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고민을 정확히 짚어주는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오른다는 것이다.
20대 여성, 무엇으로 사는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기를 얻고 있는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가 현 20대 여성의 가치관을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화 실장은 <여자의~>의 등장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그렇게 공감했지만 차마 말 할 수 없었던 ‘속물적 생각’을 책으로 낼 정도로 사회가 변화했다”며 “만일 이 책이 90년대 초반에 나왔다면, ‘무슨 이런 쓰레기같은 책이 다 있느냐’고 무시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90년대 페미니즘은 ‘순종적이고 종속적인 여성이 이제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이 돼야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공지영이나 은희경, 전경린 등은 작품 속에서 ‘여자가 아닌 한 인간’을 그리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처럼 전투적이고 독립적인 주인공들도 ‘사랑’ 앞에서 무너지더라는 얘기다. 반면 21세기를 살아가는 20대 여성은 더 이상 사랑 때문에 울지 않는다고 한다.
한 실장은 책의 마지막 결혼에 대한 부분에서, 변화된 여성의 가치관이 결정적으로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여자는~>의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가정이 가장 보수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잘난 여자도 시댁가면 걸레질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어차피 그러려면 자신과 비슷한 조건의 남자와 결혼하면 억울하니, 조건 좋은 남자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 실장은 “이전 세대도 이러한 생각을 했겠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받기 힘들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사회적 현상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이 책이 많이 팔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4050세대, 인생은 지금부터
지난 4일 주요 신문은 일제히 북 섹션 전면에, 중년에 대해 새롭게 조명한 번역서 <서드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을 소개했다. SBS 8시 뉴스에서도 보도한 이 책은 일주일 만에 1만 부를 찍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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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세기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서드에이지의 시대”라고 주장한다. 이어 그는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이 기간은 축복이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미화 실장은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따라, ‘출판계에서도 40대 이상을 겨냥한 책들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서드에이지>의 경우 서점에 재고가 없자, 사러 온 40대 이상의 고객들이 선금을 내고 ‘가장 먼저 연락해 달라’고 부탁한다”며 “이들이 얼마나 이러한 책의 출현에 목말라 했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엄마들,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교육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교육법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교육법에 대한 책들은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과 ‘학습기술법에 대한 것’으로 크게 구분된다고 한다.
한미화 실장은 “가수 이적의 엄마로 더 유명한 여성학자 박혜란 씨의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은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반면 2-3년 전부터 ‘이렇게 공부해라’ 류의 학습기술서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엄마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한 실장은 자신의 경험에 미루어 봐도 모든 아이들이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또한 아이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돌린다고 다 서울대 가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하는 교육법 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공부 잘하고 싶으면 학원부터 그만둬라> 등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하는 책들은 과거 두 갈래의 교육에 대한 접근법을 절충했다고 한다.
즉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전제로 하되, 엄마가 그에 적합한 교육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실장은 “당분간 학벌 열풍이 식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다양하게 접근하는 교육법에 대한 책들의 인기도 식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