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편 켄가이어의 `아빠, 잘 가르쳐 주셔서 고마워요`
<책소개>
5월입니다.
푸르름이 자극적인 5월은 가정의 달, 감사의 달, 그리고 푸르른
희망의 달입니다. 5월이 되면 어버이의 은혜를 생각나게 하고,
침을 튀기며 칠판 앞에서 흰 분필 가루 날리며 가르침을 주시던
스승이 떠오르며, 그리고 어린이날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나들이
가던 그 때가 떠오릅니다.
나의 아빠는 가난한 목수였습니다.
5월이 되면 아빠는 꼭 우리 두 형제를 데리고 가까운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위로 누나와 막내 여동생을 빼놓고서...
나의 아빠는 무척 어려운 시대를 살아왔고, 가난함을 옷으로 입고
지내셨던 분입니다. 일제 식민시대를 지나 6.25 동란을 겪고,
여순반란사건을 경험하고 (그것도 17세의 어린 나이에 몸소 총을
메고 공비를 토벌하러 가야했습니다)
그 시절의 누구나 다 경험한 그 삶을 몸으로 살아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겨울, 나의 부모님은 버려진 땅을 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땅 한 뼘도 없었던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냇가 한 가운데 있던 버려진 땅을 겨우내 일구어 마침내 비옥한
논으로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매년 여름 홍수가 나면 온통 흙탕물이
논을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마음 졸이긴 했지만, 우리 4남매는
10여 년을 그 땅에서 나는 쌀을 먹고 자랐습니다.
또한 아빠는 먹고사는 일에만 마음을 쓰지 않으셔서
자식들의 배움을 우선순위의 맨 앞에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어느 날부터인가 주일마다 쥐어주신 10원짜리
동전 한두 개를 들고, 나는 교회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었습니다.
예수를 믿지 않으시던 그 분이 우리 4남매를 교회에 주일마다
주일학교에 보내신 것은 착하고 삐뚤어지지 않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스무 살이 되도록 “너희들 머리 속에
까만 먹물을 가득 채워주고 싶다”란 말씀을 듣고 자라야 했습니다.
어려움이 밀물처럼 다가와도 한 번도 나의 아빠는 아빠의 자리를
결코 버리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려울수록 그 자리를 꿈쩍도 않고
지켰습니다. 비가 오면 그 비를 다 맞고 서 있었으며, 눈이 오면
온 몸으로 그 눈보라를 묵묵히 홀로 이겨내셨습니다.
(여전히 그분은 지금도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자리를 켜가고 계십니다.)
그런 아빠 밑에서 자라면서 나는 바른 가치관과 배움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하셨고 막노동으로
피곤한 몸을 이끄시고도 언제나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밤늦게까지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던 나의 아빠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책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다가와도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키려고 애씁니다.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무척 힘이 들고, 문득 포기하고 싶지만
아빠를 생각하면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용기가 불쑥 솟아납니다.
나는 아빠가 겪었던 어려움과 삶의 진실을 모두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어렴풋이 보고 배웠던 것들이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에서야 더 많은 것들을 아빠로부터 배우지 못했음이 후회됩니다.
그리고 한 번도 아빠로부터 배운 소중한 삶의 아름다운 모습들과
진실들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캔 가이어의 『아빠, 잘 가르쳐 주셔서 고마워요』는
나에게 인생의 소중한 진실들을 삶으로 가르쳐 주신
아빠의 가르침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이 감사의 달, 가정의 달이라고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감사해야 할지 모르던 나에게 소중한 배움을 선물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어린 시절에 고사리 같은 내 손을 잡으시고
글자를 가르쳐 주시고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해 주셨던 나의 엄마,
아빠가 계셨음을 기억한다면 이 깨달음조차도
그분들에게 빚지고 있기에 고마움이 사무칩니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다른 어떤 선물보다도
내 마음에 감사함을 가득 담아 "아빠,
인생의 많은 진실들을 가르쳐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그분이 살아 계실 때 말씀드릴 것을..."하고 후회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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