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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k’ 블로그를 뛰쳐나와 세상의 책이 된다"

북코치 2006. 9. 27. 16:18
"‘Blook’ 블로그를 뛰쳐나와 세상의 책이 된다"
[동아일보]

회사원 박성빈(27)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를 만든 뒤 취미로 배운 사진을 틈틈이 올리기 시작했다. 실연의 아픔을 달래려 떠났던 2001년 유럽여행 등을 기록한 그의 사진은 로맨틱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포털사이트 초기화면에 6번이나 올랐다. 방문자가 하루 수천 명 단위로 늘어난 그의 블로그의 내용은 이번 주 ‘그리우면 떠나라’란 책으로 나왔다.

박 씨의 책을 펴낸 랜덤하우스코리아 도정원 씨는 “프로 작가 못지않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천연 블로거’가 요즘 떠오르는 새로운 작가군”이라며 “주제가 뚜렷한 ‘천연 블로거’를 찾다가 박 씨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1인 매체인 블로그(blog)를 책(book)으로 만든 ‘블룩(Blook)’이 쏟아지고 있다. 블룩은 거의 매주 1권 이상 서점에 나오고 실용서 시장의 베스트셀러 상위 순위에서도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요리책 분야는 블룩이 휩쓰는 추세다. 현재 요리책 분야 부동의 베스트셀러 1위인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를 비롯해 ‘베비로즈의 요리 비책’ ‘꼬마마녀의 별난 빵집’ ‘야옹 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 등은 모두 블룩형 요리책. 블룩의 원조 격인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는 ‘독신남이 직접 해 본 쉬운 요리’를 표방하고 2003년 출간돼 지금까지 56만 부가량 팔렸다.

그간 블룩은 요리책, 인테리어 등 매뉴얼형 실용서가 대세였지만 최근엔 미술 경제 에세이 영어교육 쪽으로도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유명한 박경철 씨의 경제에세이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미술 에세이인 ‘그림 읽어주는 손가락’ ‘꿈을 꾸다가 베아트리체를 만나다’, 장사 체험담을 간추린 ‘머리핀 장사에 돈 있다’, 괴담집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20대 여성의 고단한 삶을 기록한 ‘라오넬라 새벽 두시에 중독되다’ 등이 그런 책들이다.

논산여고 영어교사 하명옥 씨의 홈페이지를 토대로 태어난 책 ‘영어일기 표현사전’과 ‘영어일기 영작패턴’처럼 양질의 콘텐츠는 블룩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블룩은 개인이 매체이자 브랜드가 되는 1인 전문가 시대의 한 상징이다. ‘일하면서 책쓰기’의 저자이자 자기계발 전문가인 전미옥 CMI연구소 대표는 “책의 생산과 소비도 블로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왔다”며 “직장인에게도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격적 글쓰기로서 블로그와 이를 통한 책쓰기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고 프로를 능가하는 아마추어들이 활동하는 곳이 인터넷 공간이다. 따라서 블로그 글쓰기의 장점은 진입 장벽이 없다는 것이 꼽힌다. 또 출판사에는 독자의 반응이 확인된 콘텐츠를 확보하고 참신한 저자를 ‘싼값’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블룩이 뜨자 미국에서는 한 출판사가 픽션, 논픽션, 코믹 분야에서 우수 블룩을 시상하는 ‘루루블루커 상’을 만들기도 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일본 출판계에서도 인터넷 콘텐츠를 책으로 만든 ‘넷셀러’란 말이 쓰인다”면서 “블룩은 대중적이지만 유동성 정보라는 한계 때문에 일관된 세계관과 깊이를 바탕으로 한 교양서를 배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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