 뜻을 세운다. 즉위 이후 추구한 강력한 개혁정치의 영향으로 백제는 점점 강국이 되어가고 장왕은 선화왕비를 통해 신라와 맺은 특수한 관계를 적절히 이용하며 신라 조정을 끝없이 혼란에 빠뜨린다. 서현의 맏이인 김유신은 용화향도를 조직해 힘을 기르고, 용춘의 아들 김춘추는 수나라가 망한 직후 신흥세력들이 할거하는 중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인연들을 맺는다.


5권 여왕시대

형인 진평왕을 도와 평생 국사의 일익을 맡아온 백반은 늙은 왕이 망령이 나자 스스로 임금이 되려고 반란을 일으켜 형을 살해한다. 큰공주 덕만을 옹립한 용춘과 서현이 진압군을 조직해 반란군과 대치하면서 신라는 극심한 내란에 휩싸인다. 백제 장왕은 대성8족(大姓八族)들을 제압하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인물로 장남인 의자를 선택한다. 태자가 된 의자와 함께 사냥을 나갔던 장왕은 칠갑산에서 우연히 도인을 만나고 그를 통해 장차 백제를 크게 부흥시킬 세 사람의 걸출한 인재를 얻는다. 흔히 백제삼보(百濟三寶)로 불리는 성충, 흥수, 사택지적이 비로소 때를 얻어 세상에 나온다.


6권 새로운 영웅들

반란을 진압하고 유사 이래 처음 여왕이 즉위한 뒤 신라 사회는 새로운 갈등과 혼란에 휩싸인다. 여왕의 인척인 알천은 왕업을 보필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고, 고승 원광의 입적을 필두로 용춘과 백제 임금 부여장이 차례로 세상을 떠난다. 고구려의 강신 연개소문은 권력을 장악한 친당파의 비굴한 외교정책에 분노와 환멸을 느낀 나머지 정변을 일으켜 왕을 무참히 시해하고 정권을 장악한다. 백제 왕위를 계승한 신왕 의자는 아버지의 유업을 계승해 신라를 무력으로 침공하지만, 대야성에서 김춘추의 딸과 사위를 죽이고 그 목을 신라 조정에 보냄으로써 지나친 원한을 산다. 이 사건을 기화로 백제와 신라, 의자왕과 김춘추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다.


7권 도망가는 당태종

김춘추는 딸의 원수를 갚기 위해 고구려로 가서 연개소문에게 동맹을 제안하지만 거절당하고 도리어 옥에 갇힌다. 이 소식을 들은 의자왕은 사신을 파견해 고구려와 여제동맹(麗濟同盟)을 체결한다. 고립무원의 신세가 된 신라는 하는 수 없이 당나라와 동맹을 모색하지만 나중 일을 걱정하느라 쉽게 결단하지 못한다. 당태종 이세민은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건무왕과 친당파를 모조리 없애고 독자 외교노선을 표방한 연개소문을 제압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켜 고구려를 침공한다. 신라에서는 왕족 비담이 반란을 일으킨다.


8권 전란은 끝이 없어라

한반도 남쪽을 차지하기 위해 백제와 신라는 끝없는 전쟁을 벌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사로잡히는 전란의 참화 속에서 통일의 명분은 차츰 쌓여가고, 수세에 몰린 신라의 김춘추는 오랜 고심 끝에 당태종을 찾아가 피로써 동맹을 맺고 군기를 약정한다. 그러나 요동에서 겪은 패전의 후유증에 시달리던 당태종 이세민이 급서하면서 정관의 치세도 막을 내리고, 나당동맹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김유신은 정병을 거느리고 백제군과 싸워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진덕여왕 사후에 열린 화백회의에서 알천은 김춘추에게 세 차례나 왕위를 양보함으로써 지도층으로부터 떠났던 민심을 일거에 되돌려놓는다. 고구려와 백제는 함께 군사를 일으켜 신라를 공격한다. 


9권 아아, 백제여!

