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나라의 제1대 황제 유방(재위 BC 202∼BC 195). 평범한 농민 출신이었던 그는 탁월한 인재관리 능력을 기반으로 최고 통치자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오늘날 성공의 필수요건으로 꼽히는 ‘리더십’을 십분 발휘했던 인물이었던 것. 그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는 이유다.
유방은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방관형’ 지도자였다. 아랫사람에게 별다른 제지를 가하지 않고, 그들 의사를 최대한 존중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그를 위대한 리더로 만들었다.
중국사 인물들의 악랄하고도 치밀한 모략들을 모아놓은 책 <모략의 즐거움>(김영사. 2007)은 유방의 성공 비결을 보다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치인의 기술’이라는 장에서다.
才可用者, 非大害而隱忍
- 쓸 만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커다란 해악이 아니라면 용인해야 한다.
먼저 책은 유방의 너그러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한다. 내용은 이렇다.
유방의 부하 중 진평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원래 항우의 군대에 있다가 친구의 소개로 유방을 만나게 됐다.
지혜가 뛰어난 진평은 유방에게 ‘항우가 제나라를 토벌하면 후방이 비게 되니, 그 틈을 타서 직접 항우의 본영을 공격하자’고 건의했다. 유방은 그의 계책을 칭찬하며 그 자리에서 높은 관직을 내렸다.
그러자 한나라 장수들이 일제히 반대를 하고 나섰다. 진평이 과거에 형수와 간통을 하고 뇌물을 받아먹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유방은 직접 진평을 불러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진평은 뇌물을 받은 사실은 시인했지만, 형수와의 간통은 극구 부정했다.
이야기를 들은 유방은 잠시 갈등했다. 뇌물 사건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 하지만 분명 그의 도움이 필요했고, 전쟁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정한 유방은 진평의 어깨를 치면서 구슬렸다.
“선생께서 고생스런 날을 보내다니, 이건 모두 내가 소홀한 탓이오. 우리는 촌스러운 사람이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오.”
유방은 진평을 추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많은 돈을 내리면서, 관직까지 높여주었다. 그의 아량에 감격한 진평은 전심전력을 다해 유방을 도와 큰 공을 세웠다.
이를 두고, 책은 “지혜로운 지도자는 부하에게 설사 결함이 있더라도 능력만 있다면 그를 중용한다”며 “반대로 식견이 짧고 도량이 좁은 사람은 결코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고 풀이한다.
즉, 유방은 능력을 최우선시 함으로써 유능한 인재들을 자신의 휘하에 둘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관대한 포상 정책으로 부하들의 충성심을 고취시켰다.
賞勿吝, 以墜其志
- 상을 내릴 때는 인색하지 말아야 하니,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의 의지를 마비시켜야 한다.
사실 유방도 초기에는 아랫사람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지 못했다. <모략의 즐거움>에는 그가 변화된 결정적 계기도 나와 있다.
초나라와 한나라의 전쟁 초기, 항우는 신하들에게 큰 상을 내리고 관직을 높여주었지만 유방은 달랐다. 그는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관직을 너무 높여주면, 신하들의 야심을 키우게 되어서 결국 왕의 권위가 떨어질 것이오. 게다가 자칫 잘못하다간 반란을 일으켜서 왕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오.”
그러나 신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유방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는 모두 입신양명하기 위해서였다. 마음을 몰라주는 유방이 원망스러웠지만, 그의 태도가 워낙 굳건하다보니 일단은 참고 때가 오기만 기다렸다.
드디어, 때가 왔다. 유방이 항우의 군대에게 포위된 것이다.
구하러 오라는 유방의 전갈에, 오랫동안 왕위를 탐내던 한신은 자신이 임시로 제왕을 맡겠다는 답을 보냈다. 왕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제 밥그릇만 챙기려는 부하에게 화가 난 유방. 욕설을 퍼붓고 화를 내는 그를 신하들이 말렸다.
“지금은 포위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일단 한신의 요구를 들어주고 신속히 포위를 뚫도록 해야 합니다. 게다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폐하계서 상을 내리는 것이 인색하다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금방 말뜻을 이해한 유방은 즉시 한신을 제왕으로 임명했다. 한신은 소원이 이루어지자 더 이상 딴 생각을 품지 않고 곧바로 유방을 구하러 왔다.
유방이 포상의 중요성을 절감한 순간이다.
여기에 책은 “어느 시대나 사람의 적극성을 가장 잘 불러일으키는 수단은 이익”이라는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아랫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부리기 위해서는 그의 능력에 합당한 대우, 결과에 알맞은 보상이 뒷받침 돼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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