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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기업의 자녀교육비법 `고개가 끄덕`

북코치 2006. 12. 9. 00:55
명문기업의 자녀교육비법 `고개가 끄덕`
 
명문기업가의 자녀교육이규성 지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침식사는 가족과 함께”

현대그룹을 설립한 고 정주영 회장은 가족이 모여서 아침식사를 함께 하는 것을 자녀교육의 원칙으로 했다. 늘, 현장으로 뛰어다녔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 자녀들을 가르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녀들 역시 아버지의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아침 밥상에서 보는 것이 전부였다. 일명 ‘밥상머리 교육’이라 불리는 정주영 회장의 자녀교육법의 키워드는 ‘근면’과 ‘성실’이었다. 그는 생전에 청운동 자택 1층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써놓았다.

‘一勤天下無難事’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는 법이다’는 뜻이다. 정주영 회장은 자식들에게 근면과 성실을 유난히 강조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손자들을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며느리들을 보고 “젊었을 때 콩나물 버스에서 시달려봐야 나중에 자가용을 샀을 때 기쁨을 안다”여 역정을 냈다. 일생을 근검하게 살았던 그는 몸소 근면과 성실을 실천한 아버지였다.

<명문기업가의 자식농사>(밀리언하우스. 2006)에 실린 정주영 회장의 일화는 성공의 씨앗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선례다. 저자 이규성은 굴지의 기업을 일으킨 대한민국 명문기업가의 자녀교육 노하우를 한 권의 책에 집대성했다. 취재력과 자료수집 면에서 점수를 줄만한 알찬 내용은 시류에 편승에 쏟아지고 있는 자녀교육, 성공, 자기계발류의 책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자녀교육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녀교육철학을 각 기업가 별로 정리해본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교육법

①“적고 또 적어라”

삼성 이병철 회장은 지독한 메모광이었다. 그는 태평로 삼성본관에 출근하면서 자신의 메모를 토대로 그날의 일과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A씨 20분’이라고 적었으면 어김없이 당사자와 20분간만 면담을 했다. 정확하게 시간을 분단위로 나누어 일을 처리했다. 퇴근 무렵까지 메모 내용 중에 실천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다시 수첩에 적어 집으로 가져갔다.

이 회장의 메모는 단순히 ‘기억보관용’ 메모가 아닌 ‘자기반성용’ 메모였다. 이병철 회장의 철두철미한 기록 정신은 아들인 이건희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의 품안에서 떠나지 않았던 전자제품이 ‘소니 녹음기’였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회장 역시 선친을 따라 집요하게 기록을 했다. 이건희 회장은 끈기 있게 생의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고 줄곧 강조했다. 부모의 좋은 메모습관은 자녀에게도 대물림 될 수 있다.

②“말 잘하는 아이보다 잘 듣는 아이로 키워라”

이건희 회장은 어릴 때 일본과 미국에서 혼자 유학생활을 했다. 이때 스스로 생각하고 몰입하며 남의 말을 듣는 습관을 갖게 됐다. 특히 부회장이 됐을 때 선친인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붓글씨로 ‘경청(傾聽)’이라는 글귀를 받았는데 이것은 그의 ‘듣기’ 성향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듣기만 하지는 않는다.

이 회장은 사장단 회의나 구조조정본부 팀장회의 때면 “니, 얘기해봐라”고 한 다음 “왜”를 반복해서 캐묻고 또 캐묻는다. 누구에게든 “그래서”라고 수차례 반복해서 물으면 그 사람의 지식은 바닥이 나게 마련이다. 참석한 임원들이 더 이상 답을 못해 손을 드는 순간 이 회장은 자신이 준비해 간 메시지로 이들을 휘어잡는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제왕학(帝王學)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경청에는 ‘인정’과 ‘배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상대가 처한 상황을 인정한다는 느낌이 경청을 통해서 전달 될 수 있다. 이병철 회장에 이어 이건희 회장, 재용씨에게 이어지는 삼성가의 경청의 가르침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LG 구인회 회장의 교육법

①“한번 사귄 사람과 헤어지지 말고,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마라”

구인회 회장이 자손들에게 중요하게 가르친 것 중에 하나는 “한번 사귄 사람과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말라”였다. 이런 가르침은 70년 이상 지속됐던 허씨 가문과의 동업관계에서 빛을 발했다. 창립 때부터 2005년 LG와 GS로 나눠지기까지 LG그룹에 참여한 구씨와 허씨의 일가가 수십 명에 이른다. 두 집안의 동업은 3대에 걸친 것인데다, 양가 모두 다손이어서 다른 재벌가에 비해 유달리 많은 편이다. 그러나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는 말은 양가에는 맞지 않았다.

