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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기전 읽어볼 '명사들이 추천한 고전'

북코치 2006. 11. 2. 13:48
올해 가기전 읽어볼 '명사들이 추천한 고전'
기사입력 : 2006.11.02

 

 

시대를 막론하고, 고전의 가치는 뛰어나다. 글쓰기의 달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 풀리지 않는 문장으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 독서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사람 모두에게 고전은 좋은 약이 된다. 대문호들이 녹여낸 역사의 질곡, 인간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탐색, 사랑의 영원성에 대한 고백과 서사는 세기를 넘어서고도 그 가치가 유효하다.

문제는, 읽고는 싶으나 범위가 너무나 방대하다는 사실이다.

 

‘책을 추천하는 책’을 참고삼아 리스트를 만들고 나면 한숨부터 절로 나오기 일쑤다. 읽고 싶은 고전, 좋다는 고전은 많지만 워낙 많다보니 취사선택에의 에로점이 있다. 이런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환한 등불 역할을 해줄 책이 나왔다. <나의 고전 읽기>(북섬. 2006)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눈에 띄는 책 리스트부터 살펴보자.


▲소설가 공지영 - 톨스토이의 <부활>


▲서울 지방검찰청 검사 김두식 - <톨스토이 민화집>


▲국회의원 노회찬 - <조선왕조실록>


▲영산대 교수 배병삼 - <맹자>


▲영화감독 변영주 - <400번의 구타>


▲시인 신경림 - <정지용의 시세계>


▲수원대 교수 이주향 - <반야심경>


▲출판평론가 표정훈 - <장자>


▲작가 현기영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언론인 홍세화 - <자발적 복종>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개인적 취향에 따라 장르가 무척 다양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매력이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들이 담긴 필자들의 이야기다.

공지영은 중학교 1학년 때 단돈 200원짜리 삼중당 문고를 사느라 얼마 안 되는 용돈을 탕진하면서도 책을 사들인 기억을 꺼내놓는다.

 

<부활>은 ‘교양 있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 처음 펼쳐들었던 책. 처음 이 책을 대했을 때는 갈수록 지루하고 어려워 흐지부지 읽다 말았다. 다시 <부활>을 접하게 된 것은 재학 3학년 ‘러시아 혁명사’를 공부하면서. 삼중당 문고본이 아닌 다른 판본의 <부활>은 어릴 때 읽었던 그 작품이 아니었다. 등장인물이 상징하는 의미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아! 톨스토이는 이처럼 정확하게 당대의 러시아를 그려냄으로써 러시아 혁명을 예견하고 더 나아가 그 필요성까지 역설했구나”라는 감격까지 새어나왔다. 공지영은 소설을 다시 읽은 감회에 힘입어 톨스토이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톨스토이가 평생 동안 절실히 골몰했던 주제는 ‘삶과 죽음’이었다. 때문에 어떤 인간이 죽고 어떤 인간이 부활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부활>을 읽으면 대문호의 실존적 고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대학 때 해후하고 최근 다시 읽게 된 <부활>은 소설가 공지영에게 있어 “어떤 소설을 쓸 것인가?”라는 자문에 대한 희미하지만, 깊은 길을 내어준 책이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홍세화는 16세기 프랑스 사상가 라 보에티의 <자발적 복종>(울력. 1004)을 추천한다.

16세기 프랑스의 인권 문제를 통해 자유인으로서의 삶의 태도와 세계에 대한 인식을 다룬 고전이다. 그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는 평소의 내 신념을 관통하는 이 책은 ‘인권과 자유’라는 무거운 주제를 간결한 문장으로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훌륭한 교양서”라는 말로 이 책을 추천한다. <자발적 복종>은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홍세화는 ‘자발적으로 복종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으로 폭넓은 독서와, 열린 자세를 통한 토론을 꼽는다.

 

“한국인들은 독서를 안 한다. 토론도 없다. 문제의식은 더더욱 없다. 앞서 언급한 폭넓은 독서로 대화로 올바른 개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은 인류의 지혜와 만나는 것이고, 나의 소중한 삶을 살찌우기 위한 경로라는 점에서 통시적인 쌍방향의 소통이다. 그러한 바탕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고 나라는 인간의 의식 세계와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은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럴 때라야만 조금이나마 자유인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할 수 있다”

 

 

사회 전체 구성원이 ‘주체적으로 의식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홍세화의 글은 서평이라기보다는 칼럼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만큼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자유가 저당 잡힌 것이 자연상태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는 라 보에티의 지적을 스스로에게 반문하라”. 이것이 홍세화가 목 놓아 외치는 한국사회를 향한 비통한 염원이다.

 

<나의 고전 읽기>는 단순한 서평 모음집이 아니다. 하나의 고전이 한 인간에게 미친 영향과 수세기 전에 살았던 저자들의 사상이 현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되묻는 가치 있는 물음이다. 10명의 필자를 신뢰하는 독자라면,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고전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고 싶은 독자라면 소장할 가치가 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