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음란물에 중독된 아이들
심양섭(沈良燮)
한 번은 휴대폰 요금 고지서를 받았는데 평소보다 7만원 정도가 더 나왔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이었다. 이동통신 서비스센터로 달려가 요금 내역을 확인하였다. 휴대폰으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여 야한 동영상(야동)과 야한 소설(야설) 같은 것들을 이틀에 걸쳐 내려받은 기록이 나왔다. 제목을 보니, ‘젖어버린......’ ‘쌩쇼걸......’ ‘야시녀 신음사건’ ‘X등급......’ ‘섹한 나라’ ‘야설코리아’와 같이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겨우 열 살짜리 아이가 이런 것을 보았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휴대폰에서 성인 사이트를 차단하는 서비스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당시로서는 아직 없다고 하였다. 휴대폰 제조회사에도 전화를 거니까, 내가 보유한 기종에서는 그런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아들에게 경위를 추궁하자, 다음의 반성문을 내밀었다.
“아빠, 미안해요. 제가 그 나쁜 곳에 들어간 이유는 이것이에요. 그날 저는 엄마한테서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그냥 무선 인터넷을 켰더니...거기에 그 나쁜 사이트가 있기에 그냥 눌러봤는데 저는 그것에 재미를 들였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이렇게 된 거에요. 저는 지금 진심으로 반성 중이에요. 아빠, 제가 다시는 이러지 않게 기도해 주세요!”
청소년의 인터넷 음란물 접촉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음란물이 너무나 가까이 왔고, 그것을 쉽게 접하는 데 놀랐다.
내가 운영하는 유쾌한 글쓰기 커뮤니티 송알송알의 상담 게시판에도 인터넷 음란물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의 고민 글이 많이 올라왔다.
“자꾸 밤만 되면 자위가 하고 싶거든요? 야한 동영상도 보게 되고......이럴 땐 자위를 계속해야 하나요?”
“오빠는 공부도 잘 하고 해서 야한 것 안 볼 줄 알았어요. 그런 오빠가 아빠 주민등록번호로 성인사이트에 가입하여 야한 동영상을 보고 자위행위도 하는 것을 보았어요.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할까요?”
“초등학교 6학년인데요. 한 달에 서너 번씩 야한 동영상을 보는데 지나친 건가요?”
아이들의 인터넷 포르노 중독 실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남자 중, 고등학교에서는 반에서 공부 1등하는 학생과 교회 열심히 다니는 학생들 빼고는 다 음란물을 본다고 한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청소년의 절반 이상(59%)이 인터넷 음란물 중독 가능성을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위해 음란물을 찾는 행위(30.1%), 음란물 이용 중 자위행위(10.5%), 인터넷에서 채팅을 통해 성행위를 하는 사이버섹스 경험(5.9%), 채팅 상대와의 실제 성경험(4.0%)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6% 정도가 음란물 이용을 포함한 사이버섹스에 중독되었고, 그 중 1.5%는 심각한 중증 중독 상태임이 드러났다.
아이들이 접하는 인터넷 음란물의 세계는 실로 엄청나다. 요즘은 많은 아이들이 파일공유(P2P)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음란물을 본다. 이것은 각 개인이 컴퓨터에 가진 음란물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음란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으로도 막을 수 없다. 그 파일공유의 세계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세계 각국의 온갖 변태적이고 비정상적이고 범죄적이고 폭력적인 음란물이 다 있다. 외국 음란동영상의 대화내용을 번역하여 한글 자막으로 서비스하는 번역 자원봉사팀까지 있다.
음란물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진다. 다수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음란물을 접한다. 성교육도 충분히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이 포르노부터 본다.
음란물들은 (1) 성충동과 성범죄를 야기하고 (2) 성에 대한 가치관을 왜곡하며 (3)인간의 내면을 병들게 하는 한편 (4) 어린이들의 뇌리에 매우 강렬하게 각인되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오래도록 큰 영향을 끼친다. 음란물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같은 나라들에 비하여 훨씬 강력한 규제책을 펼치지만 규제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한국처럼 음란물에 대한 규제가 강하면서도 음란물이 넘쳐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불법 음란물과 합법 성인물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정부 주도의 음란물 규제가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음란물과 성인물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바탕 위에서 정부에 의한 타율적 규제와 민간에 의한 자율적 규제, 그리고 학부모와 교사,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차원의 미디어교육과 음란물 추방운동을 병행할 때 음란물 추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국 음란물을 보고 안 보고는 아이들에게 달렸다. 아이들 스스로가 인터넷상의 나쁜 것들을 변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건전한 이성교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만 되면 십대 임신이나 미혼 부모, 낙태, 강간, 성추행 같은 일들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와 교사의 몫이다. 아이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갖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의 성교육에 있어서는 엄마 못지않게 아빠의 노릇이 중요하다. 어머니가 딸에게 월경과 성폭력에 대하여 이야기하듯이, 아버지도 아들의 신체적 변화와 성적 욕구, 이성교제, 강간의 비인간성 같은 것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어머니보다는 디지털 시대를 앞서가는 아버지들이 자녀 성교육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미혼모와 십대 임신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임교육 못지않게 이성교제 때 어느 선까지 신체접촉을 허용할 것인지를 아이들과 함께 토론하고 지도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성친구가 섹스를 요구해 올 때 ‘아니오(NO)'라고 말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들이 인터넷 여행 중에 길을 잘못 접어들어 음란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올바른 정보검색법을 가르쳐야 한다.
나아가 음란물 차단과 함께 새로운 청소년 문화를 형성하여야 한다.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젊음을 발산할 수 있는 건전한 문화를 형성하지 않고 규제만으로 음란물을 추방하기는 어렵다. 청소년 각자가 자기 인생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미래를 향한 꿈과 비전을 가질 때 음란물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이 포르노 앞에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포르노를 극복할 수 있도록 영적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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