나당 연합군의 침공 소식을 들은 흥수는 귀양지에서까지 표문을 올려 방책을 역설하고, 계백은 스스로 가족들을 죽이고 5천 결사대를 조직해 황산벌에서 신라군과 대치한다. 소정방과 김유신은 기세 싸움을 벌이고, 7백 년 사직이 망하고 의자왕이 끌려간 뒤 백제 도처에서는 의병이 구름처럼 일어난다. 무열왕 김춘추가 백제 땅에서 비명에 죽자 태자 법민은 젊은 나이로 보위를 잇는다. 고구려에서는 연개소문이 죽은 직후에 세 아들이 서로 권력을 놓고 싸우다가 나라를 잃는다. 백제와 고구려를 수중에 넣은 당나라는 신라까지 탐을 내고, 신라왕 법민은 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삼한일가(三韓一家)의 이념 아래 백제와 고구려 유민들을 거둔다.


10권 나당대전

신라가 백제 땅을 차지한 당나라 도독부를 힘으로 평정하면서 나당동맹은 여지없이 깨진다. 당나라의 학정에 못 이긴 고구려 왕자 안승은 유민들을 이끌고 내려와 신라에 도움을 청하고, 신라왕 법민은 기인 강수의 보필에 힘입어 삼한 백성을 모두 포용하는 대동화합 정책을 펼친다. 노장 김유신이 죽자 자식을 당나라에 유학 보낸 친당파 장수와 신하들이 법민왕의 정책에 반대하여 대거 사직한다. 당고종 이치와 측천무후는 당에 오랫동안 숙위사로 머물던 법민의 아우 김인문을 신라왕으로 책봉하고 당나라 군사들을 대거 소집하여 법민왕을 치도록 명령한다. 마침내 신라와 당의 피할 수 없는 일대 결전,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건 나당 8년 대전이 시작되는데…….



추천사 중에서

우리 삼국시대에 대하소설 열 권 분량의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전에는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오늘날의 현실 정치와 외교,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은유하고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밖에도 권력 내부의 추악한 암투, 개인적인 원한을 넘어선 대승적인 타협과 협력 등 인간사회의 온갖 진면목이 우리 선조들의 목소리를 통해 유감없이 표현된 탁월한 작품이다. 나는 요즘 만나는 사람한테마다 《삼한지》를 읽어보라고 권유한다. 국위를 선양할 젊은 축구선수들, 특히 유럽 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박지성, 안정환 선수에게 책을 선물하고 일독을 권한 까닭은 그들이 자랑스러운 이 땅의 후예로서 자부심을 갖고 선조들의 늠름한 기상과 호연지기를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_정몽준(대한축구협회회장, 국회의원)


《삼한지》는 이 땅에 처음으로 민족이란 개념이 생기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민족주의가 생성된 과정, 또한 이를 고취하기 위한 노력들을 한 편의 대하소설로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이 소설은 그 자체로서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를 묘사, 설명, 전파하는 문학작품인 동시에 역사 문서다. _한승주(고려대 교수, 전 외무부장관)


소설 《삼한지》는 한국의 《삼국지》다. 유비, 관우, 장비가 활약하는 3세기 중국이 아니라, 고구려의 을지문덕과 연개소문, 백제의 무왕과 성충, 신라의 무열왕과 김유신이 서로 각축하고 거대 중국을 상대로 용맹과 지혜를 겨루는 7세기 한국의 《삼국지》다._이병훈(연출가, <대장금> <서동요> 외 다수)


대하소설 《삼한지》는 언어로 쓴 장엄 교향곡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각축을 벌이며 요동치는 1백 년 역사를 오롯하게 소설로 그려낸 《삼한지》는 스케일도 대단하지만, 화석화된 역사를 현재적 사실로 생동하게 만든 작가의 빼어난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장강처럼 굽이굽이 펼쳐지는 서사 속에 영웅호걸들이 기개를 뽐내며 통일이라는 대장정을 향해 나아갈 때 그들의 부침을 따라가는 작가의 문체는 신명나면서도 삼엄하다. 우리 문학사는 《임꺽정》과 《토지》와 《장길산》을 잇는 대하소설 계보에 《삼한지》를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_장석주(시인, 문학평론가)



