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선이 그의 손목에 난 커다란 상처 구멍에 고정됐다. 나는 잠깐 동안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바닥에 박은 줄 알았습니다.”
그도 내 시선을 따라 상처를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죠. 내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손목에 못을 박았지요. 손바닥에 박았다면 몸무게에 못 이겨 손이 찢겨나갔을 겁니다.”
예수님이 자신의 손목에 있는,못 박힌 상처자국을 보여주며 대화를 하고 있다. 도무지 가당치 않은 일이다. 2000여년 전에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이 어떻게 이렇게 말씀하신다는 말인가. 그러나 예수님은 닉 코민스키라는 화자와 저녁식사까지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 하나님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들도 알려주신다.
경영학과 신학을 섭렵한 데이비드 그레고리라는 미국인이 쓴 ‘예수와 함께 한 저녁식사’(김영사·031-955-3100)는 시종 이런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가고 있다. 신격화된 예수님이 아니라 실제 생존했던 평범한 한 인간이 레스토랑에 앉아 상대와 대화를 이어가는 설정이 재미있다. 그래서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저절로 두 남자의 대화 속에 빠져든다.
예수님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는 어떤 부모였는지 등 예수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성경과는 다른 느낌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나아가 신자든 비신자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일반적인 문제에서 시작해 점점 깊이 있는 화제로 옮겨가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하나님과 예수님,그리고 성령님의 관계를 비롯한 기독교의 전반적인 의문점들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신자들조차 잘못 알고 있는 사실과 편견들,타 종교들과의 유사점과 차이점 등을 예수님의 입을 통해 풀어낸다.
그런 가운데서 화자인 닉의 ‘도발’이 책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는 시종 ‘독자’를 대신해 반론과 비판을 하면서 가려운 데를 긁어준다. ‘예수가 옳다고 누가 증명할 수 있나’ ‘모두가 죄인이라면 마더 테레사와 히틀러는 똑같은 죄인인가’ ‘전쟁과 기아,환경 파괴를 하나님은 왜 지켜보고만 계신가’ ‘성경은 과연 믿을 만한가’ ‘기독교는 왜 그토록 이전투구를 벌이는가’ ‘불행까지도 하나님의 뜻인가’ 등 의문들을 쉴 새없이 쏟아낸다.
‘초대장-만남-메뉴-애피타이저-샐러드-메인 코스-디저트-커피-계산서-귀가’ 등 코스 요리의 순차적 진행과 맞물려 이어지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기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일상생활을 얘기하듯이 시종 여유롭게 대화를 이어가는 예수님에 비해 자신만만하고 냉소적이던 닉은 대화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좌절된 소망,종교에 관한 불신과 의문,신에 대한 분노 등에 마주친다. 그러나 그도 대화가 끝날 무렵 결국 낯선 남자,다시 말해 예수와의 저녁식사 동안 얻은 깨달음으로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야 할 기로에 서게 된다.
이 책의 최고 가치는 무엇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기독교 교리를 이해시킨다는 점이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평이하게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기독교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다뤘다. 이 책은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전 세계에 번역됐으며 한국어판에는 특별한 부록이 추가됐다. 책을 읽으며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믿음을 구하는 이들을 위한 4주 그룹 토론 가이드’는 비신자들은 물론 믿음에 확신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을 진리로 향하도록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