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멘토 리뷰]
미국에서는 벌써 오래 전에 가족의 해체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아니지만, 호구제도의 변경, '아버지'라는 존재의 무너짐 등등 유사하게 흘러갈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자본주의 가치관이 정착되기도 전에 여러 선진국들의 사고 방식과 자본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데 감당할 재간이 있으랴.
그러한 와중에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볼만한 책이 한권 나왔다. 물론, 밝고 화목한 내용도 아니지만... 어쩌면 그러한 내용들을 통해 우리는 상대적인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화두로 던지고 있는 것은, 가상 공간에 몰입하는 우리나라의 현대인들을 말하고 있다. 그런 일들에 의해 현실에서 메울 수 없는 만족감을 인터넷 세상 속에서 헤매며 허기를 달랜다. 그곳에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 아무도 모르고 심지어 스스로 자아를 인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도 한 때 저러한 상황에 빠진 적이 있었다. 집안의 여러가지 일들로 오락이나 TV에만 빠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지금은 어렵사리 극복했지만, 누구나 한번은 그러한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각하며 책읽기]
이해명 교수는 “영재의 아버지는 아이의 재능을 일찍부터 관찰하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일찍 발견한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아들을 음악가로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했고, 그 문제를 동료들과 의논했다. 케인즈의 아버지 역시 아들의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 동료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했고, 아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여러 경로를 통해 기회를 주었다. 피카소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아들을 가르친 결과 아들의 재능을 일찍 발견한 케이스다.
“일본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 노요리 료지 박사도 아버지가 자신을 화학자로 키웠다고 말한 바 있어요. 아버지가 기술자였던 덕에 료지 박사는 어릴 때부터 화학 잡지와 실험 도구에 둘러싸여 살았대요.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 교수를 소개시켜줬고, 그날 이후 유카와 히데키 교수는 료지 박사의 우상이 되었대요. 아이에게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겠죠?”
아이의 재능을 관찰하고 확인했다고 해서 아이가 영재로 자라주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과정을 강도 높게 이수하도록 지속적이고 혹독한 훈련을 시켜야 하는 것. 역사 속 영재의 아버지는 모두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이해명 교수도 만만치 않다. 그는 스스로를 ‘자식 교육에 극성맞은 아버지’라고 표현했다.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철저하게 지도했어요. 아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아침마다 영어 공부를 시켰어요. 딸이 사용했던 중학교 교과서를 교재 삼아 단어와 문장을 통째로 외우게 한 것이지요. 아들은 그렇게 2년 동안 영어 공부를 하고 미국에 갔는데, 학교 공부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만큼 영어 실력이 뛰어났어요. 아들이 중학교에 진학한 뒤부터는 주말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고전을 읽고 토론했어요. 케인즈의 책이나 파인만의 물리학 책도 영어 원서로 읽혔고요.”
이해명 교수에게는 맏딸과 여덟 살 터울의 아들이 있다. 그는 첫째 아이에게는 무심한 아버지였다.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는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둘째 아이를 교육시켰어요. 때로는 교육이론에 따르고, 때로는 교육이론을 무시하면서 말이에요.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꼭 배워야 할 것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짜서 체계적으로 가르쳤어요.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죠. 딸과 아들의 지능지수는 거의 비슷했지만 학력에 있어 현저한 차이를 보였거든요.”
이해명 교수는 자녀 교육의 핵심으로 독서를 꼽았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이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반해 독서는 읽는 이의 사고력과 창의력까지 길러준다. 그는 “독서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지만 초등학교 시기의 책 읽는 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게 하세요. 그것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말이에요. 그러려면 아마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겁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서점 가는 일을 가족의 일상적인 행사가 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예요.”
그는 아들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다섯 살 전후부터 거의 매주 서점을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책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함이었다.
“동화책이나 위인전만 읽는 것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또 부모가 권하는 책이 아이에게는 재미없을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만일 아이가 관심을 갖지 않는 책을 읽게 하고 싶으면 이런 방법을 써보세요. 우선 그 책에 대한 내용이나 지은이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거예요. 어른들도 역사 속 인물에 관심조차 없다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면 관심을 갖잖아요. 아이들도 그거랑 똑같답니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아이에게 그 책의 내용을 설명하도록 해보세요.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하다 보면 책을 읽을 때 정독하는 습관이 생기거든요.”
이해명 교수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 요즘에도 아들과 함께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고, 읽은 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아들이 독서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라고,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토론이다. 이해명 교수는 온 가족의 책 읽기가 익숙해질 무렵 정기적인 토론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한 사람이 책을 읽고 주제를 이야기하면 나머지 가족들이 그 문제에 대해서 토론하는 식이다. 가끔은 신문에 나오는 사회적인 이슈를 토론의 주제로 삼기도 했다.
“우리 아들은 뭐 그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지 항상 토론을 독점하려고 했어요. 그 상황에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들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주의를 끄는 일이었어요. 아들은 이 토론 시간을 통해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 연습을 하게 되었고, 결국 사고의 폭이 넓어졌지요.”
그러나 책을 읽고 발표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발표하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부모들도 많을 줄 안다. 그러나 이해명 교수의 방법대로라면 그리 어려울 게 없어 보인다.
우선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정해주고, 그 책을 다 읽으면 아이에게 책의 주제를 말하게 한다. 그 다음엔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지,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은 누구였는지,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 이야기의 결말은 맘에 드는지… 아이에게 할 만한 질문은 무궁무진하다. 삶의 경험이 많은 부모는 그만큼 다양한 측면으로 질문을 던질 수 있으니 말이다.
“책을 많이 읽고 토론을 통해 생각을 넓혔다면 마지막으로 아이의 생각을 쓰게 하세요. 그게 바로 논술입니다. 독서를 통해 문장의 표현력을 기르고, 토론을 함으로써 사고력과 논리력을 기르다 보면 결과적으로 논술도 잘하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독서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아내들도 남편들로 하여금 가사노동과 육아에 동참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어야 된다. 진지하게 지속적으로 육아에 동참할 것을 남편에게 요구해야 한다. 그것은 아내 스스로가 과중한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것이면서, 자기 남편들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배려이기도 하다.
모성을 신비화하여 여성들의 올가미로 만들어서는 안되듯, 통념적 부성을 과장하여 남성을 옥죄어서도 안될 것이다. 꼭 가장이 되어야 하고, 꼭 정신적 경제적으로 가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통념을 남성들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집안을 이끌어야 할 책임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져야 된다. 사정에 따라 어머니도 집안의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다. 가정은 부정되기보다는 변화되어야 겠기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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