심각한 불협화음 없이 양가는 평탄하게 기업을 이끌었다. LG에서 GS로 분사되는 과정에서도 “부득이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말라”는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다. 구본무 회장이 평소 자녀들에게 강조하는 덕목도 약속과 신의다. 이는 일상적인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거래관계에도 두루 적용된다. “당장 이러한 자세가 자신에게 별 도움을 주지 않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결국 모든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덕목”이라는 게 구본무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배운 인간관계 교훈이다.

②“부는 스스로 일구어야 가치가 생긴다”

구본무 회장은 국내 굴지의 그룹 회장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소탈하고 검소하다. 이는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과 할아버지인 구인회 창업주에게서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것이다. 창업주를 필두로 대대로 자녀들에게 근검절약 정신과 독립심을 가르쳤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사면 사용기한을 정해 그때까지 아껴서 쓰도록 했다. 사용기한 전에 물건을 잊어버리거나 함부로 훼손하면 절대 돈을 주지 않았고, 한 푼의 돈도 헤프게 쓰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또 “부모형제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적인 독립”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작은 돈일지라도 사치나 허세를 위해 낭비하는 것을 큰 잘못으로 여기고 구본무 회장을 포함한 자녀들에게도 늘 ‘근검절약’을 생활신조로 삼으면서 이를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구본무 회장의 검소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고 자란 덕에 자녀들 역시 검소한 생활이 몸에 뱄다.

▲SK 최종현 회장의 교육법

①“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찾아 먹어라”

최종현 회장은 평소에도 “내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물적 재산이 아니라 재산이 만들어지는 방법”이라며 “지식이 있으면 재물은 절로 따라온다”는 말을 자주 했다. 또 평소 2세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돈이 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자기 능력껏 밥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밥은 자기가 찾아 먹는 것이다. 누가 먹여주는 것이 아니며 누가 먹여주기를 기다려서도 안 된다”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닦지 않고 물려받은 재산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돈을 모으는 것 못지않게 쓰는 방법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는 사람은 장사꾼이고 돈만 벌겠다면 그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돈 이외의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 진짜 기업가다. 장사꾼과 기업가의 차이는 돈을 어떻게 모으느냐는 데도 있지만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더 큰 차이가 있다. 개인적인 이해보다 나라 경제에 대한 공헌을 우선시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기업가 정신이라고 할 것이다”

②“토론과 기록, 분석을 즐겨라”

최종현 회장은 자녀들과 토론하기를 즐겼다. 주제는 사회, 경제가 아닌 과학 분야였다. 가끔은 난센스 퀴즈를 내 자녀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둘째 아들인 최재원 부회장은 “부친이 살아계셨으면 최근의 토론주제는 아마도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관련됐을 것”이라며 “그만큼 과학을 중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슬하에 중학교 1년, 초등학교 5년과 1년인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최 회장은 자녀들에게 늘 ‘기록과 분석’을 습관화 할 것을 강조한다.

자녀들이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국내외 지역을 방문할 경우 반드시 사전조사를 하게 한다. 현지에 가서 보고 들은 것 뿐 아니라 물가, 교통, 문화 등을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길들임으로써 자연스레 경제 마인드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또 틈날 때 마다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인성교육과 더불어 경제관련 문제를 내고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는 “책 속에 들어있는 지식만 갖고 강자들이 즐비한 강호세계(기업 활동)에 나섰다가는 한방에 나가떨어질 것”이라며 “이론을 끊임없이 현실 속에 대입하는 훈련을 통해 경영자로서의 내공을 쌓으라”고 뼈있는 조언을 했다.

책 <명문기업가의 자식농사>를 쓴 이규성은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믹리뷰’ 기자로 8년간 일했으며 현재 증권경제전문방송인 ‘이토마토’ TV의 경제팀장으로 근무 하고 있다. 경제기자 특유의 분석력과 취재력으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재벌, 명문가들의 자식교육노하우를 일목요연하게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