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TV에서 '궁'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조선의 후신인 대한제국이 계속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드라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황태자에 대한 묘사를 보며 비극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실제 대한제국 왕족들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된다. 왕족의 운명은 국가의 운명과 동일하다고 한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치욕과 능멸의 시대를 살아야했던 백성들처럼 왕족 또한 비극적 삶을 살게 된다.
조선의 운명, 이구의 운명
2005년 7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인 이구 님의 장례식이 있었다. 이구는 영친왕와 이방자 여사 사이에서 1932년에 태어났다. 이방자 여사는 일본인으로써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꾸몄던 대한제국의 왕족과 일본의 왕족을 정략적으로 결혼시킨 사건의 희생자였다. 이방자 여사는 나중에 일본인이 대한제국과 조선인들에게 행한 잘못을 대신 사죄하며 생을 다할 때까지 이 나라의 사람으로써 헌신했다. 이구는 19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왕족의 후예가 아닌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손이 아닌 한 명의 동양인으로 살아왔다.
이구는 독일계 미국인 딸인 줄리아 여사와 1958년 미국 뉴욕의 세계적인 건축가 아이엠페이(IM)의 사무실에서 만나 그 해 결혼했다. 이후 1963년 이구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창덕궁 낙선재에서 기거했다. 그러나 1977년 이후 별거 상태에 있다가 결국 이혼을 했는데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친족들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외국인을 왕족의 대열에 끼워둘 수 없다는 것이었으리라. 줄리아 여사는 이구의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일본제국주의자들에 의해 36년 간 지배당했던 우리는 해방 이후 분단과 전쟁을 겪으며 과거의 지배자였던 조선왕족들에 무심했다. 조선왕족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국가인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은 반봉건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었으므로 왕족이 설 자리는 없었다. 대한민국 또한 과거의 지배자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한동안 창덕궁을 이들의 거처로 돌려주는 정도의 배려를 했을 뿐이다. 이들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현대사에서조차 이들을 구체적으로 조명하지 않았다.
덕혜 옹주
오래전 MBC에서 <덕혜옹주>라는 제목의 815 특집극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조선왕조의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덕혜옹주는 고종 임금이 상궁 양씨와의 사이에 낳은 고명딸이다. 그녀의 생모가 왕비가 아니라서 공주가 아니라 옹주라고 불린다. 1912년에 태어난 그녀는 13살 되던 해 황족은 일본에서 교육시켜야 한다는 구실로 일본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영친왕이 그러했듯 덕혜옹주 또한 일본인 백작 소 다케유키와 강제 결혼을 하게 된다. 덕혜옹주는 1919년 이미 김장한과 약혼을 한 바 있었다.
원치 않는 이국 생활로 인한 신경쇠약 증세와 강제 결혼으로 인한 충격, 또한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현해탄에 투신자살하는 고통을 겪은 그녀는 해방 이후인 1953년 남편 다케유키에 의해 강제 이혼 당한다. 1962년 다시 조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1989년 4월 임종할 때까지 별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자신 속에 갖힌 체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아직도 그 프로그램의 마지막 장면이 떠 오른다. 덕혜옹주가 지금은 철거되어 버린 과거 조선총독부 건물이 가로막고 있는 궁궐의 정문을 구부정한 허리로 바라보다 힘겹게 궁궐로 돌아가는 장면. 조선,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였던 그녀는 조선 왕족의 모든 고통을 온 몸으로 받아 들인 자였다.
(1962년 낙선재에서 덕혜옹주와 이방자 여사, 사진 : COEO.NET)
아래 사진은 몇 안되는 대한제국 왕족의 가족 사진이다. 중앙에 고종이 앉아 있고 왼쪽부터 차례대로 영친왕, 순종, 고종, 순종비, 덕혜옹주가 있다. 아버지 고종이 고전적인 긴 수염이 있다면 아들인 순종은 구렛나루가 그리고 영친왕은 면도를 깨끗이 한 모습이다. 1915년에 찍은 것으로 알려진 이 사진에서 덕혜옹주는 자신의 기구한 삶을 알 지 못하는 듯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 특집극 <덕혜옹주>의 한 장면에서 당시 고종으로 분했던 고 이낙훈씨가 덕혜옹주를 업고 토닥이던 장면이 떠 오른다. 고종은 그녀를 참으로 귀여워하고 사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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