저자의 말 중에서

앞사람이 살아간 별 같은 흔적을 더듬고, 민족사에서 훌륭한 족적을 남긴 선조를 찾아내어 영웅으로 받들고 섬기는 일은 뒷사람의 당연한 몫이자 민족 전체의 저력을 키우는 초석이며 지름길이다. 그 영웅의 그늘 아래에서 후대는 단결하고 또 성장한다. 어느 나라든 영웅은 모두 후대가 만든다. 그런 점에서 우리 선조들은 불행하고 우리도 불행하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우리에겐 영웅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유례가 드문 우리만의 수천 년 역사가 있다 한들 후대에 널리 회자되지 않는 역사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이것은 우리 역사의 밤하늘에 한 무리 휘황한 별자리를 이룬 시대, 그 눈부시게 찬란한 우리 영웅들의 이야기다. 1천 수백 년 전에 이 땅에서 태어나 살다가 하늘로 돌아가 별이 된 사람들, 사서(史書)의 행간과 이면에서 그들이 뿜어내는 영롱한 빛을 그대로 백지에 옮겨놓으려고 노력했다. 그 세월이 돌아보면 10년이 훌쩍 넘는다.



작가 소개

김정산은 1961년에 태어났다. 1993년 <경향신문>, <전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서 당선하였으며, 저술로는 장편소설 ≪박물관 제3전시장의 그림≫, ≪한국지≫(전3권), ≪나당대전≫, ≪김시득전≫, ≪칼날 위의 길을 가다≫(전2권)와 단편소설 ≪수지≫, ≪북새풍≫, ≪화엄의 나날≫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당시 고구려 백성치고 을지문덕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는 이가 없었다. 둘만 모이면 어디서든 을지문덕의 무용담으로 온 나라가 통째 떠들썩했다. 그는 나라의 영웅이었고 만백성의 자랑거리였다. 사람들은 을지문덕만한 영웅호걸이 현세에는 다시없을 거라고들 입을 모았다. 어쩌면 백성들은 거듭된 전쟁으로 지치고 고단한 삶을 을지문덕을 통해 이겨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을지문덕을 이야기하며 허기를 잊었고, 우중문을 속여넘긴 일과 살수대첩의 신출귀몰한 무용담을 자랑하는 일로 세상 사는 시름을 달래곤 했다._3권 본문 중에서

을지문덕은 고구려 최고의 명장으로, 수나라 대군을 살수에서 무찌르며 중국 대륙을 벌벌 떨게 만들고 고구려 백성을 신명나게 한 그였지만 때를 얻지 못해 꿈을 떨치지 못하고 사직을 떠나 나라를 위한 더 큰 준비를 해야 했다. 과연 오늘날 우리를 신명나게 하는 이 누가 있는가!



유신은 자신의 계책을 임금에게 털어놓았다. 이른바 이간계(離間計). 부여장이 선화의 미색과 그 성품이 자유분방한 사실에 근거해 과도한 헛소문을 지어 퍼뜨려 만인을 속인 것처럼 유신은 백제 조정에서 몇 가지 사실들을 취해 부허지설(浮虛之說)로써 사비 왕실과 백성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자 결심했다. 사실에 근거한 소문의 위력은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갈수록 커진다는 점을 이용한 위계(僞計)였다. 이때 김유신이 만들어낸 소문이 바로 ‘1천 궁녀설’이다. 1천 궁녀란 소리는 터무니없는 숫자였으나 입에서 입을 거치며 1천 궁녀는 금방 2천 궁녀가 되고, 2천 궁녀는 또다시 3천 궁녀가 되었다. 임금 한 사람이 무려 3천 명이나 되는 후궁을 거느리고 산다는 거였다. 곰곰 생각해보면 삼척동자도 믿지 못할 말이었지만 본래 소문이란 거북이의 털도, 처녀 불알도 근거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내는 법이다._8권 본문 중에서

의자왕은 태생이 대범하고 영특한 인물로 효성이 지극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깊어 태자로 있을 때는 해동증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왕궁에서 고생을 모르고 자랐기 때문에 고집이 세고, 역경을 만났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아버지대의 태평성대를 바랐으나 시대가 달랐다. 결국 김유신이 만들어낸 소문은 백제 민심을 왕실에서 돌려놓았고, 의자왕은 백제 마지막 임금이라는 씻지 못할 역사적 치욕의 굴레를 쓴다.



