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문학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예술은 대상을 낯설게 보게 만드는데 그 힘이 있다. '사신 치바'라는 책은 죽음이라는 소재를 낯설게 보도록 시도하고 있다. 주인공의 직업은 사신. 인간의 자연사나 병사에는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사고사나 의문사 등 갑작스런 죽음에 관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치바의 입장에서 인간의 죽음은 참 가벼운 일이다. 보험 설계사가 가정을 방문해서 알맞은 보험 상품을 택하고 계약을 체결하듯이 치바는 누군가를 방문하여 일주일간 조사하여 그의 죽음에 '가' 혹은 '보류' 판정을 내린다. 일단 인간이 아닌 존재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인생은 과연 어떨 것인가. 게다가 그 존재가 인간의 죽음을 결정한다면...
책에는 여섯 가지의 에피소드가 나오고 그 중에는 서로 연결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섯개의 독립적인 이야기에 사신 치바가 등장할 뿐이다. 사신 치바가 인간의 삶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나 궁금증 등을 내보이는 대화가 우선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중요하다. 치바는 어떤 인물이 죽을만한지 아닌지를 조사하는데 그 대화에서 사신이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을 하고 이는 아직까지 사신의 방문을 받지 않은 독자들에게 중요한 물음을 던진다.
그러나 이야기 자체는 죽음을 다루는 여느 글들과 다르게 그렇게 무겁지 않다. 우선 사신 치바라는 주인공은 무거운 의미를 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이 죽든 말든 별 상관이 없는 존재이므로 그의 죽음에 대한 논의는 벌써 시작부터 가벼울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또한 사신이라는 직업치고는 인간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는 면이 죽음에 대한 가벼운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결국 모두 죽는다는 단순한 사실 아래에서 그럼 인생을 왜 그렇게 살고 있냐는 물음이 사신 방문의 시작이다. 죽을 사람을 선정하는 기준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사신의 방문을 받았다면 꼭 죽지 말아야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생각하며책읽기]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잘 살아야겠다는 희망찬 메세지도 아니고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도 아니다. 결국 사람들은 이렇게 살다가 가는구나라는 다분히 사신의 입장에서 취할만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도리어 이런 생각이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데는 더 도움이 되는 것도 같다. 나의 삶을 조금이라도 사신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후회는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사신이 나를 방문하여 일주일 동안 무엇을 바라보고 느낄지 알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양서보급중앙회 북멘토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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