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무해론과 유해론
여성들은 강간당할 때 오히려 쾌감을 느낀다는 생각을 이른바 강간신화라고 한다. 이것은 성에 대한 남성의 그릇된 통념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다. 그것은 강간 범죄를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그 문제의 원인을 은폐하게 한다.
사실 강간신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소위 음담패설의 상당수도 강간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 음담패설은 남자 고등학교 수업시간에도 일부 교사들이 유머라며 소개한다. 조는 아이들을 깨우고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강간신화가 넘쳐나는 곳은 다름 아닌 포르노그래피이다. 포르노에서 강간신화를 빼버리면 아마도 포르노는 존립근거를 상실할지도 모른다. 포르노의 주된 고객층은 남성이고, 남성들의 여성 정복심리를 충족하려면 강간신화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르노는 과연 강간을 부채질하는가. 포르노의 효과에 대해서는 세 가지 이론이 있다. 첫째, 포르노를 자주 보면 성적 충동에 의한 공격성이 더욱 강해진다는 공격단서이론(Aggressive cue theory)이다. 둘째, 포르노가 오히려 성욕을 해소해 준다는 정화효과이론(Catharsis theory)이다. 셋째, 선정성이 높은 영상물을 본 사람은 정서적으로 자극을 받으며, 그 자극은 꼭 성적 행동으로 나타나기보다는 다른 폭력행위로 옮겨간다는 흥분전가이론(Exitation transfer theory)이다.
여 선생님을 윤간한 여섯 명의 고교생들
청소년들은 어떠할까. 청소년들이 포르노를 보고 모방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있다. 『포르노 All boys do it(웬만한 아이들은 포르노를 다 본다는 뜻)』(우리교육, 2000)의 저자이자 문화평론가인 엄기호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여러 가지 조사 결과들이 말해 주는 것처럼 아이들이 포르노를 보고 나서 강간이나 성추행과 같은 범죄적 행위를 하는 경우는 극히 적으며 또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대신 아이들은 청소년들이 성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행위인 자위에 포르노를 활용한다.
그러나 성 범죄자를 조사한 결과 평소 포르노를 즐겨 보던 사람이었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같은 고등학교 학생 여섯 명이 자신들을 가르치는 여자 선생님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첫 윤간 이후 두 명씩 조를 짜 6개월에 걸쳐 저지른 사건이다. 그 선생님은 결혼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새댁이었다. 결국 그 선생님은 충격으로 학교를 그만두었고, 사직한 이후에도 자신의 집에서 그렇게 당하였다. 성교육운동가 구성애 선생님이 그 사건에 가담하였던 한 학생과 통화하였다. 전혀 죄책감이 없었다.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느냐고 물으니 아주 단순하게 답하였다. 선생님이 예쁘게 생겼기 때문에 그 선생님을 찍었고, 평소 음란물을 보면서 주인공처럼 해보고 싶었는데 학생이라 돈이 없기에 선생님을 택하였고, 정말 마음껏 즐겼을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학생은 자신들만 즐겼으면 미안할 텐데 아마 선생님도 즐겼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다지 죄책감은 없다고 덧붙였다.
학교 폭력조직 내에서의 성문화는 밖으로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로 충격적이다. 일진회는 한국 중, 고등학교에 존재하는 공포의 폭력조직으로 통한다. 그 일진회에서 성행위를 하는 것은 구성원의 가입식이자 성인식이다. 심지어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혼숙하기도 하며, 성관계를 유대감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여긴다고 한다. 선배 언니의 지도 아래 오빠들에게 성을 상납하는 형식으로 성행위를 강요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한 아이가 몇 번씩 낙태를 하기도 한다.
포르노가 위험한 두 가지 이유: 관계의 비정상성, 그리고 환상 부추기기
포르노는 성에 대한 가치관을 왜곡한다. 음란물은 성에 담긴 사랑과 감정의 의미를 말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란물을 접한 아이들은 친구들도 성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특히 여성을 성적 도구로 인식함으로써 강간을 옹호하고, 섹스를 일종의 오락 게임이나 레크리에이션으로 여길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엄기호 씨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성에 대한 십대들의 이야기는 포르노를 통해서만 구성되는 게 아니다. 포르노는 십대들이 성에 대한 이야기를 구성해 가도록 하는 하나의 참고문헌이면서 동시에 주변의 음담패설이나 친구들의 성 경험담, 성을 다룬 책들 그리고 로맨스 소설 등을 통해 해독되는 하나의 텍스트이기도 하다. 십대들은 포르노는 포르노일 뿐이라고 한다. 포르노는 쾌락으로서의 성이라는 성의 한 쪽 면만을 과장하여 구경거리 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말은 포르노와 현실을 잘 구분한다는 의미이다.
과연 그럴까. 포르노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늘 비정상적 관계를 상정한다는 것이다. 『돈, 섹스, 권력』의 저자인 리차드 포스터는 “포르노의 문제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관계이다.”라고 말한다. 포르노의 모든 장면이 다 변태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한 부부는 그들이 서로 동의하기만 한다면 구강 성행위(oral sex)이든 상호 자위행위(mutual masturbation)이든 또한 서로에게 기쁨이 되는 어떠한 성적 기술이든 간에 본질적으로 악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포르노가 좀더 강한 성적 자극을 주기 위하여 여교사가 남학생과, 남학생이 아줌마와 관계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
포르노의 또 다른 문제점은 포르노가 제공하는 환상의 세계, 즉 섹스 판타지의 위험성이다. 그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정상적 관계와 현실에서 일탈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포르노가 없더라도 관계의 파탄과 개인적 파멸은 늘 있는 것이지만, 포르노는 그것을 선동한다. 리차드 포스터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외설적인 상업주의가 주는 하나의 특색은 그것이 환상의 세계를 그려낸다는 점이다.......도대체 어떤 여자가 육감적인 가슴과 뇌쇄적인 미소, 그리고 늘씬한 각선미로 화면에 넘쳐흐르는 여배우들에 비해서 시종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말인가. 마찬가지로 어떤 남자가 멋진 근육과 검게 탄 피부로 현대의 대중매체를 누비는 친구들과 상대가 되겠는가.......그것은 환상의 세계이다.......그러나 현실세계에서의 성은 달콤함과 역겨움, 사랑과 피곤함, 그리고 황홀경과 실망이 함께 뒤섞여 있다. 사람들이 이 환상의 세계를 신봉하면 현실세계의 약점은 보지 않으려 하고, 급기야는 완벽한 환상의 세계만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지혜의 왕 솔로몬의 경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창녀의 말은 꿀과 같이 달콤하고, 기름보다 더 매끄럽지만, 결국에는 독처럼 쓰고, 양쪽에 날이 선 칼 같이 날카롭게 된다. 그녀의 두 발은 죽음을 향하고, 그녀의 걸음은 곧장 무덤으로 향한다.”(쉬운 성경, 잠언 5장 3절~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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