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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북코치 2007. 7. 28. 03:35
[북멘토 리뷰]서점에 나가면 빼곡히 둘러싼 책 속에서 종종 위압감을 느낄 때가 있다. '도대체 저 책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과 동시에 '저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지'라는 중압감이 그것이다. 이러한 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책이 나왔다. 바로 ‘책, 사람들이 읽어야 할 모든 것’이다.

독일 브레멘에서 태어나 함부르크에서 영문학, 독문학, 예술사 등을 공부한 저자는 고전 소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경제 △정치 △여성 △문명 등으로 나누어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책들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독특한 해설 덕분에 내용들은 새롭게 다가 선다. 그것은 텍스트가 함축하고 있는 내면을 집요하게 추적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기 <돈키호테>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몰락한 하류 귀족 출신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기사 영웅담에 심취하여 자신이 영웅인 줄 착각하고 기사가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는 조상이 물려준 녹슨 기사용구와 비쩍 마른 자신의 말을 꺼내 유랑을 시작하며 온갖 해프닝을 자아낸다.

그러나 작가는 이 글을 문자적으로만 보지 않고 그 시대적 상황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한 때 유럽의 강국이었던 에스파냐는 당시 영국의 경제적인 번영에 따라가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영국이 시민계급인 상인들에 의해 신흥 강국으로 부상한 것과 달리, 에스파냐의 봉건 귀족들은 계속해서 세상과 동떨어진 과거의 이념에 매달렸던 것이다.

작가는 돈키호테를 시대착오적 사고에 사로잡혀있는 봉건귀족에 비유한다. 자신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돈키호테는 에스파냐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가는 더 나아가 오늘날 미디어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에게도 은근한 반성을 요구한다.

보이지 않는 손 <국부론>

작가는 경제부분에서 시대적 상황과 연결하여 국부론을 높게 평가한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이다. 이미 스미스의 자유주의 경제이론은 경제공황과 빈부의 격차를 크게 만들었다는 비판과 지적이 있지만 작가는 여전히 국부론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스미스의 엄청난 업적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18세기 말의 시대적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당시는 경제에 대한 포괄적인 이론이나 경제학이라는 전공분야도 없었다. 더욱이 그는 철학과 교수였다. 스미스가 <국부론>을 썼을 당시 영국에서는 단지 몇 개의 수공업 공장과 기계시설 공장만이 존재했다.

스미스의 요지는 국가가 모든 경제과정에 간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각 개인들이 다른 개인들과 경쟁할 때, 그 경쟁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국가의 '부'를 가져오고 그것이 결국 국가의 복지를 가져올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제대로 된 경제 이론서조차 없던 상태에서 경제 체계의 복잡한 상호 관련성을 굉장히 쉽게 설명한 그의 책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의식의 흐름잡기 <댈러웨이 부인>

작가는 현대사회의 작품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빼놓지 않고 소개한다. 이미 마이클 커밍햄이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했으며, <디 아워스>라는 영화가 소개될 만큼 이 책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책을 “현대문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아주 적당하다”고 말한다.

<댈러웨이 부인>은 1923년 6월 어느 여름날의 단 하루를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인 클라리사 댈러웨이는 다 큰 딸을 둔 엄마이자 정치인의 부인이기도 하다. 소설 속 '하루'는 그녀가 저녁에 있을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파티를 준비하는 ‘오늘’에서가 아니라 그녀의 '머리(의식)'에서 주인공의 내면을 찾고 있다.

그녀가 파티를 위해 집을 나서면서 회상하는 ‘과거’는 그녀의 ‘오늘’을 보여준다. 작가는 거리를 걸으며 과거의 회상에 젖었다 깨었다를 반복하며 클라리사의 청소년기, 결혼, 자신의 딸과의 관계, 불안함과 즐거움 등을 표현한다. 이런 과거를 불러오는 내면적 시간들은 하나의 지나간 시간들이 아니라 오늘을 구성하는 시간이다.

이처럼 다양한 양서(良書)들은 그저 과거의 책으로 머물지 않고 현재까지도 재해석돼 우리에게 다시금 새로운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해주는 시각은 그저 다양한 해석 중 하나일 뿐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지나간 책들의 좋은 향기를 살짝 맛보고 싶다면, 이 책으로 한 번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한국양서보급중앙회 북멘토&북코치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