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사형수들의 뼈저린 절규
하루가 소중했던 사람들(김혜원지음/도솔 출판사)
이 책은 악인에 대한 기록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우리들이 통칭 ‘악인’이라고 부르던 사형수 아홉 명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위인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30년간 사형수들의 큰 누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저자의 칠십 평생의 결산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형수들은 한 때 신문지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흉악범’들이다. 17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연쇄 살인범, 노름빚을 갚기 위해 어린 제자를 유괴 살해한 교사, 자기 집 앞마당에 시체들을 암매장한 파렴치범, 가정파괴범, 남편 청부 살해범...... 그 죄의 대가로 가두고 죽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누구든 생각할 법한 이들.
우리들의 평온한 일상을 위해 그들은 기억 속에서조차 조용히 사라져 주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 그러나 저자의 기억 속의 그들은 더없이 순결하고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여름과 겨울 뿐인 그 깊고 음습한 지대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사형수들의 차디찬 손발을 어루만져 주었던 저자는 말한다.
‘그들에게 가느다란 희망의 줄이 되고자 나섰지만 오히려 그들이 내게 희망의 동아줄이 되어 주었다’고.
평범한 중산층 주부였던 저자가 사형수 교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연쇄 살인범 김대두가 보낸 단 한 장의 회신 때문이었다. 그와의 만남은 지독한 주부 우울증을 앓고 있던 저자에게 희망의 불씨를 던져 주었고 그 후 반평생을 20여명의 사형수를 만나고 떠나보내는 대모 노릇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들 사형수들이 저자에게 보낸 편지에는 지난 삶에 대한 후회와 슬픔, 새 세상에 눈뜬 기쁨과 감사, 살고 싶은 생에 대한 저마다의 소원이 가득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용서 받을 수 없는 죄를 짓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고서야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그들의 뼈저린 절규를 통해 지금 우리들이 무심코 살고 있는 하루가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하루임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바깥세상의 사형수들인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 것인가를 이 책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형수와 교화자를 다룬 영화나 소설은 이미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실제로 오랫동안 사형수들과 정신적인 교감과 따뜻한 체온을 나누던 교화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강한 여운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국양서보급중앙회 북멘토클럽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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