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멘토와 멘티! 인간 관계에 있어 끈끈함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선후배나 친구라는 말보다는 뭔가 딱딱하고 전략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살수록 복잡다단해지는 게 인생인데, 지혜로운 가이드를 만날 수만 있다면 로또가 따로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관계가 한국적인 풍토에서도 가능할까. ‘좌로 3칸, 우로 3칸’이라고, 처음 만나 호구 조사를 하다 보면 지연이든, 학연이든 3단계를 넘지
못하고 어느 한 지점에서는 공통 분모가 찾아지는 게 우리 현실 아닌가. 이렇게 얽힌 관계들이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며 험난한 사회생활의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하고, 조직의 쓴맛을 함께 토로하는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끊을 수 없는 끈적끈적한 고리가 되어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사회 생활을 해 본 여성들이라면 남자 동료들이 사우나로 룸살롱으로 함께 어울려 다니며 주고받는 정보에서 은근히 소외되었던
기억을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성이라는 한계 아닌 한계(?)는 물론이려니와, 정보와 네트워크의 부족이라는 쉽지 않은 난관을 뛰어넘어 여성가족부에서
주관하는 2005 베스트 멘토링 시상식에서 활발한 멘토링 상을 수상한 함경숙(42세), 이경화(36세), 최선미(27세), 정다미(25세) 씨.
그들의 적극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나고 보니 네 사람이 뿜어 내는 에너지가 기대 이상이다. 기분 좋은 활기와 명랑함으로 마주한
사람들을 금세 무장해제시키는가 싶더니,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활동을 명확하게
요약해 주었다. 네 사람 모두 ‘창업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정보를 수집하다가 여성가족부의 홈페이지 위민넷( http://www.women-net.net/)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멘토링 교육에 대해 알게
되었고, ‘창업’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한 사이버 멘토링 운영자에 의해 한국창업전략연구소의 이경희 소장을 멘토로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된
멘티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합리한 사회 풍토를 탓하고, 술자리에서 직장 상사를 안주 삼아 씹으면서도, 스스로 누군가에게 존경받을 만한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한다던가, 앞서간 선배들에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을 꼽는다면, 자신들이 느껴 왔던 문제점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술자리 푸념으로 끝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구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정보를 토대로 실행에 옮긴 용기가 아닐까 싶다. 각종 매체와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그 속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정보를 찾고,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 배움을 자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 4월에 만나 해가 바뀔 때까지 온라인과 오프
라인을 오가며 길지 않은 만남을 가져왔지만, 학연과 지연, 혹은 혈연으로 똘똘 뭉친 여느 모임들처럼 인간적인 따스함을 가지면서도 다른 이들에
대해 개방성을 잃지 않는 모습이 무척이나 밝고 건강해 보였다. “뛰어난 멘토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멘티들의 활동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요. 아무리 멘토가 적극적으로 활동한다고 해도 멘토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이 저절로 얻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는 창업 전략의
일인자로 통하는 이경희 소장을 멘토로 만난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배울 수 없는 엄청난 공부를 할 수 있었죠. 실전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숙제를 많이 내주셨는데, 다들 너무나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게 서로에게 많은 자극이 됐어요. 그러면서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고 정도 많이
들었죠. 멘토와 멘티의 개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친목 모임으로 오해를 하는데, 친목이 주된 목적이라면 이렇게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지는 못했을 거예요.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의지와 용기가 더 절실하다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배운 것 같아요. 멘토링 교육은 이번이 다들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환상적인 파트너를 만난 게 정말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죠.”
네 사람에게 떨어진 첫 번째 숙제는 프랜차이즈 냄비에 대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단다. 사업계획서! 말은 쉽지만
사업의 내용을 설명하고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계획서를 작성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을 원하는 숙제 덕분에 네
사람은 각종 자료를 찾고,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 가며 지난 8개월을 함께 보냈다. 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함경숙 씨는 이 모임의 회장이자, 직장 경력 20년 차가 넘는
큰언니다. 닭고기 전문 브랜드에서 근무하다가 닭 사료를 만드는 회사로 자리를 옮겨 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회사에서 그날 낳은
달걀을 24시간 안에 각 가정으로 배달하는 새로운 사업과 식품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부족한 공부를 해보고자 사이버 멘토링 교육에 참가한
경우다. 회사 안에서도 경험이 없는 분야라 오히려 창업에 가깝다는 생각에 이쪽을 지원했는데, 지난 8개월 간의 경험이 생생한 현장 학습으로
연결되는 체험을 하면서 열렬한 멘토링 예찬론자가 되었다. 맏언니로서 이경희 멘토와 다른 멘티들의 중간 역할을 너무나 잘해 주어 모임이 더 충실할
수 있었다는 다른 멘티들의 칭찬을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사회 경력 20년이 무색하지 않은 왕언니가 틀림없어 보인다. 국문학을 전공한
이경화 씨는 웹 디자이너이자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뒤늦은 7월에 이 모임에 합류했지만 배우려는 의지와 다른 멘티들에 대한
속 깊은 배려로 많은 신뢰를 얻고 있다. 웹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웹 에이전시를 설립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날을
꿈꾼다는 이경화 씨는 이 모임을 통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생동감을 되찾고, 모임의 멘티들끼리 격려를 주고받으면서 자심감을 많이 회복했다고 한다.