“저와 춘추공을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제가 임금이 되면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입는 세상은 만들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입니까? 호의호식보다 중한 것은 백제를 치고 고구려를 토벌하여 전란 없는 삼한을 만드는 일입니다. 저를 임금으로 뽑으면 백 년쯤 뒤에나 좋은 세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춘추공이 보위에 오르면 머지않아 그런 날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임금이 되면 신라왕이 될 뿐이지만 춘추공은 삼한을 아울러 일가(一家)로 만들 사람입니다. 대신들께서 오늘 내릴 결정은 삼한의 장래를 좌우할 중대한 결정입니다. 춘추공이 신라 임금이 되면 삼한의 오랜 숙원이 틀림없이 우리 당대에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게 곧 천명입니다.”_8권 본문 중에서

알천은 진덕여왕이 죽은 후 화백회의에서 만조의 백관들이 거듭 임금으로 추대했으나 세 번이나 거절하며 김춘추에게 보위를 물려줌으로써 백성들을 감동시켰고 왕실과 조정의 권위를 일시에 되살려놓은 주인공이다. 김춘추가 왕이 된 후에는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나 청렴한 생활을 하여 또 한 번 만인의 추앙을 받았다. 선거철이 돌아왔다. 정치 뉴스마다 후보들의 서로 비방하는 목소리로 시끄럽다. 그래서 알천의 아름다운 양위가 더욱 빛을 발한다.



백설총이는 만취한 주인을 등에 태우자 엉덩이를 한껏 낮춰 어기적거리며 걷는 듯 마는 듯 요동 없이 밤길을 걸었다. 그렇게 한적한 민가와 숲길을 차례로 지나친 말은 황룡사 남변의 좁은 갈림길에 이르러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인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주인은 이미 고개를 숙인 채 가볍게 코까지 골아가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말은 갈림길에서 천경림 쪽으로 택했다. 그 길은 오랫동안 주인을 태우고 다니던 익숙한 길이었다. 얼마 뒤, 천관이 사는 집 앞에 당도한 말은 특유의 우렁찬 소리를 내며 집 안 사람들을 불러내는 한편 조심스레 등을 흔들어 잠든 주인을 깨웠다.

“이놈아, 너는 어쩌자고 나를 여기로 데려왔느냐?”

유신은 마치 사람을 꾸짖듯이 말을 꾸짖었다.

“천경림이 그간 내게는 오도 가도 못하는 첩첩산중의 사만 리 벽지였거늘 너는 어찌하여 이토록 한달음에 나를 다시 여기로 끌고 왔더란 말이냐? 이 괘씸한 놈아, 너는 주인의 심사를 이다지도 모른단 말이냐? 너 따위는 소용없다. 내 너를 죽여서 다시는 오늘 같은 일이 없도록 하리라!”

자책이 심해 자학으로 번진 것일까. 꾸짖기를 마친 유신은 뽑아 든 보검을 가차없이 휘둘러 아끼던 애마의 목을 쳤다._6권 본문 중에서

삼한 통일의 영웅 김유신의 가슴에 아련하게 남았던 유일한 여인 천관. 비록 어머니의 반대를 이기지 못해 슬픈 이별을 해야 했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아름답고 슬픈 전설 하나를 얻었다. 김유신은 자신의 동생 문희와 결혼한 김춘추의 딸 지소와 결혼하며 남다른 인연을 만들었는데, 이들의 관계가 삼한의 운명을 결정지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양서보급중앙회 북멘토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