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연구소

블링크/첫 2초의 힘

북코치 2006. 3. 9. 14:08

블링크』-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21세기북스)




『블링크』- 첫 2초의 힘 / 말콤 글래드웰 지음 / 이무열 옮김 /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컨설팅과 기업교육을 10년 가까이 하고 있다. 당연히 수없이 많은 고객을 만나는데 나도 모르게 그들을 평가하고 일이 잘 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첫 느낌이 늘 맞는다는 생각을 한다. 왠지 느낌이 좋고, 뭔가 잘 될거란 생각이 든 고객과는 좋은 인연이 계속된다. 반면, 꼭 자기 회사 일을 맡아 달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고객은 시간만 잔뜩 쓰고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그러던 차에 블링크, 첫 2초의 힘이란 책을 읽었는데 그런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었다. 몇 가지 살펴보자.


막강한 첫 2초의 힘

한 미술상이 쿠로스 상이라고 추정되는 오래된 석상을 가지고 폴게티박물관을 찾아온다. 박물관 측은 14개월 간의 조사 끝에 석상이 진품이라고 결론 내리고 엄청난 비용을 쓰고 그 물건을 구입한다. 그런데 박물관을 방문한 한 미술사학자는 석상을 보자마자 가짜라고 말한다. 결국 그의 주장대로 이 석상은 가짜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인가? 미술사학자는 오랫동안 옛날 석상을 수없이 취급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것에 대한 안목, 통찰력을 갖게 된 것이고 처음 보는 순간 아니다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판단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특정 교수가 강의를 얼마나 잘 하는지 판단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가? 듣는 순간 바로 견적이 나온다. 이 영화가 어떨 것인지 아는데도 몇 초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처음에는 시원찮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괜찮은 영화였던 것이 몇 편이나 있는가? 음악도 그렇다. 노래를 듣는 순간 필이 오던지 안 오던지 하지, 여러 번 듣고, 끝까지 들었더니 느낌이 바뀌는 경우는 많지 않다.
 
첫 2초의 힘은 그렇게 대단하다. 그것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가치 없는 느낌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너무 이성적인 판단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한다. 또 그랬으면 하는 강한 열망도 블링크를 무시하게 만든다. 폴게티박물관의 실수가 그렇다. 신생 박물관이었던 폴게티박물관은 이 석상이 진품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것을 소장하면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부정적인 요소에 눈을 감았던 것이다. 


한 조각 지식으로 천리를 내다보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얘기가 있다. 척 보면 3천리라는 말도 비슷하다. 우리가 무엇을 판단하는 데 모든 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여기저기 다 뒤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한 조각 지식으로 천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사소한 정보를 찾아내 여기에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케네디 대통령 아버지 조셉 케네디는 구두닦이가 주식을 샀다는 얘기를 듣고 보유 주식 모두를 팔아치운 결과 대공황에서 살아 남았다. 조각난 지식으로 전체를 본 것이다. 예전에 이병철 회장도 공장에 들어설 때 공장 앞 나무는 싱싱한지, 화장실을 깨끗한지 등을 보고 전체를 파악했다고 한다.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단체 미팅에서 우리는 맘에 드는 상대를 찾아내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순간적인 정보를 모아 결정을 한다. 스피드데이트라는 순간적인 사랑의 짝짓기는 구태의연한 과정을 순간적인 판단으로 증류한 만남이다. 이들은 지극히 단순한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는다. “내가 이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을까?” 같은 것이다. 왜 맘에 들었는지 물어보면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저 맘에 드는 것이다.

특히 여자들은 이런 방면에 선수이다. 여자들은 눈치가 정말 빠르다. 단박에 알아차린다. 이 남자가 맘에 드는지, 이 사람을 부모에게 선보일 수 있는지, 세상물정을 알고는 있는지…


하지만 겉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예전에는 심사원들이 사람을 보면서 오디션을 했다. 당연히 여성이 불리했다. 여성에 대한 선입관 때문이었다. 하지만 청탁 등을 배제할 목적으로 장막 오디션을 실시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오로지 소리로만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대거 클래식 음악계에 진출했다. 장막이 남자냐 여자냐, 잘 생겼냐 못 생겼냐 하는 외모의 편견을 없앤 것이다. 이처럼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것은 많은 실수를 유발한다. 미국 대통령 워렌 하딩은 외모 판단이 부른 실수였다. 그는 대통령처럼 키도 크고 잘 생긴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외모를 보고 그가 유능하고 성실할거라고 생각했고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그는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았다. 외모가 사람의 정상적인 사고를 마비시킨 것이다.

도대체 눈 깜짝할 사이인 2초 (블링크)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이 책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직관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 직관이란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직관이다. 직관은 직감과는 구분해야 한다. 직감은 때로 비이성적 결정이나 행동을 뜻한다. 감성적이고, 굳건한 이론적 기반 위에 있지 않는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직관은 다르다. 직관은 이성적인 판단이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지만 그렇다고 덜 다듬어지고 덜 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영감이고 정확하다. 갑자기 떠오른 것이 아니고 그 동안의 경험과 지식의 결과가 순간적으로 발휘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따진 것보다 오히려 정확하고 옳은 경우가 많다.

정말 중요한 결정은 직관적으로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직관력을 길러야 한다. 직관력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판단에 필요한 경험과 지식이다. 쿠로스상을 보는 순간 가짜라고 판단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십 여년간 수없이 많은 유물들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감각이 길러진 것이다. 지식의 농축 결과가 순간적인 거부감으로 나타난 것이다. 별다른 경험은 없지만 막연히 그럴 것 같다는 것은 직관이 아니다. 그런 판단에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직관은 고도의 전문성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그런 것이 직관이다.

의사결정에는 신중한 사고와 본능적인 사고의 균형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의사결정시 너무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느낌에 모든 것을 의존한다. 하지만 이는 위험하다. 어떤 이들은 모든 것을 너무 이성적으로만 판단한다.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람들의 얘기를 모두 들은 후 이리저리 재보고 결정하는데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좋은 의사결정은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이루어진다. 직관적인 느낌을 중요시하되, 이를 백업할 이성적인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이다.

사회가 건강 하려면 우와 좌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좋은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이다. 우뇌와 좌뇌를 골고루 사용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 이성적인 것을 강조하고 스쳐 지나가는 직관적 느낌을 무시했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생각을 교정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기독교양서보급중앙회(생각하며 책읽는 전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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