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핵심읽기

습관의 역사

북코치 2006. 11. 13. 20:22

습관의 역사/피터 콜릿 지음|이윤식 옮김|대국전 368쪽|값15,000원

 

21세기 다문화 시대, 문화지능 업그레이드!


우리나라를 단일민족으로 규정하고 그 ‘순수성’을 강조해오던 교과서도 이제 그 태도를 바꾸어야 할 시점이다. 그만큼 이 사회가 급속하게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만년을 이어온 ‘혈통주의’가 21세기에 들어서며 단 몇 년 만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 역행할 수 없는 급물살을 역류가 아닌 순류로 바꾸어놓아야 한다. 여기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타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른바 문화지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차이’ 때문에 ‘차별’을 하게 되는 우를 피할 수 있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는 그 문화의 역사, 즉 뿌리를 살펴보는 게 지름길이다. 현상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제한적인 현재의 시선을 확장시켜 주고 오해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습관의 역사>는 타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이제야 다른 인종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의 각 나라는 오랫동안 국경을 안방 드나들 듯 넘나들며 교류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각 나라의 고유성과 유럽이라는 전체성이 혼재해 있는데, 이와 같은 특수한 역사는 그 나라 국민의 습관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습관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습관의 역사>는 이와 같은 유럽 각국의 ‘습관의 역사’를 총망라하면서 그 문화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그다지 타문화를 이해해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이만큼 명쾌하게 남을 이해하는 방식을 가르쳐줄 ‘케이스 스터디’가 또 있을까?



습관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


장면 1.

한 영국인이 자신의 렌터카를 아테네공원의 출입금지 구역에 주차를 하려 한다. 그는 교통경찰을 발견하고는 잠시 동안 주차해도 괜찮은지 손짓으로 문의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머리를 한껏 뒤로 젖히는 것으로 ‘안 된다’는 대답을 대신한다. 그러나 이것이 영국인에게는 위로 향한 끄덕임처럼 보였기 때문에 경찰관에게 손짓을 하고는 자리를 뜬다. 그리스 경찰관은 영국인의 이 태도를 도전으로 인식, 그 영국인을 붙잡는다. 그리고 공격적인 논쟁이 끝없이 이어진다.


장면 2.

윈스턴 처칠이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고 집게와 가운뎃손가락을 벌려서 승리를 표현한 장면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그런데 이게 그리스로 가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1944년의 일이다. 처칠은 환영하는 그리스 군인에 둘러싸여 있다. 한 그리스 군인이 그에게 집게와 가운뎃손가락을 벌려서 승리의 V 사인을 보낸다. 문제는 손바닥의 방향이다. 그 그리스인은 손바닥을 안으로 향하고 손등을 내보였다. 영국인에게 그것은 모욕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장면 1의 오해는 끄덕임의 습관이 발단이다. 그리스인은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으로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반면 영국인은 위아래로 한두 번 흔드는 것으로 긍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장면 2는 좀더 치명적이다. 같은 V 사인이라도 그리스인은 손등을 밖으로 내보이는 반면 영국인은 손바닥을 밖으로 내보인다. 방향이 서로 바뀌었을 때 이 V 사인은 ‘승리’가 아니라 정반대인 ‘모욕’의 표시가 된다.

이와 같은 장면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난다. ‘나와 다른 너’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이 곳곳에 지뢰처럼 박혀 있는 셈이다. 이처럼 습관에 대한 몰이해는 문화에 대한 오해와 갈등을 낳는다. 하지만 습관을 이해하면 문화가 보이고 문화를 이해하면 친구가 된다. <습관의 역사>는 이처럼 문화 간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례를 수집해 그 원인을 명쾌하게 풀어헤친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대상은 전방위에 걸쳐 있다. 이른바 손짓, 고갯짓, 표정 등 몸짓에서부터, 인사, 호칭, 운전 등 사회적 관습, 그리고 욕, 유머, 별명, 심지어 침묵 등 언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행동이 수반되는 전반에서 분석이 이뤄진다. 그야말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종합적인 ‘습관의 문화사’다.



