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만에 핀 사랑 꽃? `능소화`의 감동 | |
능소화조두진 지음 | |
비슷한 시기에 400년 만에 발굴된 무덤에서 남녀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 한 통이 발견되었다. 진정한 사랑은 과학적인 분석에 따른 유효기간을 무시하고 가슴 속에 영원히 각인되는 증표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 <능소화>(예담. 2006)의 줄거리다. 책에 나오는 연서는 1998년 4월 경북 안동의 무덤에서 실제로 발견된 것으로, `원이 엄마의 편지`로 유명하다. 이승에서 만나서는 안 될 두 사람, 주인공 응태와 하늬는 서로를 피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숙명적인 사랑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어떤 운명도 갈라놓을 수 없을 만큼 사랑을 했다. 아름다운 사랑은 지극히 짧게 막을 내린다. 그들을 갈라놓은 운명은 남편 응태의 목숨을 거두어 갔다. 아내가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인 소화를 훔쳐 와서 이승의 집 안마당에서 능소화를 심어놓고 살았다. 저승사자는 소화를 찾기 위하여 천지사방으로 찾아 헤매다가 결국 하늬의 집 뒷마당에 있는 능소화를 발견하고 남편의 목숨을 앗아간다. 절절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내는 지하의 남편에게 영혼의 편지를 띄운다. “저는 당신이 떠나지 않았음을 압니다. 죽음이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음도 압니다. 어떤 운명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사람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리워지는 법입니다. 하물며 우리는 함께 있어도 그리워했는데 당신이 가시고 없으니 그리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하늘에서만 피는 능소화를 잘못 훔쳐 와서 이승의 남편과 자식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하늘을 능히 이기는 꽃인 능소화는 모든 꽃들이 피고 난 봄을 지나서 한여름에 비로소 홀로 피어난다. 꽃이 떨어질 때도 시들지 않은 채 그대로 처연하게 떨어진다. 마치 응태와 하늬의 400년이나 지난 불멸의 사랑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400년이 지난 뒤에 발견된 무덤에서 다른 유물은 거의 썩어서 분간이 어려운데 유독 아내가 쓴 사랑의 편지만 해독이 가능한 까닭을 첨단 과학도 해명할 수가 없다. 자신들의 죽음을 불사하고 맺은 사랑은 또 다시 하늘의 뜻을 거부하고 그들의 무덤 앞에 능소화를 심어서 재회하려고 한다. 지금은 일반 가정의 정원에서 한여름 뙤약볕을 이겨내고 꽃을 피운다. 하지만 그 꽃을 탐하려고 만지거나 접촉을 하면 독소를 뿜어내는 위험천만한 꽃이다. 행여 먼저 간 내 님이 나를 찾으러 오지 않을까 두리벙두리벙 고개를 들고 기다리는 여심을 아는가. “능소화로 꽃귀한 여름날 크고 붉은 꽃을 보시거든 여늬의 눈물겨운 사랑의 눈빛임을 알고 달려와 주세요.” 영원을 향해 치닫는 사랑은 고사하고 눈앞에 달려있는 사랑의 열매도 알지 못하는 인스턴트 시대의 사랑은 안개처럼 자욱하고 내밀한 거래로 가치가 떨어진지 오래다. 해묵은 사랑이라고 가볍게 여겨 볼 일은 아니다. 해묵은 사랑일수록, 진솔한 사랑일수록 그 가치는 오래오래 빛을 발한다.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그런 사랑 한 자락 붙잡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눈물이 메마른 자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전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사랑을 찾아 헤매는 자는 <능소화>의 치명적인 사랑을 맛보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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