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칼럼니스트

정보의 바다, 음란의 바다

북코치 2006. 8. 28. 09:17

정보의 바다, 음란의 바다


음란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숙제를 인터넷에서 해결한다. 그러다 보니 정보를 정확하게 검색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정보의 바다를 헤매고 다니다가 음란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포르노 사업자들에게 청소년은 주요 고객 중의 하나이다. 그들은 아이들을 음란 사이트로 유도하기 위하여 인터넷상의 곳곳에 덫을 설치한다. 폐쇄된 청소년신문이나 학습사이트, 혹은 유명 포털이나 게임 사이트의 주소와 비슷한 영어 도메인이나 한글주소를 사서 음란 사이트를 링크한다. 인터넷 주소 창에 글자 한 자만 잘못 쳐도 음란사이트가 팝콘 튀듯 떠오르곤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이들이 호기심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은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가 매체를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정보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변별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인터넷을 잘 활용하고 올바로 이용하는 변별력을 인터넷 리터러시(Internet Literacy)라고 한다.

 

인터넷은 과연 정보의 보고(寶庫)인가. 그렇다. 외국의 저명한 연구소에서 발간한 논문도 이제는 클릭 몇 번이면 내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많은 정보들은 흥미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딜레마에 빠진 인터넷』의 저자 홍윤선 씨는 말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주요기사라고 선별하여 상위 목록에 올려놓은 것들을 보아도 가십(gossip)이거나 연예 오락 같은 흥미 위주의 기사가 절반을 넘는다. 그런 정보에 맛을 들여 중독되면 그 다음부터는 정작 중요한 정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터넷의 토론 게시판을 가보아도 욕설과 비방 글로 온통 도배하여 논점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더 어지러워진다. 그런 토론 글을 읽고 앉았느니 전문가의 칼럼이나 논문 한 편을 찾아 읽는 편이 백 배 낫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는 집중력을 방해하기도 한다. 인터넷 공간에는 수많은 링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링크를 좇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래의 목적지를 잊고 엉뚱한 사이트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이러한 현상을 집중력저하 증후군이라고 한다. 검색엔진들은 저마다 자기의 검색 기능이 제일 뛰어나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검색엔진은 정보의 양만을 자랑하지, 본질적으로 그 차이를 구별하여 주지는 않는다. 검색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하면 검색결과 페이지 아래쪽에 ‘1 2 3 4 5 6 7 8 9 10 다음’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그 중 2번이나 3번까지만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도 공짜는 없다

인터넷을 흔히 공짜천국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우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받으려면 한 달에 대개 30,000원 이상을 내야 한다. 더욱이 인터넷에서는 대부분의 정보가 단편적이거나 중복되고 거기다가 온갖 쓰레기 정보가 섞였기 때문에 때로는 지나친 시간과 정력을 빼앗는다. 시간과 정력은 곧 돈이다. 그러니 공짜는 없는 셈이다. 종국에는 사람이 정보를 소비하는 것인지, 아니면 과잉 정보가 사람의 시간과 사고력을 소비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가 낳은 모순 즉 디지털 패러독스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진짜 정보도 어딘가에는 숨어 있겠지만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 대학 리포트 자료 사이트에서 파는 논문들 중에도 별 볼 일 없는 글이 태반이다. 제목만 보고 구입하였다가는 후회하기 딱 좋다. 그런 자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료의 신뢰성은 저자가 믿을 만하거나 출처가 확실할 때 생긴다. 온라인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오프라인의 도서관과 서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책만큼 신뢰할 수 있고 검증된 정보를 체계적이고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미디어는 아직 없다.

 

 정보의 해석력과 판단력은 훈련이나 경험을 통해 습득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매체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정보를 분별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컴퓨터 시간에 워드프로세서 필기와 실기만 가르칠 게 아니라, 올바른 정보 검색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이 도서관에서는 자료를 어떻게 찾고, 인터넷에서는 또 어떻게 정보를 검색하는지를 터득하게 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숙제하기에 가장 유용한 사이트가 어느 것인지도 자연스럽게 알 것이다. 아이들에게 초보적이나마 저작권의 개념을 가르칠 필요도 있다. 인터넷에서는 워낙 남의 글을 퍼온 것, 즉 펌글이 많기 때문에 자칫 글의 원주인이 갖는 권리에 대하여 망각할 소지가 다분하다.

 


숙제하기에 유용한 사이트

자, 그러면 아이들은 숙제를 하기 위하여 어느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백과사전은 정확하고 풍부하다. 쓸데없이 딴 데 가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단숨에 백과사전을 습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과 사이트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숙제 정보에 대하여 전과 사이트만큼 잘 아는 곳도 드물 것이다.

 

셋째, 시사적인 문제일 때는 신문사 혹은 한국언론재단의 신문잡지기사 종합서비스 사이트(kinds)에 가서 회원으로 가입하고 정보를 검색하면 좋다. 초등학생들은 소년조선이나 소년동아, 소년한국 사이트에 가면 된다.

 

넷째, 야후 꾸러기 같은 어린이 전문 포털 사이트를 권하고 싶다. 특히 야후 꾸러기는 유해정보를 거의 완벽하게 걸러내기 때문에 추천할 만하다.

 

다섯째, 인터넷 서점 사이트는 매우 유용하다. 이곳은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정보에 관한 책들을 알려준다. 책을 사지 않고 책 소개와 서평만 봐도 큰 도움이 된다.

 

여섯째, 박물관이나 도서관 같은 사이트들이 유용하다. 도서관 사이트에서는 전자책 서비스 회원으로 가입하여 전자책을 대출받아 읽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일곱째, 청와대, 국회, 국가정보원, 통계청, 문화재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청 같은 행정관청이나 민간연구소, 학회와 연구회, 시민단체 같은 공공 사이트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