교양과 실용을 넘나드는 비교문화연구의 결정판


영국인은 포옹할 때 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볼까? 왜 프랑스인은 수다스럽고 영국인은 과묵할까? 독일인은 왜 호칭과 직함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좋아할까? 남성끼리나 연인끼리 신체접촉이 많은 이탈리아인도 왜 부부끼리는 그렇지 않을까? 나라마다 다른 습관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것도 없을 것이다.

또 있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유럽 대도시는 아무렇게 버려진 용변으로 냄새가 진동했으며, 루이 14세는 변기에 앉아서 신하를 알현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또 루이 14세나 앙리 4세가 거의 씻지도 않고 살았던 이유? 역사적 사실의 이면을 들춰내어 ‘감상’하는 것은 후대의 특권 중 하나다.

이 책 가득 들어있는 이런 유의 에피소드들은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그 자체로 자칫 가십으로 읽힐 수 있다. 그만큼 가볍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이다. 하지만 비교문화연구의 저명한 저자인 피터 콜릿은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이 책을 ‘단지’ 읽을거리 이상으로 만들어냈다.

저자는 현대 유럽인의 생활상 전반에 나타나는 문화의 차이를 고증하기 위해 멀리 고대 그리스・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가 하면, 유럽 각국의 구석구석까지 누비고 다닌다. 또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유럽 각국을 방금 여행하고 돌아온 기분마저 든다. 이처럼 방대한 자료를 일관되게 엮어낸 솜씨와 흥미롭게 전개하는 묘사력은 <습관의 역사>를 비교문화연구의 결정판으로 만들었다.





목차 소개

1장_몸짓 습관

과장과 축소 Understatement

표정의 역사 Face

승리의 V 사인 Victory

긍정과 부정 Yes and No

손짓의 차이 Beckoning

제스처 Gesture

어깻짓의 유형 Shrugs


2장_사회적 관습

인사, 존경 또는 결속 Salutations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호칭 Address

나라마다 다른 냄새 문화 Odor

친밀함의 거리 Intimacy

운전 습관으로 알 수 있는 국민성 Driving

시간, 지배하느냐, 포로가 되느냐 Time

줄서기 문화 Queues


3장_습관의 역사

목욕의 역사 Cleanliness

키스의 문화사 Kissing

화장실의 역사 Water closets

신체 접촉의 의미 Touch

시간 관념 비교 Punctuality

쳐다보기 Looking

악마의 눈 Fascination


4장_언어적 특성

수다의 사회학 Verbosity

모욕의 사회사 Manual insults

다른 민족에 대한 조롱의 유형 Jokes

욕, 감정의 해방구 Expletives

유머로 보는 문화 Humor

별명 Names

영국인의 침묵 Reserve

글쓴이 피터 콜릿(Peter Collett)

잠비아 태생의 영국 사회심리학자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실험심리학과 교수를 지냈다. 그는 각기 다른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의 행동 양식을 비교하는 비교문화 연구 전문가로서, 특히 몸짓 언어에 담겨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와 사회적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데스몬드 모리스와 <제스처, 그 기원과 확산>을 공동 저술했으며, 몸짓 언어에 대한 포괄적이고 세밀한 분석을 담은 책 <음은 나보다 먼저 말한다>를 펴냈다. 여러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영국 BBC의 인기 프로그램에서 심리학 전문 패널로 일하면서 몸짓 언어와 그 의미를 소개하기도 했다.



옮긴이 이윤식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제로게임>, <내부로부터의 혁명> 등이 있다.




습관의 역사 (본문에서)


영국에서 축소해서 말하기는 철저하게 제도화되었다. 텔레비전 기상 캐스터는 내일 날씨를 전달하면서, 비가 올 것임을 보여주는 기상표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25쪽, 과장과 축소 중)


16세기 동안에 영국인을 웃음과 미소에서 멀어지게 한 다른 요소가 바로 나쁜 치아 때문이다. 1598년 독일의 법률가 파울 헨츠너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궁전을 방문했는데, 그는 여왕의 이가 너무 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설탕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이었다.

