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거장 14인이 그린 핵전쟁 그 이후의 세상
[북멘토 리뷰]
핵전쟁이 인류 문명의 종말을 초래할 거라는 냉전 시대의 두려움은 SF 작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불어넣었다. 〈최후의 날 그후〉는 미국 SF작가 월터 밀러 주니어가 핵폭발이 가져온 재앙을 다룬 에스에프 단편들을 모아 1985년 펴낸 책이다. 아서 클라크, 노먼 스핀래드 등 14명의 작가들은 정교한 상상력으로 핵폭발 전후의 세계를 그려낸다.
SF작가는 아니지만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가이자 시인인 스티븐 빈센트 베네는 원자폭탄이 터지기도 전인 1937년에 쓴 작품에서 핵폭탄의 등장을 예견하는 듯 인간들이 벌인 전쟁을 묘사한다. “…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는 완전히 미지의 것이었다. 하늘에서 불이 쏟아져 내리고 독이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대화재와 파멸의 시기였다.”〈바빌론의 물가에서〉 노먼 스핀래드는 〈거대한 섬광〉(1969)에서 방송 전파를 타고 스며든 록밴드의 최면에 걸려 핵폭탄 발사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을 묘사한다.
미디어의 강력한 힘을 가정하는 탄환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듯한 설정이지만, 매스 미디어의 여론 조작 가능성을 완전히 떨칠 수 없는 현재에도 메시지는 여전히 의미심장하다. 로버트 셰클리의 〈세상을 파는 가게〉(1959)에서 폭발 이후 세계의 사람들은 폭발 전의 과거 세상을 잠깐 맛보는 주사를 맞기 위해 전 재산과 10년 수명을 바친다.
아서 클라크는 좀더 먼 미래를 그린다. 허황된 환상일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을 들어보면 아닌 듯싶다. “SF는 ‘미래의 나’를 위해 읽혀져야 한다.”
[책 핵심 읽기]
글로벌한 근대화를 가져온 20세기 과학기술 문명은,동전의 양면처럼 묵시록적 재앙 역시 전 지구적인 규모로 일으킬수 있는 불길한 가능성도 배태하고 있다. 우리가 이 책에 작품들을 읽으면서 의미심장하게 깨달아야 할 점은 그런 어두운 개연성에 대한 자각이다.
재앙 이후의 황폐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단순히 허구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경고로서 엄중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묵시록적 재앙과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별생각없이 무덤덤하게 보내고 있는 지금 이순간이 실은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통렬하게 깨닫게 될것이다. 14명의 SF거장들은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탄탄한 전개와 수준 높은 반전으로 우리를 두려운 미래로 이끈다.
[생각하며 책읽기]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우리에겐 먼 나라 이야기 처럼 들리는가?, 2006년 10월9일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하였다. 신문들이 대서특필하고 방송들이 요란하게 떠들어 댔다. 한반도의 상황이 결코 핵의 위협으로 부터 안전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일본과 대만,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미국, 이 열강들 틈바구니에서 정작 당사자인 우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앨빈 토플러의 말을 인용하여 보면 마래학 텍스트로서 이책을 받아들일때, 다루는 핵전쟁 이후의 디스토피아는 언제든 현실로 나타날 수 있고, 누구도 그러한 재앙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SF소설로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을 읽고 핵이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오는지, 그리고 곳곳에서 핵폭풍의 위협이 잠재되어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어떤 시각으로 세계정세를 지켜볼 것인지 생각해보도록 하는것도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소임을 충분히 할것이라고 본다.
[한국양서보급중앙회 북멘토&북코치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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