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

`TV, 책을 말하다` 시청자들 "황당, 짜증"

북코치 2007. 1. 10. 23:07
`TV, 책을 말하다` 시청자들 "황당, 짜증"
 

[북데일리] KBS1TV ‘TV, 책을 말하다’가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일부 패널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핵심.

 

이날 방송은 신년기획 ‘공부의 발견’의 2부 ‘장정일의 <공부>’편이었다. 장정일이란 작가의 무게와 `공부`라는 호기심이 더해져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있게 지켜봤다.

방송은 저자 장정일, 중앙대 독문과 김누리 교수, 자유주의연대 홍진표 사무총장이 출연, <공부>(랜덤하우스코리아. 2006)가 다루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논의했다. 시청자들의 화살은 대부분 홍 사무총장을 겨냥했다.

집필경위에 대한 장정일의 설명에 이어 진행자 왕상한 교수는 책을 읽은 소감을 화두로 던졌다. 먼저 김누리 교수가 마르크스, 프로이트, 하이네의 사례를 통해 장정일을 분석했다. 이어 홍 사무총장이 입을 뗐다.

“저는 뭐 그런 대목은 뚜렷이 느끼지는 못했고요. 다만, 문장이 참 좋더라고요. 제가 이분의 생각에는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고...”

김 교수의 생각에 동의 한다는 것인지 반대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태도였을 뿐 더러 저자를 ‘이분’이라고 말한 것은 패널로서는 어울리지 않은 표현이었다. 홍 사무총장은 방송 내내 불필요한 동어반복, 주장의 요지를 알 수 없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특히 히틀러와 박정희에 대한 대목에서는 책의 의도와는 전혀 맞지 않은 발언을 쏟아 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책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교한 이유에 대해 장정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산업화를 성공으로 이끈 위인으로 평가 할 때 히틀러도 똑같은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그런 위험성을 지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사무총장은 “그런 뭐, 취지가 있었는지 몰랐는데.. 여하튼, 히틀러는 그.. 홀로코스트 이런 광기나 야만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한다는 건 솔직히 납득하기가 좀 어렵고, 오히려 근래에 찾아본다면 캄보디아의 폴포트정권이라던지, 극히 근래의 일로는 발칸의 학살자라고 합니까. 밀로셰비치, 그런 사람들과 히틀러와 유사성이 있을지 몰라도... 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광기와 야망 이런 걸로 뭔가 비판받을 게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부분은 특히나 시청자들이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한 대목. 시청자 김수한 씨는 “저자가 설명을 덧붙였는데도 홍 사무총장이 왜 히틀러와 폴포트, 밀로세비치를 비교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히틀러가 폴포트와 밀로세비치와 비슷한지 설명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렇게 말만 하고 넘어간 것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시청자 임동규 씨 역시 “홍 씨를 보고 어이없었다. 박정희와 히틀러의 유사점을 인종학살적 측면에서만 바라봐야하는가? 인종학살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당연히 박정희와 히틀러는 유사점이 없다. 마치 자신의 지적 수준을 과시하는 듯이 히틀러는 오히려 폴포트와 비교해야 맞다는 소리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장정일은 당시의 역사적, 정치적, 기타 여러 가지 사회 복합적 요소들을 따져보고 그 둘을 비교해 본 것이 아닌가”라며 격렬히 비판했다.

문제의 초점은 해당프로그램의 패널선정기준에 있다.

시청자 이은정 씨는 “왜 홍 씨가 필요했는가?”라는 말로 글을 시작한 뒤 “책의 주제 상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뉴라이트 정치인을 데려온 것은 오버”라며 “‘TV, 책을 말하다’가 아니라 ‘TV, 정치적 논박을 말하다’가 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시청자 박성수씨 또한 “이데올로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홍 씨를 섭외 했나? 그렇다면 출연자의 수가 균형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홍 씨는 책을 읽기는 한건지,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만 말해 짜증이 났다”(윤지영) “이렇게 논리와 흐름이 실종된 적은 프로그램을 시청한 이후 처음이었다”(이기봉)는 등의 비난 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논란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 = 방송장면)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