(34쪽, 표정의 역사 중)


체코인 소설가 카렐 차페크, “영국인은 제멋에 그런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거저 뻣뻣한 소가죽 같다.”

네덜란드 작가 게오르게 레니에르, “오, 결코 움직일 줄 모르는 저 냉담한 얼굴의 인종! (중략) 그것은 성당 앞에서 영혼의 비밀을 지키는 스핑크스 같은 얼굴이다.”

(38쪽, 표정의 역사 중)


그리스인의 경우 승리의 V 사인은 손바닥이 본인에게 향하고 욕은 손바닥이 전방으로 향하는 데 반해, 영국에서는 손바닥이 앞으로 향하면 승리의 V 사인이 되고 손바닥이 뒤로 향하면 욕이 된다.

(47~48쪽, 승리의 V 사인 중)


만약 여러분이 그리스의 국경일에 그곳에 있게 된다면, (중략) 그들이 때때로 머리를 아무 표정 없이 뒤로 젖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상황에서는 눈썹을 올리거나 눈을 감거나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젖히는 행동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동작이 함께 사용될 때, 그것은 최대의 부정의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50~51쪽, 긍정과 부정 중)


차 안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한 명이 자신의 입술을 만진다. 오른손을 들어올려서 하 번, 두 번, 세 번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만지더니 손으로 칼질하듯 허공을 수평으로 가른다. 상대방이 그것을 보고 나서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버린다. 그는 5시 30분에 있을 즐거운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것이고, 물론 그 저녁식사에 참석할 것이다.

(66쪽, 제스처 중)


그리스인이나 터키인이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끝을 모아 동그라미를 만드는) 링 사인을 할 때는 어떤 것을 승인한다거나 무가치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항문이나 여성의 성기를 언급하는 것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의 성적인 면을 언급하거나 섹스를 청할 때 사용되는 것이다.

(79쪽, 제스처 중)


악수를 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문화적 차이들을 보인다. 예를 들어 프랑스인은 펌프질을 하듯 단호하고 거친 맛이 있는 반면, 이탈리아인은 이 과정을 좀더 오래 끄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악수를 좀더 오래 끌기 위해 말로 인사를 계속 나눈다.

(100쪽, 인사, 존경 또는 결속 중)


이집트 원정을 마무리하고 프랑스로 돌아가기 직전에 나폴레옹은 조제핀에게 편지로 “씻지 마라. 곧 갈 테니까.”라고 했다. 아직까지도 프랑스에는 몸 냄새를 즐겼다는 증거들이 매우 많이 남아 있다.

(126쪽, 나라마다 다른 냄새 문화 중)


(프랑스는 물론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은) 영국인이 적색 불이 켜지면 멈추고 녹색 불이 들어오면 출발하는 것을 보고 ‘파블로프의 개’(종을 치면 조건반사로 개가 침을 흘리게 할 실험)를 연상할 것이다.

(146쪽, 운전 습관으로 알 수 있는 국민성)


만약 여러분이 (러시아인) 친구를 불쑥 방문한다면, 한 시간 또는 하루 동안도 머물 수 있다. 만약 겨울에 얼음낚시를 한다면 거의 동상에 걸릴 때까지 그 얼음 구멍 앞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만약 버섯을 따러 간다면 새벽부터 땅거미가 질 때까지 숲을 누비며 관통하게 된다. 줄을 서서 세 시간씩 기다리는 일, 기차를 타고 나흘 밤낮을 여행하는 것 (…중략…)에 대해 두 번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167~168쪽, 시간, 지배하느냐, 포로가 되느냐 중)


루이 14세는 거의 씻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셔츠를 하루에도 서너 번씩 갈아입음으로써 나름대로 청결을 유지했다. (중략) 앙리 4세도 매우 질좋은 아마포로 만든 옷을 입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략) 그러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베르뇌유 여사에 따르면, 그의 몸에서 ‘썩은 동물에서 나는 듯한 냄새’가 맴돌았다.