앞으로 독립적으로 일을 해나가려면 웹 분야 외에도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은 것 또한 커다란 소득이라고. 자신이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센스 있게 하고 나온 최선미 씨는 ‘케이트 초이(http://www.katechoi.com/)’라는 핸드 메이드 주얼리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주얼리 바텐더가 되어 각각의 개성에 맞는 컨셉트와 재료를 찾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주얼리 디자인을 해 주는 주얼리 바’가
꿈이라며 자신이 만든 개념을 똑 부러지게 소개할 정도로 자신의 일에 대해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수업은 디자이너에 더
가까웠던 그의 시각을, 경영 전반을 꿰고 있어야 하는 사장님으로서의 안목으로 바꿔 주었다. 이번 멘토링 교육이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면서 겪은
시행착오가 왜 생겼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줄여 나갈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일단 멘토링 회원이 되면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 최선미 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멘토링 교육을 권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팀의 막내이자 총무인 정다미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멘토링 교육에 참여하게 된 경우다. 몇 년째
취업난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멘토링에 대한 정보를 찾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정다미 씨는 이 기회를 통해 여러 가지 수확을
한꺼번에 얻었다. 그의 재기와 적극성을 눈여겨본 이경희 소장에 의해 창업전략연구소의 콘텐츠 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PR 대행사의
AE라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때문에 ‘보다 나은 미래와 발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멘토가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직 자기 길을 찾지 못한 사회 초년병이나 취업 준비생에게 꼭 필요한 제도가 멘토링’인 것 같다는, 그의 체험담에는 깊은 울림이 담겨 있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일수록 선배들의 경험과 충고를 귀담아듣다 보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게 정다미 씨의
경험담이다. 그는 이 경험을 잘 정리해 ‘멘토링이 내게 준 영향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혹시 모임의 이름이
있는지를 물었다. 모임의 이름은 ‘미소창업클럽’, 슬로건은 ‘박장대소’란다. 이런 이름과 슬로건이 아니었다 해도 여전히 명랑하고 에너지가 넘쳤을
것 같은 네 사람이지만, 이런 멘티가 우리 주변에 많아진다면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절반으로 뚝 떨어질 것만 같다. 멘티로서 좋은 경험을 쌓은
사람은 곧 좋은 멘토가 될 것이다. 멘토링이 활발해져야 할 이유를 한 가지 더 꼽는다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싶다. |
글·김민정(프리랜서)|사진·김동욱(noon
pictures) |
|
Ⅰ 겸손한 마음으로, 멘토는 돕는 역할임을 잊지
말라 멘토의 생각과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거나 설득시키려는 자세로 임해서는 안된다. 항상 멘티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멘티가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Ⅱ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자세히 관찰하라 멘토링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멘티에 대한 진정한 마음이다. 따라서 멘티가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끝까지 들어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상대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말을 하는 동안 멘티의 심적 변화들을 세심히
관찰해야 긍정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Ⅲ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라 멘토링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꾸준히 만나서 대화함으로써 목표를 확인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만남이 꼭 필요하다.
Ⅳ 멘티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라 멘티 자신도
모르는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이 멘토의 역할 중 하나이다. 따라서 대화와 세심한 관찰을 통해 멘티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Ⅴ 멘티로 하여금 스스로 깨우치게 하라 멘토는
해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해답은 멘티에게 있으므로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 가도록 도와준다. 멘토 자신의
개인적인 판단이나 편견은 경계해야 한다.
Ⅵ 멘토와 멘티는 평등한 파트너다 멘토와
멘티는 상하관계가 아니다. 서로 인격을 존중하면서 관계를 가지면 멘토도 멘티에게 배울 점이 분명 있다. 멘토와 멘티는 상호
협력하는 파트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Ⅶ 멘토 자신의 지적 수준을 높이도록 꾸준히 노력하라 멘토가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게을리 해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 자기계발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필수다.
Ⅷ 균형감을 잃지 말라 막연히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긍정적인 면과 예상되는 장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설명하되,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멘티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
Ⅰ멘토에게 일방적으로 의지하지 말라 멘토는
조언자일 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언제나 해답은 자신에게 있고, 그것을 함께 찾아가는
데 지혜를 더하는 것이 멘토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Ⅱ 변화하고 배우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이다. 멘토의 도움을 받아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능동적인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Ⅲ 솔직한 대화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라 멘토와의 대화는 숨겨져 있던 자신의
장단점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 이때 자신의 비전과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야만 정확한 목표와 실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Ⅳ 머릿속의 생각을 실행으로 옮겨라 탁상공론에 그치는 멘토링은 의미가 없다. 멘토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도출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
최근에는 개인간에 이루어지는 멘토링을 기업에서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멘토링 제도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Fedex가 멘토링 제도를 도입한 후 GE와 AT&T, 맥킨지, 모토로라 등의 대기업은 물론 벤처 기업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 차원의 멘토링은 회사의 목표에 따라 대상도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보편적으로 신입사원의 회사 적응과 업무 지원을 위한
것이지만, 임원이나 후계자 혹은 중간 관리자 등의 핵심 인재 개발에 역점을 두기도 한다. GE에서는 최고 간부가 멘티가 되고 부하 직원이 멘토가
되는 역(逆)멘토링을 도입하기도 했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멘토링을 실시한 기업의 신입사원이 그렇지 않은 기업의 사원보다 회사 적응이
빨랐고, 이직 의도도 낮았다고 한다. 국내 기업에서도 1999년 조직 차원의 멘토링제가 도입된 이후 꾸준히 활성화되고 있다. 얼마 전
1백 60개 국내 기업의 멘토링 실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47퍼센트가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직장인 대상의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3퍼센트 이상이 직장 내 멘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멘토링의 장점으로는 업무 능력 향상과 조직문화 활성화, 핵심 인재 육성과 신입사원
이탈 방지 등을 꼽았고,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쌍방향 멘토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기업 내 멘토링은 공공기관과 공기업,
지방자치단체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순한 신입사원 직무 교육에서 나아가 이직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원 케어 시스템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