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반역인가 - 박상익 (우석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번역은 반역인가 우리 번역 문화 알기, 좋은 번역서 구별하기
우리나라 번역서, 무엇이 문제인가?
책을 읽고 골라본 독자라면 `잘 번역된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오역뿐만 아니라 세련되지 못하게 번역된 책은 원저의 빛을 잃게 하고 독자를 우롱할 수 있기 때문. 프랑스의 대표적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는 “번역으로 인해 작품의 흠은 늘어나고 아름다움은 훼손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모든 독서는 오독이고, 모든 번역은 오역이다”라고까지 말한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만큼 번역의 어려움, 더 나아가 불가능성을 언급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번역은 오히려 눈에 거슬린다. 저자와 일대일로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번역가가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번역은 반역이다`라고 외친다. 설마 그래서 그런 것일까? 한국 사회에 번역서가 부족하다. `번역은 반역`이기에 우리네 지식인들은 번역 작업에 뛰어들지 않는 것일까. 더 심각한 현상은 오역 시비에 휘말리는 번역서는 많아도 잘된 번역서를 만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근원적 차원에서 `번역은 오역이다`가 아니라 번역자가 제대로 번역하지 못해 `오역`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과연 번역이란 무엇인가? 왜 중요한가? 잘 된 번역서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번역의 현황은 어떠한가? 왜 우리 사회는 지금도 번역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고, 번역 작업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는 것일까. 그래서 저자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의 주요 문명권에서 일찍부터 행해져온 번역의 역사를 살펴보고 우리의 그것과 어떻게 달랐는지 따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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