(190쪽, 목욕의 역사 중)


영국에서는 키스 인사가 매우 형식적이다. 키스하는 동작을 취하기는 하지만, 입술이 상대방의 피부에 거의 닿지 않게 함으로써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함만 표시하는 형태를 보이는 것이다. 또한 키스할 때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쪽’ 소리와 함께 ‘음하!’ 같은 소리를 크게 낸다.

(199쪽, 키스의 문화사 중)


루이 14세는 옥좌를 그의 변기용 의자로 사용했다. (중략) 영국 대사 포틀랜드 경은 왕이 대변을 보는 동안 알현하는 것을 커다란 영광으로 간주하였다. 그리고 그의 약혼녀가 ‘맹트농’ 양이라고 공표한 것도 바로 그 자리에서 대변을 보면서였다.

(210쪽, 화장실의 역사 중)


커피 하우스의 부상으로 ‘단추 잡기’라는 새로운 대화 기술이 나타났다. 이것은 상대방이 자리를 뜨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한 손으로는 상대방의 윗도리나 외투의 단추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상대방의 주의를 계속 끌기 위해 제스처를 쓰는 것이다.

(231쪽, 신체 접촉의 의미 중)


스페인의 경우, 약속 시간에 한 시간 가량 늦게 도착한 사람은 변명 비슷하게 혼잣말로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반면에 단지 몇 분 늦은 영국인은 사과를 해야 되고, 지각한 이유에 대해 상대방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한다.

(238쪽, 시간 관념 비교 중)


스웨덴인은 듣고 있을 때보다 말하는 동안에 상대방을 훨씬 더 많이 응시한다. 즉 그들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관심을 나타낼 것인가 하는 문제보다, 남이 내게 얼마나 관심을 가져주느냐에 더 신경을 쓴다.

(247쪽, 쳐다보기 중)


이탈리아인의 대화는 (중략)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제스처를 쓰는 사람이 바로 화자의 위치에 선다. 말을 계속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단지 자신의 손을 허공에 대고 휘저으며 상대방의 시선을 집중시키면 된다.

(280쪽, 수다의 사회학 중)


마르틴 루터는 자신의 엉덩이를 보여줌으로써 악마를 격퇴하겠노라고 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선원들은 두려운 바람을 격퇴하기 위해 자신의 엉덩이를 노출시키는 습관을 갖고 있으며, (중략) 스칸디나비아 병사들은 이 파격적인 광경이 적의 검을 무디게 할 것이라는 신념으로 적을 향해 자신들의 엉덩이를 노출시켰다.

(294쪽, 모욕의 사회사 중)


미국인 아내 : 와, 자기, 굉장했어.

프랑스인 아내 : 내 사랑, 당신 정말 멋진 사람이야.

유대인 아내 : 모피 코트부터 사달라고 할걸.

독일인 아내 : 아, 서방님, 대단한 힘이에요. 완벽했어요.

영국인 아내 : 자, 여보, 기분 좀 나아졌어요?

(307쪽, 다른 민족에 대한 조롱의 유형 중)


유럽인의 별명을 살펴보면 유럽 각국의 별미들이 망라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인은 영국인을 ‘rosbif’(구운 쇠고기)라고 부르고, 영국인은 ‘frogs’(개구리)라고 별명을 붙여 프랑스인의 치하에 악답을 하였다. (중략) 17세기 네덜란드인은 ‘Jan Kaas’(치즈 인간)로 불렸고, 19세기에는 독일인과 함께 ‘Cabbage-heads’(배추머리)로 불렸다. ‘Sauerkraut’(절인 배추)라는 별명이 1904년경 처음으로 독일인에게 적용되었다.

(347쪽, 별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